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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세포인 박테리아는 35억년 전에 출현하여 25억년 전에 확산되었다. 그러다 17억년 전에 단세포와 단세포가 합쳐지는 다세포화가 이뤄진다. 그렇게 10억 년이 지난 7억년 전, 마침내 동물이 발생한다. 그런데 이로부터 2억년이 지나야 식물이 나타난다.
식물이나 동물이나 호흡을 해서 살아간다는 점에서는 같은 생물이다. 그런데 식물이 더 늦게 나타난 것은, 진화 과정에서 더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 길을 모색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식물은 여기저기 돌아다니지 않아도 한 자리에 고정되어 가족과 함께 살 수 있고, 물과 햇빛만으로 얼마든지 살아갈 수 있다. 동물의 수명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만큼 길다.(물론 영원히 죽지 않는 해파리가 있다. 늙으면 도로 아기해파리가 되어 일생을 새로 시작한다. 물론 영생하는 단세포처럼 생존조건이 나쁘면 죽는다.)
- 4800살의 브리슬콘소나무, 캘리포니아, 미국
식물은 수천 살을 살아내는 사례가 많다. 화재가 나지 않으면 몇 백년, 몇 천년의 수명은 보장되는 셈이다. 뿌리를 보전하여 무한 반복하여 재생되기도 한다.
그것은, 동물은 풀이든 열매든 고기든 꾸준히 먹이를 찾아야 하지만, 그러다 먹이를 찾지 못하면 굶어죽지만 식물은 그럴 걱정이 매우 적다. 물과 햇빛만 있으면 생존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사실 햇빛과 이산화탄소는 무진장하니 걱정할 일이 아니다. 더러 물이 적으면 선인장으로 변하고, 햇빛이 적으면 음지식물로 변하여 생명을 연장하기도 하니 사실상 걱정이 없는 셈이다.
이런 이유로 식물은 살아남아야 한다는 목표를 가진 생명체로서는 최적의 조건을 갖춘 셈이다.
인간도 이처럼 식물같은 삶을 살기 위해 금전을 모으고, 큰 집을 짓는다. 마치 영원히 살 것같은 마음으로 수백년간 일하지 않고도 먹을거리를 댈 수 있는 커다란 부(富)를 상상하기 때문이다. 돈이란 곧 물과 햇빛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비록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지만 오늘날에도 오직 생존을 위해 몸부림을 친다. 핵무기를 만들고 전쟁을 하는 것은 생존을 보장받기 위한 것이다.
식물도 더 안정적인 생존을 위해 다른 식물이 가까이 오지 못하도록 공격하는 시스템을 갖춘 경우도 있고, 더 키를 키워 키 작은 식물을 도태시키기도 하지만 동물들이 서로 잡아먹는 것만큼 격렬하지는 않다.
따라서 동물이 사라진다고, 특히 인류가 멸종된다고 해서 생명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인간만 생각을 한다고 생각하면 안된다. 식물도 생각을 할 수 있고, 존재를 자각할 수 있다. 곤충을 잡아먹거나 남의 식물에 기생하여 살아가기도 한다. 식물에도 신경전달물질이 있으며, 6주간 생존하는 겨자는 뿌리 쪽에 스타톨리스라는 뇌가 있다는 사실까지 연구되었다. 메이애플이란 식물은 2년간의 기후를 계산하여 성장계획을 세우기도 한다. 가스 등을 배출하여 다른 식물과 소통하기도 한다. 다만 식물의 생존 조건 상 복잡한 계산이 필요없어 인간이나 동물같은 두뇌는 필요하지 않을 뿐이다.
* 2017년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인간의 유전자 수는 식물보다 더 적은 것으로 밝혀졌다. 그간 670만 개에 이른다던 유전자가 실제는 2만 개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 인간의 유전자는 식물보다 더 적다.
<숲과 들에는 종종 불이 난다. 누군가는 불이 나기를 애타게 기다린다>
* 재미있는 나무 이야기
◎가장 오래산 나무
미국 서부 네바다산맥의 고지에서 발견된 4,862살의 소나무라고 한다(위 사진). 정말 어마어마하게 오래 살았다.
미국 캘리포니아주(California)의 세쿼이아 국립공원에 있는 일명 '자이언트 레드우드'라고 불리는 아메리카삼나무는 약 3,000살, 키는 약 84m, 지름 11m, 둘레 31m다.적갈색인 이 나무는 껍질 두께가 61㎝이며 무게는 뿌리를 포함해서 약 2,000톤으로 추정된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 나무를 보기 위해 이곳을 찾는데, 레드우드 방문센터에서는 나무를 보호하기 위해 매년 6월 15일부터 9월 1일까지 하루 두번씩 45인승 버스를 운행하여 하루에 90명만이 이 나무를 볼 수 있고 그 밖의 계절에는 하루에 25대의 승용차 방문만을 먼저 오는 순서대로 허용하고 있다고 한다
◎ 세상에서 가장 큰 나무
미국 캘리포니아주 세콰이아 국립공원에 있는 아메리카삼나무 키는 약 84m, 지름 11m, 둘레 31m다. 적갈색인 이 나무는 껍질 두께만 61cm이며 무게는 뿌리를 포함해서 약 2천 톤으로 추정된다. 나이는 약 2,100살. 제네럴 셔먼(셔먼 장군)이라는 별칭을 지니고 있다. 같은 공원 안에 제네럴 그란트(그란트 장군)라는 별칭의 거대한 나무도 있는데, 이 나무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나무로 알려져 있다. 참고로 세콰이아는 미국 캘리포니아 원산 삼목과(科)의 거목을 가리키는 말로, big tree(세계수), redwood(미국 삼목)의 2 종이 있다. 본래는 체로키cherokee 문자를 고안한 아메리카 인디언을 가리키는 말이다. 요컨대 Sequoya인디언.
◎ 키가 제일 큰 나무
현재 살아있는 나무로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레드우드 국립공원의 아메리카삼나무인데, 키는 약 1백11m, 나이는 600살 이상이라고 한다. 1963년에 National Geographic Society에서 높이를 측정하여 세계 최고의 나무로 인정되었지만 1990년대 초에 꼭대기 부분이 부러졌고, 결국 1995년에 다시 높이를 측정했다. 그 결과 1963년 당시에는 세계 최고가 아니라 세 번째로 큰 나무였음이 밝혀졌다. 물론 지금은 가장 키가 큰 나무이다. 한편 호주 바우바우산의 유칼리나무는 1885년 당시 1백43m였다고 한다.
◎ 가장 무거운 나무
미국 캘리포니아주 세콰이아국립공원에 있는 아메리카삼나무 '제네럴 셔먼 트리(셔먼장군나무)'의 몸무게는 얼마나 될까? 2톤 무게의 코끼리 1000마리를 합친 2000톤이다. 키는 82.4m, 둘레는 31m, 껍질의 두께만 61cm라고 하니 지구상에서 가장 거대한 생명체라고 할 수 있다
◎ 가장 넓은 땅을 뒤덮고 있는 나무
인도 캘커타 인도식물관에 있는 약 210년생 반얀나무인데, 약 1.2 헥타르를 뒤덮고 있으며 1,775 개의 버팀목이 받치고 있다.
◎ 둘레가 가장 긴 나무
이탈리아 시칠리아의 에트나산에 있는 유럽밤나무. '1백마리 말의 나무'라는 별칭을 지니고 있는 이 나무의 둘레는 약 58m.
◎ 가장 키가 작은 나무
아메리카삼나무처럼 빌딩 만한 나무도 있지만 '이게 풀이지 나무야?'라고 의심될 정도로 키가 작은 나무도 있다. 바로 시베리아, 캄차카 반도, 우리나라 제주도 등에서만 드물게 발견되는'돌매화나무'. 돌매화나무는 세상에서 가장 키가 작은 나무다. 보통 1.2cm 밖에 자라지 않는다. 하지만 부름켜가 있어 계속 자라며 몇 해를 사는 '당당한'나무다.
◎ 가장 빨리 자라는 나무
말레이시아의 사바 지방에 있는 '알비치아 팔커타'란 나무는 13개월 동안 약 10.7m가 자랐다는 기록이 있다. 열대 기후 속에서 1년에 10m 가까이 자란 셈이다. 참고로 가장 빨리 자라는 식물은 '제네라대나무'로서 하루에 93cm나 자랐다는 기록이 있다.
◎ 가장 느리게 자라는 나무
100년을 넘게 살아 온 노인이 평생 동안 지켜봐도 키가 그대로인 나무가 있다. 멕시코에 있는'디운에듈'이란 나무는 1년에 평균 0.76mm 밖에 자라지 않는다. 100년 동안 8cm도 자라지 않는 셈. 우리나라의 회양목도 아주 느리게 자라는 나무로 300년을 자라도 그 두께가 20cm도 안 된다고 한다.
◎ 세계에서 가장 큰 열매를 맺는 나무
겹야자나무의 열매는 길이가 평균 45cm, 무게는 13~30kg이다. 열매를 맺는 데 무려 10년이 걸린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열매를 맺는 나무는 모과나무다.
◎ 세계에서 가장 나무가 많은 곳
아마존 숲의 면적은 600만㎢로 우리나라 숲 넓이의 94배다. 한 해 2000mm 이상의 비가 오고 기온이 높아 나무가 살기엔 최고의 조건인 이 곳은 지구에 필요한 산소의 3분의 1을 공급해 주는'지구의 허파'다. 하지만 산업이 발달하면서 아마존 숲은 파괴되고 있어 1960년부터2000년까지 40년 동안 한반도의 8배 넓이의 숲이 사라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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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좋은 종자를 남기려는 식물의 필사적인 노력
한겨레신문 / 식물의 성욕은 동물보다 강하다?
곤충 유혹 위해 잎이 꽃으로 변신, 잎 벌려 꽃 두드러지게 만들기도
수정 마치면 고개 숙이는 산수국 꽃, 다른 꽃에 수정 기회 넘겨
» 긴꼬리제비나비 애벌레. 새싹으로 곤충을 배불리 먹인 뒤 식물은 자신의 짝짓기에 바빠진다.
봄이 되어 숲의 나무마다 맛있는 어린 새싹을 내어 애벌레를 오동통하게 키울 무렵, 숲에는 짝을 찾는 새들의 다양한 구애 소리로 한바탕 시끄러워진다. 그렇게 숲 속 새들의 ‘결혼 시즌Ⅰ’이 시끌벅적하게 끝나면 애벌레와 새를 먹여 살리느라 고생한 나무의 ‘결혼 시즌Ⅱ’가 시작된다.
» 화분 안에 둥지를 튼 박새 가족.
» 화분 안에 둥지를 튼 노랑할미새.
» 딱새 둥지에 탁란한 뻐꾸기.
식물이나 동물이나 살아가면서 가장 멋있고 아름다운 때는 종 번식을 위한 결혼 적령기이다. 아래 사진의 원앙도 짝짓기 철 혼인 깃이 가장 아름다워 보인다. 원앙이 화려한 색을 띠는 이유는 자신의 화려한 깃으로 건강미를 과시해 원하는 짝을 얻기 위해서이다.
» 화려한 혼인 깃으로 장식한 원앙 수컷.
덜 알려진 또 다른 이유 하나는 새끼를 기를 때 매와 같은 천적으로부터 자신이 먼저 눈에 띄어 희생함으로써 아기 새와 엄마 원앙을 보호하기 위해서이다. 원앙은 천적으로부터 자신의 새끼나 둥지가 노출될 위협을 느끼면 날개가 부러지거나 다친 척해서 천적을 유인하는 의태 연기가 아주 뛰어난 새 중 하나다.
그러고 보면 자식 사랑은 사람이나 새나 모두 같은 것 같다. 시간이 지나 새끼 원앙이 독립할 수 있을 만큼 성장하면 수컷 원앙의 혼인색도 암컷과 비슷한 색으로 변하게 된다. 더는 천적에게 위험하게 노출되는 화려한 깃을 가질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참고로 결혼 폐백상을 장식하는 목각으로 만든 다정한 새 한 쌍은 많은 이가 원앙으로 알지만 잘못된 상식이다. 원앙은 일부다처제이기 때문에 폐백상에 적합하지 않다. 폐백상에 오르는 새는 평생 한 배우자하고만 살아가는 기러기 부부이다. 고등식물이나 동물들은 언제 변할지 모르는 다양한 환경과 장애를 극복하고 생존할 수 있도록 자손에 변화된 유전자를 남기려 한다. 이를 위해 유전자가 서로 다른 암수가 짝짓기와 수분을 통한 수정으로 새로운 유전자 조합의 2세를 탄생시키는 진화를 이룩했다. 식물은 동물의 성기 같은 기능을 하는 암꽃과 수꽃을 만들어 수분하는데, 식물은 동물과 달리 스스로 이동할 수 없어 꽃가루를 이동시켜 주는 다양한 매개체를 이용해 배우체를 만나 수분한다. 꽃가루를 이동시켜 주는 매개체에 따라 바람을 이용하는 풍매화, 물을 이용하는 수매화, 곤충을 이용하는 충매화, 새를 이용하는 조매화가 있고 때론 동물을 이용하기도 한다. 여기서는 주로 곤충을 이용하는 충매화에 대해서 알아보기로 하자.
» 개다래 꽃.
위 사진은 숲 가장자리 길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덩굴성 나무인 개다래의 꽃이다. 개다래는 자신의 꽃을 먹는 곤충 등쌀에 꽃을 보호하기 위해 꽃을 잎 뒤에 숨기는 전략을 세웠는데, 정작 결혼을 시켜 줄 곤충까지 꽃을 찾지 못하는 불상사가 발생하게 되었다.
» 꽃이 피면 개다래의 잎이 희게 변색돼 곤충의 눈길을 끈다.
그래서 개다래는 꽃 피는 시절이 되면 자신을 결혼시켜 줄 곤충을 불러 모으기 위해 잎의 일부를 꽃처럼 화려하게 변장하는 방법을 찾게 되었다. 이렇게 잎을 꽃처럼 위장해서 곤충들을 유혹한 뒤 수정이 끝나 본연의 임무들 마치면 잎은 다시 광합성 작용을 위해 초록색으로 돌아간다.
» 개화기에 붉게 물든 쥐다래의 잎.
개다래와 같은 속인 쥐다래는 개다래보다 더 화려한 분홍색으로 잎을 물들여 자신을 결혼시켜 줄 곤충을 유혹한다.
» 백당나무.
백당나무 꽃에서 우리가 얼핏 꽃으로 생각하는 부위는 사실 꽃이 아니다. 커다랗게 보이는 꽃 안쪽에 있는 작은 꽃이 열매가 맺는 진짜 꽃이고 밖에 보이는 하얀 꽃잎처럼 보이는 것은 멀리서도 곤충을 유혹할 수 있게 꽃을 크게 보이게 만드는 헛꽃이다.
» 불두화.
꽃 욕심 많은 사람이 백당화의 꽃을 더 화려하게 보기 위해 열매가 맺는 진짜 꽃을 없애고 헛꽃만 피우게 육종했다. 그렇게 만든 꽃이 불두화이다. 불두화는 꿀이 들어있는 진짜 꽃이 없기 때문에 벌이나 나비 같은 곤충이 찾아오지 않는다. 사찰 주변에는 불두화처럼 꿀이나 향기가 없어 곤충이 찾지 않는 식물을 심는 데는 이유가 있다고 한다. 수양하는 스님이 꽃에 찾아오는 벌이나 나비를 보고 마음이 흔들릴까 걱정되어서라는데, 믿거나 말거나 이야기일 수도 있다.
» 산수국.
여름이면 산 계곡 주변에서 다양한 색으로 아름답게 꽃을 피우는 산수국을 볼 수 있다. 산수국도 결혼할 시기가 되면 아름답고 아주 커다랗게 보이는 꽃이 피는데, 백당화처럼 열매를 맺는 유성화와 꽃을 화려하게만 하는 무성화를 피운다.
» 뒤집힌 산수국 헛꽃.
그런데 산수국은 특이하게도 수정이 되면 곤충을 유혹하기 위해 꽃처럼 화려한 색으로 치장했던 무성화가 신기하게도 본연의 임무를 마친 듯 화려한 색을 빼고 뒤로 벌러덩 뒤집히는 특징이 있다. 수정을 마친 꽃은 이제 열매 맺는 데 집중하고, 아직 미수정인 꽃에게 기회를 넘기는 것 같다.
» 흰 꽃처럼 보이는 산딸나무 총포.
사진에 보이는 산딸나무는 공처럼 보이는 곳에 작은 성냥개비처럼 붙어 있는 게 진짜 꽃이다. 꽃이 작은 산딸나무는 총포를 하얗고 큰 꽃처럼 만들어 곤충들을 유혹하는 전략을 가졌다.
» 곤충들 눈에 잘 띄게 잎 사이로 꽃을 들어 올린 피나무.
잎이 아름다운 하트 모양인 피나무는 결혼할 때가 되면 곤충을 유혹하기 위해 잎 아래에 달린 꽃대를 잎 사이로 들어올려 꽃을 피우는 결혼 전략을 쓴다.
» 곤충들에게 꽃을 잘 보이기 위해 잎을 벌린 찰피나무.
위 사진에서 한 아름 화려하게 피어 있는 것은 찰피나무의 꽃이다. 찰피나무는 곤충을 유혹하기 위해 강한 꽃향기와 함께 곤충이 꽃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잎을 좌우로 벌려 꽃이 잘 보이게 하는 전략을 편다. 결혼할 때는 잎을 펼쳐 광합성을 조금 희생하더라도 곤충에게 자신의 가장 중요한 부위를 지퍼를 열 듯 보여 줘 유혹하는 것이다. 이처럼 식물은 자신의 2세를 만들기 위한 온갖 수단을 써 곤충을 유혹한다. 어쩌면 식물의 성욕은 동물보다 강한지도 모른다. ■ 참고문헌:
이경준. 1993 수목생리학남효창. 2008 나무와 숲강혜순. 2002 꽃의 제국이나가키 히데히로. 2006 풀들의 전략
글·사진 양형호/ 국립수목원 전시교육과 현장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