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연변에서 - 둘째날이야기

[너구리아빠]

8/8 05:00 
호텔의 콜서비스에 의해서 잠이 깨었다. 
창밖으로 내려다본 연길시의 아침은 매우 조용하다. 
오늘은 백두산 이곳의 지명으로 창바이산의 원시림에 간다. 
양말을 두 개 껴 신었다. 
항상 준비를 잘하면 실전에서 고생을 덜하고 얻는 것도 많기 때문이다. 
오래 걸을 때 푹신한 신발이나 등산화라면 양말을 두 개 껴 싣는 것도 발의 피곤을 덜어줄 수 있다. 

아침은 채식으로 준비되었기에 
빵과 채소를 곁들여 가볍게 먹고는 호텔상점으로 내려가 잠깐 구경하였다. 
백두산 지도가 있어 하나 샀다. 
한국 돈으로 1000원 중국 돈으로 얼마냐 하니 한참머리를 굴리더니 7위안이라 한다. 
보통 1:130정도이니 중국 돈으로 사는 것이 싸다. 
은근히 한국 돈으로 사주기를 바라는 투다. 
어제 들어오며 이야기를 나눈 건너편 가게 아줌마의 눈길이 뒤통수에 와 닿는 것 같다. 
눈이 마주칠 때마다 반갑게 인사하니 은근히 켕긴다. 
그 가게에서는 지도를 보지 못했다. 
어제 그 아줌마는 딸 이야기를 풀어놓았었다. 
이곳에서 대학을 다니다 교환학생으로 강릉대 법학과에 다니고 있단다. 
여름방학에 열심히 아르바이트해서 태국에 연수도 간단다. 
대견스런 딸의 자랑이 크다. 
우리 민족의 교육에 대한 열의는 세계만방에서 인정하는 것이다. 
열심히 공부해서 훌륭한 딸이 되기를 바란다. 











연길시내를 벗어나는 동안
스쳐가는 길가의 풍경이 매우 이채롭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도 공존한다고 해야 할까 
눈길을 끄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보았다.  
산은 낮고 대부분 평지에다 지역이 넓어서 자전거를 많이 이용하는 것 같다. 
자전거리어카는 짐도 나르고 사람도 나른다. 
도로는 그리 복잡하지 않고 자전거, 오토바이, 자동차가 함께 달린다. 
길을 건너는 보행자도 아무 때나 거칠 것 없이 건너다닌다. 
아주 큰 사거리 외에는 신호등도 없다. 
저러 무질서하면 사고가 많이 나지 않을까 하여 물어보는 사람이 있었다.
그러나 교통사고율은 우리나라보다 낮다고 한다.
하여튼
거리의 모습이 참 재미있었다. 
외형적으로 서로 비교될 터인데도 불구하고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은 매우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고 있는 모습이다.

나는 교사로서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는 데에도 매우 큰 용기가 필요했었다. 
그런데 13억 인구가 모두 자동차를 갖고 싶어 하고 자동차를 타고 다닌다면 
에너지, 공해 등 환경적으로 매우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미 북경 등 대도시의 공해는 너무 심하여 대기오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증가하고 있단다. 
중국은 에너지의 많은 부분을 석탄에 의존하고 있다.
청정에너지에 대한 노력이 없다면 중국의 하늘은 어떻게 될까?
이웃한 우리나라에게도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우리나라 뿐만아니라
에너지 사용의 증가는 환경문제와 더불어 더 심각해질 세계 에너지 문제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백두산 가는 길 
주변 지역은 100여 년 전에는 쌀이 생산되지 않았었단다. 
우리 민족이 이주하면서 맛있는 쌀이 나오기 시작하였단다. 
낮과 밤의 기온차가 심하여 과일의 품질도 좋다. 
만약 중국과 FTA가 성사되어 자유로이 쌀과 과일이 수출 된다면 
우리 농촌에 커다란 위협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한다. 
들은 끝도 없이 넓고 소와 말이 평화롭게 풀을 뜯고 농촌의 집들은 질서정연하다. 
더러는 초가집도 보였지만 사람이 사는 것 같지는 않았다. 
이곳의 농촌도 도시로 이주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서 빈집들이 많단다.  
집들을 주의 깊게 살펴보면 외벽이 희고 깨끗한 집들은 조선족이 살고 있는 집이고, 
생긴 그대로 사는 집들은 한족이 살고 있는 집이라고 봐도 거의 틀림이 없단다.

끝도 없이 이어지는 들판은 
주로 주식인 옥수수 밭이고 해바라기도 많이 보인다. 
물을 댈 수 있는 곳은 논들이 차지하고 있는 것 같다. 
이곳은 토지사유제가 아니다. 
농부에게는 장기간 저렴하게 임대해주고 있단다. 
우리처럼 도시에서 돈이 있다고 토지를 소유해서 마음대로 별장 지으며 살수 없단다. 
멀리 보이는 풍경도 산이라기보다는 구릉정도의 언덕으로 
대부분 밭들로 개간되어서 옥수수를 심었다. 




화장실 가기 위해 
중간에 휴게실에 들르니 인삼을 들고 팔고 있다. 
잘 자란 5년근 인삼 같아 보이고 우리 값으로 쳐도 싸지만 
마치 무 자라듯 한 것 같아 신뢰감이 가지 않는다. 
또 이곳은 야산에 인삼을 키우며 같이 묘목도 심게 하여 인삼을 캐내면 
나무가 자라서 숲으로 돌아가게 한다고 한다. 
비록 이곳 환경이 좋지만 농약을 많이 하여 재배한다고 한다. 
그 대신 이곳에서 채취한 꿀은 품질이 좋다고 한다. 
다양한 야생화에서 모은 꿀이기 때문이란다. 
점심 먹으러 음식점에 들르니 조선족 아줌마들이 백두산 등산지도 손수건을 들고 팔러왔다. 
이곳 농촌의 아줌마들 같은데 
관광객을 상대로 이들에게는 푼돈이 아닌 돈을 벌기위해 일하고 있단다. 
보통 월급이 2만원 정도라니 맘씨 좋은 관광객을 만나면 한 달 월급 벌이도 문제없을 것 같다. 
식당 반대편으로 조성된 조선족 마을 입구에는 환영 플레카드가 붙어있었다. 
집이 크고 깨끗하여 보기 좋았다. 
우리 조선족이 열심히 일하여 잘 살고 있는 것을 보니 마음이 편안했다.









백두산으로
가까이 다가가는 동안 
차창 밖으로 지나는 풍경은 매우 아름답고 평화롭기 그지없다. 
농촌지역을 벗어나니 
껍질이 아주 깨끗한 자작나무와 잎갈나무 숲들이 나타났다. 
잎갈나무 숲은 겨울에 눈이 내리면 
스위스의 알프스 풍경도 이만 못하다고 한다. 
다만 이곳의 주택들이 전원의 풍경에 버금가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단다. 
길가에는 개쉬땅나무, 분홍바늘꽃이 제일 많이 눈에 뛴다. 

자작나무는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이름이다. 
학교숲을 조성하면서 많이 심는 나무 중에 하나가 자작나무다. 
말 그대로 불에 탈 때 자작거리며 탄다고 하여 붙은 이름이다. 
자작나무 껍질은 방부작용도 하여 부패를 방지하고자 시체를 쌀 때 쓰기도 하며, 
하얀 껍질에 사랑의 편지를 쓰기도 하였다. 
이곳에서는 매우 깨끗하게 잘 자라는 나무가 
우리가 살고 있는 중부지방에 심으면 여기서 보는 순백한 껍질이 나타나지 않는다. 
지저분한 껍질이 된다. 
아마 이곳 기후와는 다른 조건이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따라서 학교숲을 조성하며 좋은 나무라고 하여 심는 것 보다는 
그곳 환경에 맞는 나무 수종을 식재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분홍바늘꽃도 한때는 학교 화단과 길가 화단에 널리 식재된 꽃인데 
지금은 중부지방에서 보기 드문 꽃이다. 
여러해살이임에도 불구하고 사라진 것은 풍토에 맞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학교에도 몇 송이 사다 심었는데.....  
  
백두산 호랑이를 보기위해 
동물원에 들렀는데 우리가 온다고 하니 모두 탈출하였다는 안내자의 우스갯소리를 들으며....  
방향을 바꿔 부석림으로 향하였다. 
이곳의 흙은 다른 곳보다 까만하다. 
백두산이 폭발할 때 떨어진 화산재로 뒤덮여서 그렇다. 
백두산은 1000여년전 대규모 폭발이 있었고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1957, 1668, 1702년에도 분화가 있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13:10 
부석림에 도착하였지만 비가 내려 우의를 꺼내 입었다.  
부석림에 조금 들어가니 장백산 산신을 모신 사당이 있고 
주변의 나무에는 빨간 천이 둘러쳐있다. 
빨간천은 복과 장수를 가져온다고 하여 사람들이 감아 놓은 것이다. 
사냥꾼들이 이용했다는 나무로 지은 집 지붕에는 이끼가 두껍게 덮여있었다. 

부석림은 
백두산이 폭발할 때 떨어진 용암 덩어리가 
기이한 괴암을 이루어 관광지가 된 곳이다. 
화산재와 함께 특이한 지형을 형성하고 있다. 
이곳 사람들은 
뱀을 좋아해서 뱀같지도 않은데 
뱀의 형상이라 이름 지은 기암도 있고 
잘 보면 마치 수도승이 경전을 펴 놓고 글을 읽는 것 같은 모양도 있다. 
백두산 천지에서 이곳은 상당한 거리인데도  
재도 아닌 거대한 용암 덩어리가 날아왔다니 얼마나 큰 폭발이었는지 미루어 짐작도 안 된다. 
화산재가 뒤덮인 곳에 핀 구절초가 손짓하듯 바람에 흔들린다.

부석림은 
화산폭발로 인한 기암보다도 
다양한 야생화가 더 볼거리이다. 
말하자면 야생화 천국이다. 
미역취, 참당귀, 큰오이풀, 절굿대, 진범, 투구꽃, 딱총나무, 모싯대, 며느리밥풀꽃 등이 
자태를 은근히 자랑하고 있다. 
자연생태에서 건강하게 상호경쟁하며 자라서 그런지 
꽃들이 한결 생생하고 선명하고 싱그러웠다. 
계곡의 물을 지나는 다리도 
나무로 역어놓아서 지나가는 맛도 그만이다. 
참당귀(내가 보기에)
는 줄기가 비어 있는데 그 속에 뱀을 넣고 사나흘 지나면 흔적도 없이 녹을 만큼 독이 강하단다.
 







15:50 
드디어 백두산을 오르는 입구에 도착하였다. 
이곳에서는 버스가 올라갈 수 없고, 셔틀버스를 이용하여야한다. 
작년까지만 하여도 자가용이 직접 진입할 수 있었는데 
자연보호겸 입장료 수입 증가를 위해서 셔틀버스를 이용하게 한다고 한다. 
셔틀버스를 타고 오른 후 
장백폭포를 거쳐서 1386계단을 이용하여 달문으로 오를 예정이었으나 
바람이 너무 심하게 불어 위험하다는 판단에 따라 
오늘 머무를 천상온천관광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유명한 유황온천탕에 들어가 여행의 피로를 먼저 풀기로 하였다. 
이 호텔도 내년이면 철거된단다. 
30년 임대수익을 보장해준다 하였지만 상황이 바꾸었단다. 
백두산을 찾는 한국 관광객이 
중국당국의 예민한 곳을 건드려 자연보호를 구실로 점차 관리를 강화하고 있단다. 
아쉬운 점이다. 
그 동안 조선족이 관리해오던 백두산 주변의 일들을 
지금은 한족이 한다고 한다. 
짐을 푸는 동안 이곳 온천물로 익힌 계란이라고 가져왔다. 
무엇이 특별할까 생각하며 껍질을 까니 잘 익지 않아서 흰자위 부분이 흐물거렸다. 
어렵게 까서 들이마시듯 하니 노른자는 단단하게 익었다. 
이곳은 해발 2000m 정도로 기압이 낮아서 물이 83도에서 끓어오른다. 
노천온천의 물이 83도를 넘지 않으니 
계란을 아무리 삶아도 흰자는 완전히 익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흰자는 꼭 100도가 되어야만 익는가? 








저녁에는 
손가락만한 백두산 송이를 맛보았다. 
진짜냐 가짜냐 송이도 가짜가 있냐는 등 
모두들 송이에 일가견이 있는 듯 송이를 주제로 열을 올리며 
제일먼저 송이를 다 먹어치우고 나중에 아이들이 남긴 송이까지 가져다 먹었다, 
좋다는데 말릴 일이 있나! 
8시에 다시 모여서 김미란선생님의 백두산 생태이야기와 영상물을 보았다. 
  
백두산은 우리민족의 성산이다. 
연변에서는 아버지의 산이라고도 한다. 
덕을 많이 쌓지 않으면 천지를 보기 힘들다고 한다. 
하루에 6번을 오르고도 천지를 못 보았다고도 한다. 
백두산에는 호랑이, 반달곰이 살 수 있을 정도로 생태보전이 완벽한곳으로 인정받고 있다고 한다. 
수목한계선은 1700-2000m까지로 
그 위로는 초원이 펼쳐져 있으며 이 초원의 야생화가 장관을 이룬다. 
내일은 이곳에 올라가 볼 수 있다. 
가슴이 설렌다. 
날씨가 좋아서 천지도 보고 
드높은 초원의 야생화군락(두메양귀비, 하늘매발톱, 구름국화 등)을 감상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시간이 늦어 학생들은 방으로 올려 보내고 
선생님들만 모여서 푸른숲선도원 활동 지원 방안을 논의하였다.  
많은 의견이 나왔고 앞으로 나아갈 길이 무엇인지 방향을 설정하는데 
도움이 되는 내용들로 아주 진지한 시간이었다. 
지도교사의 자질과 능력, 지도교사의 활동 단계, 교사 및 관리자에 대한 연수 확대, 
시스템적 운영방안, 동아리활동과 청소년 단체 활동의 한계, 한구루 녹색회의 역량 강화 등등  
다양한 논의도 중요하지만 하나하나 한발한발 실천해나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  

내일은 장백폭포를 본후 소천지와 지하삼림에 간다. 
백두산은 지프를 이용하여 올라가 천지를 탐사한다. 
그러나 서파쪽의 등산은 도로공사중이라 취소하였다. 
아쉬울 따름이다. 천지라도 보여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