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벗고 문화를 입자
_ "나이 없는 날"
* 상상마당 주자창 앞에서 나이 없는 날 화려한 개막식을 열었다
나이를 벗고 문화를 입은 9월 9일 "나이 없는 날"을 맞아 젊은이들의 대표적인 문화공간인 홍대 앞에 새로운 주인공인 어르신들로 가득 찼다. "나이 없는 날"은 지역에 살면서도 기회가 닿지 않아 홍대 앞 문화를 지켜보기만 해야 했던 어르신들의 참여 염원을 모아 만든 문화 소통행사로 이 날 하루만큼은 어르신들도 젊은이들과 함께 젊음의 문화를 누리고 홍대 앞 각종 문화공간들을 체험할 수 있었다. 각 지방문화원 '어르신문화학교'의 60대 이상의 어르신들이 참여해 전국 각지에서 모인 총 2,000여 명의 어르신들이 2009년 한 해 동안 배우고 연마한 공연, 전시, 예술시장, 전통문화체험 등 각자 준비해 온 다양한 프로그램들로 홍대 앞 일대를 가득 메웠다.
* 변신타임으로 다양한 모습으로 변장한 뒤 어르신들이 즐겁게 웃고있다
'홍대 앞'으로 불리는 서교동의 지역문화행사로 시작하여 올해 9월 그 규모와 의미를 넓혀 전국적인 어르신 문화축제로 거듭나는 "나이 없는 날"은 '나이로 인한 문화적 장벽을 뛰어 넘자'는 취지로 실버문화의 새로운 대안책을 제시하는 행사였다. 변신타임으로 시작된 이날 행사는 어르신 분들이 알록달록한 가발과 파격적인 의상을 입고 홍대거리를 활보했다. 변신타임을 통해 동화 속 주인공처럼 변신을 한 어르신, 힙합가수처럼 변신한 어르신,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풍경에 보는 사람들마다 신기한 듯 쳐다보기도 했다.
* 얼굴에 아름다운 페이스페인팅을 하고 있는 어르신의 모습
어르신들의 변신을 돕는 상상공장의 젊은 기획자들의 손길이 바빠질수록 축제의 분위기는 무르익어 갔다. 변신 후 어르신들은 홍대 앞 잘 나가는 라이브 클럽과 소극장에서 각각 밴드 공연과 연극 공연, 어린이 놀이터에서는 거리전시, 거리공연 등을 펼쳐졌다. 또한 쉽게 가볼 수 없었던 아트카페나 문화 공간 탐방과 더불어 인디밴드의 거리공연 관람, 댄스클럽에서의 나이 없는 댄스파티로 그 흥을 돋우기도 했다.
* 목공예를 이용해 새를 만들고 계시는 대덕문화원 어르신
홍대일대는 거리마다 어르신들의 공연으로 흥겨운 우리가락이 흘러나왔고 지방 문화원을 대표하는 자랑거리들로 시끌벅적한 장터 같은 분위기가 마련되었다. 요즘 홍대에서 이뤄지고 있는 아트마켓보다 오히려 더 신선했을 뿐 아니라 어르신들의 애정이 담긴 아기자기한 물품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 높았다. 다채롭고 다양한 소품들로 손수 만든 천연비누에서부터 현무암으로 만든 맷돌, 퀼트작품, 연잎밥, 수수떡을 비롯한 각종 먹거리에 이르기까지 각 지역 고유의 향기를 느낄 수 있었다. 지역에만 국한되어있던 콘텐츠들이 걷고 싶은 거리에 펼쳐놓아 특색있는 아트마켓이 형성되고 어르신들의 인심도 후해서 사람들의 발길을 이끌었다.
* 브이홀에서 어르신들의 뜨거운 환호를 받은 잔다리밴드
거리에서 아트마켓과 공연이 펼쳐지고 있을 때 각 카페와 클럽에는 어르신들의 콘서트와 댄스파티준비로 분주히 움직이는 사람들도 있었다. 브이홀, 사운드 홀릭 등의 라이브 클럽에서 열리는 콘서트 리허설을 준비하며 음향을 체크하는 어르신들의 목소리에는 사뭇 떨림과 진중함이 묻어나 그들의 열정은 그간 이날의 행사를 위해 준비해 온 시간과 노력을 보여주었다. 본 공연에선 실수 한번 하지 않는 노련미를 보여주었으며, 홍대 인디밴드인 잔다리밴드와 함께하는 시간에는 열정적으로 응원해주는 훈훈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 길거리에서 열린 어르신들의 즉석댄스파티가 열리고 있다
축제의 마지막 화려하게 장식해준 홍대의 대표문화인 클럽에선 어르신들의 댄스파티가 열렸다. 왠지 관광버스 춤을 출 것 같고 트로트가 흘러나올 것 같은 어르신들만의 댄스파티가 될 것 같았지만 예상과는 달리 어르신들과 젊은이 들이 한데 어우러져 YMCA음악에 동작까지 맞춰가며 어깨동무를 하는 모습은 그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나이 없는 날"에 행사 중 가장 감동적인 명장면이었다. 유난히 세대 간의 이데올로기 격차가 큰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이런 광경이 펼쳐질 수 있다는 것이 놀랍고도 신기할 따름이었다.
어르신들에게 하루 동안 젊음을 전하는 "나이 없는 날"은 '기회'로서의 역할을 넘어, 나이든 세대를 가로막는 문화적, 사회적 장벽을 서서히 허물고 노년층의 사회적 참여와 문화적 향유기회를 넓힐 수 있는 '계기'를 보여주며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축제였다. 앞으로 이 날 하루만큼은 대한민국에 나이가 사라지고 젊음과 문화가 소통하기를 바라며 다음을 기약하고 이 날을 아쉬워하는 어르신들이 오늘 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홍대에서 젊음을 만끽하는 하루는 보내는 것을 더욱 더 기대해 본다.
글 _ 박경밀 (나이 없는 날 기획단)
사 진 _ 신성원, 유영승 (나이 없는 날 사진팀)
에디터 _ 김정미
2009.9.12
idea 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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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와우 이런 것도 있었네요
다음엔 같이 참여해요 ^ㅡ^
와우, 재밌었겠네요! 다음엔 저도 꼭!
느와르님도 다음에 어르신들과 함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