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밴드 광복절에 이웃들과 뭉치다
_ 이웃집 딴따라 @ 서교지하보도
클럽문화가 대중화되고 홍대가 젊은이의 거리로 떠오르면서 홍대 앞은 이제 신촌, 강남 등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체인점들이 들어서고 있다. 아티스트는 홍대만의 예술적 분위기를 조성하고자 거리공연을 열었지만 지역주민은 이를 소음으로 여기는 의사소통의 부재를 낳기도 했다. 홍대 앞에 존재했던 홍대만의 문화 흔적을 찾아보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는 현실에 청춘기획단 일어났다. 대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청춘기획단이 홍대문화 회복 프로젝트를 위해 지난 8월 15일 홍대 앞 문화를 지키려는 아티스트와 지역주민과 함께 "이웃집 딴따라(잔다리 동네 문화를 함께 만드는 사람들)"를 열었다.
* 인디밴드와 지역주민이 만든 잔다리 밴드가 공연을 하고 있다
상상공장이 만드는 잔다리 사운드 프로젝트(다양한 대안문화 기획과 참여를 꿈꾸는 아티스트들의 모임) 일환인 이 축제는 청춘기획단이 홍대 앞의 상인들과 지역주민, 아티스트 간의 소통의 벽을 특별한 문화로 허물어 인디문화로 하나 되는 특별한 날이었다. 서교동 청기와주유소 앞 서교지하보도에서 열린 이 축제는 문화적 광복을 위해 인디밴드 13팀, 힙합 3팀, 독립영화가 6편, 코스프레, 아트퍼포먼스, 디제잉 파티 등 다양하고 이색적인 프로그램을 통해 아티스트들과 함께 가장 홍대스럽고 인디스러운 예술들로 홍대의 지하를 울렸다.
공연의 첫 스타트는 잔다리 사운드 프로젝트의 대표적인 사례인 '잔다리밴드'가 열었다. 는 20대의 젊은 청년들과 60대의 어르신들까지 세대를 초월한 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밴드를 만들어 음악으로 하나가 되어 만든 '잔다리밴드'는 지역주민과 인디밴드간의 유대관계를 보여주었다. 전문적인 아티스트는 아니었지만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는 어르신들과 인디밴드들의 만남이 무대 위에서 만큼은 하나가 되었다. 공연 중간 중간엔 무대 옆에 설치된 스크린에 영화가 상영되기도 했다. 다음 공연 순서인 "키노(KINO :러시아어로 영화라는 뜻)"의 기타리스트 김해원이 만든 영화(그는 영화과를 전공) '바나나의 향기'를 상영했는데 청춘 남·녀를 소재로 다룬 짧은 영화상영이 끝난 후 영화에 담긴 OST로 시작된 그들의 공연은 끊어지지 않는 실타래처럼 자연스레 연결됐다. 보컬 김은희의 나긋한 목소리로 김완선의 노래를 보사노바 느낌이 가득했고 "위저(Weezer)"의 'Haunt You Every Day'를 어쿠스틱 느낌으로 각색해 불렀다.
다음에 등장한 "부부밴드(BooBooBAND)"는 이름만 들으면 한 부부(夫婦)가 다정스레 공연하는 모습을 생각하겠지만 이들이 무대 위로 등장하는 것을 본다면 놀랄 수밖에 없을 것이다. 2006년 처음 공연을 시작해 Punk를 기본으로 2008년 정규1집을 낸 부부밴드는 아내는 보컬을 남편은 베이스를 잡고 공연하다 드럼과 기타를 중간에 영입해 지금은 4인조 밴드로 활동하고 있다. 1집 타이틀곡 'One Day'는 확성기를 마이크에 대고 거칠고 파워풀한 음색을 보여준 여성 보컬의 목소리가 인상적이었다. 카리스카 넘치는 그녀는 이런 공연문화가 많이 활성화되어서 자신들이 설자리가 더 생겨 많은 관객들을 만나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치기도 했다.
* 밴드 모두 빨간 의상을 맞춰입고 열정적인 무대를 보여준 아이씨 사이다
부부밴드 열기를 이어받은 "아이씨사이다(IcyCider)"는 2008년에 결성된 5인조 펑크밴드 최근 동두천 록페스티벌 열린 밴드콘테스트에서 금상을 받은 화려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빨간 쫄쫄이복장으로 관객의 시선을 먼저 사로잡고 아담한 체구의 보컬 고광은 흥을 돋우려 관객에게 유머러스한 대화를 하기도 했으며, 자신의 이름을 잘 모르는 어르신들에게 시원한 사이다라며 아이스 사이다라고 자신을 기억해 달라고도 했다. 지나가던 외국인의 발길을 잡아 자신에게 가운데 손가락을 과감히 날리기를 바라고 관객과 함께 점프하면서 시종일관 톡 쏘는 사이다처럼 상쾌함을 주었다.
* 다시 돌아온 홍대 언더그라운드가 좋다고 말하던 그린페이스
1995년에 있었던 홍대 언더그라운드로 다시 돌아와 기분 좋다는 "그린페이스(GreeFace:김병건)"는 2003년 부활 9집 보컬로 활동했다는 실력파라는 점에 눈길을 끌었다. 심플하게 기타 하나만을 가지고 연주했지만 세월의 손맛이 나는 잔잔한 기타소리와 함께 그의 록과 재즈적인 요소가 오묘하게 뒤섞여있는 목소리는 다른 악기의 공백을 모두를 채울 수 있었다. 그의 자유로움이 묻어나 있는 "라도"라는 곡은 4대강 살리기 정책에 반하는 의미가 담긴 곡이라며 자신의 정치적 성향에 대한 의견을 살짝 내비치기도 했다. 겨울을 좋아한다는 그의 말처럼 쓸쓸함과 차가운 감성과 함께 자연과 그에 얽힌 문화를 음악으로 담겨있었다.
* 가장 감성적이고 가장 격정적인 발라드를 노래한다고 자신을 소개하던 양본좌(양인수)
2009년 정규앨범을 낸 "코발트블루(Cobalt Blue)"는 마치 이웃집 오빠들처럼 관객들에게 농담을 던지면서 다정한 모습을 보였다. 잔다리 밴드에서 베이스를 맡고 있는 이갈릭을 위해 10시가 넘는 늦은 시간에도 잔다리밴드의 멤버를 비롯한 여러 어르신의 응원과 환호를 받았다. 공연의 마지막을 장식한 "16Union(16유니언)"는 무겁고 육중한 베이스를 깔고 웅장하게 시작했다. 첫 곡에서 보컬이 관객들에게 등을 보이고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밴드의 연주를 온몸으로 느끼는 듯 한 다소 이색적인 상황을 연출했다. 두 번째 곡부터는 관객석을 보고했는데 "These day"라는 따끈한 신곡을 관객들에게 공개했다. 신디사이저를 이용한 기계음과 함께 어스름 해지는 여름 저녁을 어우르며 공연의 마무리를 정리해 주었다.
* 지역주민들과 인디밴드가 음악으로 어울리는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다
지나가던 사람들뿐만 아니라 지역주민들이 직접 발걸음 해 인디밴드 공연을 관람하고 응원하는 광경이 보기 좋았다. "이웃집 딴따라"는 15일 하루만의 일회성 공연에서 그친 것이 아닌 잔다리 동네 이야기를 담은 소식지와 특정아티스트와 상인과의 교류를 통해 아티스트는 자신의 예술적 재능을, 가게는 경제적 지원을 나누며 잔다리동네 문화를 가꾼다고 한다. 홍대 앞 문화를 지키려는 아티스트와 지역주민이 지역 안에서의 아름다운 공존을 모색하고 있는 것은 지역문화에 큰 획을 그을 것으로 예상된다. 성공리에 마친 제 1회 "이웃집 딴따라"가 장기적으로 활성화 된다면 홍대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지역문화 발전을 위한 바람직한 롤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 본다.
글 _ 김정미
사진 _ 유현진
2009.8.16
idea i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