올해 들어 아들이 부쩍 커버렸다.
2월에 보조연기자 알바를 하더니 4월 초에 알바비를 받았다.
아들이 생애 처음으로 돈을 벌었다.
그리고 아들 알바기간에 우리부부의 결혼 20주년이 있었는데 우리에게 선물로 알바금을 주겠다고하더니....
아들이 20만원이 좀 넘는 돈을 주었다.
알바기간, 아들은 어리버리한 모습을 벗었다. 영등포로 여의도로 수원공고로 순천으로 경희대로 촬영다니면서 어리버리한 모습이 많이 사라진 것 같다.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아들은 동경의 대상이었던 연기자들의 실체를 알게 되고 자신의 갈 길을 더욱 뚜려하게 만들었다. 또 가정의 소중함과 부모의 소중함을 깨달았다고 한다. 우리 부부는 아들의 이런 고백을 듣는 것도 너무 감사한데...,
마음만 받고 그돈을 가치있게 쓰라고 했더니 우리부부 여행을 다녀오라고 한다.
처음에 일박이일을 생각하고 예약을 했는데 여행사사정으로 갈수 없어서 당일 코스를 잡아 가고 싶었던 섬진강 화개장터를 다녀왔다. 고속열차를 타고 정읍에 도착해서 관광버스를 타고 쌍계사에 내려 벗꽃길을 걸어내려와 화개장터에 들렸다가 오는 단순한 코스다. 조금 기다리면 이곳에서도 벗꽃은 볼 수 있지만 아내와 함께 가는 여행이라서 의미가 있었다. 정읍을 지나 한참 내려가기까지도 피지 않았던 벗꽃이 갑자기 환하게 웃는다.
관광버스안의 여행객들의 감탄사가 연발한다.
기사 아저씨는 천천히 운전해주시고 여행객들은 하나님의 솜씨에 탄성을 지른다.
쌍계사 앞에서 내려서 식당에서 재첩국정식으로 식사를 하고 천천히 계곡을 끼고 굽이굽이 벗꽃 길 따라 아내와 걷고 또 걸었다(6km). 화개 장터에 사람들이 지천이다. 나물과 약재들이 넘쳐난다. 국내산일까하는 의심도 있었지만 딸 생각에 천식에 좋다는 말에 오미자 한봉지, 아들 생각에 위와 기력보호에 좋다는 말을 듣고 대추 한봉지, 그리고 매실짱아찌 한병을 샀다. 품질보도다도 화개 장터에서 샀다는 것이 참 좋았다.
여름철에 섬진강을 남해에서부터 거슬러 올라온 적이 있었다. 김용택 시인을 통해 더 유명해진 섬진강(춘하추동 산문집 네권) 여름은 여름대로 봅은 봄대로 너무나도 아름답다. 좁은데는 돌 던지면 닿을 것 같은 넓이의 강이 한눈에 들어와 너무나 아름답다. 여유로이 낚시하는 강태공들의 한가로움이 시골 풍경을 느끼게 한다. 연두색 새싹들이 나무가지를 봄빛으로 물들이고 땅에는 이름모를 꽃들이 누가 알아주든 몰라주든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다.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 듯한 동백꽃도 아름답지만, 만개한 벗꽃도 곱지만 작은 들풀에 자꾸만 눈이 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쩌면 많은 유명한 목회자들 속에 작은 꽃같이 목회하는 나를 보는 듯해서가 아닐까? 아니면 하나님이 만드신 모든 것은 나름 다 아름다움을 간직한 것 때문일까? 가을에도 겨울에도 다시 가고 싶다.
구례 곡성 하동 이런 표지판을 보다보니 이병주의 지리산 조정래의 태백산맥 김성종의 여명의 눈동자의 배경이 되었을 산천을 두러보게 된다. 민족사의 아품을 느끼며 많이 울게 하였던 작품들이다. 동학혁명으로 여순 사건으로, 한국전쟁으로 이어진 민족의 그늘진 아품을 담고 여전히 흐르고 있는 섬진강과 지리산자락들을 지나면서 감회가 새롭다.
산외 한우마을에 들렀다. 가난한 면에 부임해온 면장님이 면을 부하게 위해 한우를 키우게 하고 처음에 무조건 한근에 1만원씩 팔아 유명해지고 이제는 비교적 제값을 받는다고 한다. 그런 과정을 통해 잘사는 마을이 되어버린 마을이라고 소개받았다. 목민의 실천의 현장이라고 생각하니 고기맛이 달랐다. 나는 성도를 목민하는 사람일까 착취하여 민족사의 그늘을 만들었던 악덕지주같은 사람일까? 면장님 같은 사람이 되면 좋겠다.
정읍에 도착하여 고속열차를 탔다.
대전을 지나기까지는 저속열차다. 아줌마들, 아니 누님들의 이야기 소리 그칠 줄 모른다.
여독을 풀려고 한숨 잠을 청하는 사람들의 원성이 자자할텐데.
이것도 여행의 한 부분이려니 생각하니 이해가 된다.
남편들은 다들 일하느라고 고생하는데 이렇게 다녀서 미안하다고 하면서..,
다음에는 언제 어디를 갈까 남편들을 기워줄까 말까....,
어느 덧 아주머니들의 웃고 떠드는 소리도 몰려오는 잠 넘어로 희미해진다.
안내 방송에 깨어 보는 한강을 지나는 기차.
서울 야경은 한강에서 보는 야경이 최고다.
아내는 시골의 낮은 참 좋은데 밤은 너무 어두워 무섭단다.
아내는 섬진강이 처음이란다. 그리고 20년간 살아주어서 고맙단다.
아내가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참 좋다. 앞으로 꼭 결혼하기전의 약속을 지켜 주고 싶다.
비록짧은 여행이었지만 그래서 다음 여행 날을 더 기다리게 한다.
아들이 고맙다. 아내가 고맙다. 5학년인데도 보고 싶다고 울며 전화하는 딸이 고맙다.
사람이 되어 인생을 살게 하시는 하나님의 섭리하심이 감사하다.
첫댓글 부럽습니다. 좋은시간 보내신 목사님 사모님 늘 강건하시기를 기도합니다.
좋은 시간들이었군요. 정말 잘했습니다. 목사님 멋집니다. 새삼 더욱 존경스럽습니다. 아멘---우리 귀한 장남세운집아드님 정말 이번기회로 아버지 잘만난 효자 됐군요. 아버지게서 효자만드셨네 역시 목사님은 멋집니다.이번에는 어절 수없었지만 다음에는 시영이도 꼭 데려가세요. 우리 가족도 다음달쯤 재미있는 그리고 의미있는 약2주간의 여행(?) 을 주님의 은혜로계획하고 있는데 글쎄 ? 계획대로 잘될련지? 암튼 기대가 됩니다. 좋은 시간 잘마련되도록 기도해주시고요. 이상운 목사님 좋은시간 이렇게 글로 알려주시니 감사하고 부럽구요, 특히 남도 소식 좋았어요.
이상운목사님 박진미 사모님 부부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