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산에 살고 있는 가을 야생화 그리고 소!
영주산은 신선이 살고 있다는 상상속의 산이다. 중국 고대에는 영주산과 봉래산 그리고 방장산 이라는 곳에 신선들이
노니며 불로초가 자라고 있다고 해서 많은 사람들이 불로초를 구하려 헤메였다는 3신산의 전설이 있을 뿐이다.
진시황 시대에 서복이라는 신하가 불로초를 구하려 서쪽 먼바다 섬에 있는 영주산을 다녀왔다고 하여 제주도를
서영주로 부르기도 하고 한라산을 영주산으로 호칭하기도 하였다 한다.
전라북도 변산반도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중심부 변산을 영주산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변산에다가 영주산, 능가산,
봉래산 등 좋다는 이름을 그냥 같다 붙였다는 인상을 주고 있지만 제일 높은 봉우리를 의상봉으로 부르는등 정식 명칭
으로는 사용하지 않는다. 경상북도 영주에 있는 산을 영주산이라고도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는 지역에서 산을 좋아
하는 동호인들이 재미삼아 붙인 이름일 뿐이다.
영주산은 제주도 서귀포시 표선면 성읍리에 위치한 작은 오름(기생화산)이다. 조선시대의 조정에서는 제주도를 3등분
하여 제주목과 정의현 그리고 대정현을 설치해 다스렸는데 오늘날 성읍이라 불리는 정의현 고을의 안산 격으로 자리
잡은 것이 이 영주산이며 한라산의 직계이고 신성시해야 한다는 느낌을 주기 위해 영모루 등 다양한 전설이나 설화를
갖고 있다.
영주산은 해발 326m이고 비고는 176m에 불과하나 인근에서는 가장 높기 때문에 훌륭한 전망을 보여 준다.
동북쪽으로 트인 말발굽형 분화구를 갖고 있는데 동쪽은 안만한 능선이지만 북쪽과 남쪽 및 특히 서쪽으로는 상당히
가파른 경사면으로 이루어져 오르기가 어렵다. 이런 특성으로 인해 영주산을 보는 방향 마다 형태가 모두 달라 영주산
스스로 진면목은 보여주지 않고 보는 사람에 차별을 두고 적당히 보여준다는 말까지 생겼다.
완만한 경사면인 동쪽 산책로에 목제 통로가 설치되어 있다. 요즈음 제주도의 오름에는 나무 데크, 폐타이어고무매트, 야자수로 만든 매트 등을 많이 깔아 놓고 있다. 이는 읍면동 행정 기관과 더불어 마을에서도 경쟁적으로 예산을 타내
오름꾼들을 위한 것이라고도 한다. 일부 사람들은 인공의 설치물에 대해 거부감을 갖기도 하나 자연보호와 목장의
관리를 위해서는 그리고 관광객 유치 차원에서 꼭 필요한 것인지도 모른다.
풀 속에서 잔대꽃이 조용히 나와 수줍은 듯 고개를 숙이고 있다. 잔대는 도라지, 더덕 등과 같이 뿌리 약초로 쓰인다.
잔대는 가래, 천식 등 소화기 계통의 치료에 쓰이지만 자궁염 등 여성질환에도 좋으며 남자들에게는 니코친과 알코올 나아가 화학조미료에 이르기까지 강한 해독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한다. 옛날에는 봄이 오면 이 잔대 순과 뿌리를 채취
해다가 나물을 무쳐 맛있게 먹었는데 제주도에서는 많은 오름위에 지천으로 있지만 먹을 줄 모르는 것 같았다.
산박하는 아직도 건재하다. 지난 6월부터 각종 오름의 이 곳 저 곳에 많이 피어 있는 산박하는 여전히 작은 꽃들을
달고 있다. 깻잎나물로도 불리는 이 야생화는 화려하지도 우아하지도 독특하지도 않는 그야말로 있는 듯 없는 듯
모습을 한 수수한 서민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영주산의 동동남쪽 경사면에는 넓은 풀밭이 조성되어 있다. 때문에 이 초지에 작고 앙증맞은 들꽃들이 자연스럽게
피었다 지기를 반복한다. 사계절 철따라 서로 다른 꽃들이 누가 보던 안 보던 자연스럽게 피어난다.
나비나물도 조용히 자리잡고 있었다. 열매가 완두콩과 유사하다는 나비나물은 잔대와 같이 이른 봄철 새순을 채취해
나물을 무쳐 먹었다고 한다. 보통 이 풀은 크기가 30 - 100cm에 이른다고 하는데 이곳의 나비나물을 10cm 전후로
바닥에 낮은 포복을 하고 있다. 아마 바람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품종도 애기나비나물일지도 모른다. 꽃대도 높지
않고 가능한 바닥에 가깝게 굽어 있다.
능선을 따라 보행로가 설치되어 있는데 이 길을 소들이 먼저 자리잡고 서 있었다. 나무 데크인지라 풀이 없어 먹는
다는 것과는 무관하게 허공을 바라보며 무심히 서있는 모습이다. 인근에 비해 바닥이 단단하여 균형을 잡기 좋아서
그러한지 아니면 인간이 이 길을 통과하는 것이 못 마땅해서 막고 있는 것인지 모를 일이었다.
소는 매우 영민한 동물이라고 했다. 두뇌가 발달되어 인간과 관련한 사항을 잘 알고 있다. 이 길이 사람들이 다니는 곳
인 줄 반드시 알고 있음에도 선뜻 비켜주지 않는다. 눈 싸움에 그럴듯한 엄포가 있어야 슬며시 발걸음을 옮겨 놓는다.
어느 소는 얼굴에 불만 표정을 보이기도 한다. 이 곳은 소가 먼저 점령하였기 때문에 제발 오지 말라고 하는 것 같다.
길에서 비켜났던 소들은 등산객이 멀리 가자 다시 길 쪽으로 모여 회의를 하는 모습이 보였다. 기분 나쁘게 길을 내
주었는데 다음부터는 단단히 우리 구역을 지키자는 결의를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소들의 회의가 끝나는 듯 하더니 소들이 능선의 산책로를 따라 일렬로 정렬하기 시작하였다. 좌우로 별려 막아내는
대열 보다는 앞뒤로 배치하면 서로 물러서지 못하기 때문에 효율적인 방어가 될 것이라고 결정한 모양이다. 소들도
자신들의 영역을 분명히 하려는 것이리라 여겨주고 싶었다.
왜우산풀도 곳곳에서 꽃을 피우고 있었다. 누룩치라고도 불리는 이 식물은 진졍작용과 더불어 비만이나 고지혈증 및
항암 작용을 한다고 하여 한방에서 유용하게 사용된다고 한다.
이질풀은 참 종류가 많다. 붉은색에서 분홍색을 거쳐 횐색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색을 보여주고 있고 무늬도 약간씩
다른 모습을 보여 쉽게 구별하지 못한다. 크게 이질풀과 쥐손이풀로 구분되나 노관초, 개발초, 거십초, 민들이질풀,
분홍이질풀, 붉은이질풀, 흰이질풀 등 제 각각이다. 그렇지만 약효는 대동소이하다는데 소염, 지혈, 살균 작용을
한다고 하며 한방에서 현초란 약명으로 위궤양, 십이지장궤양에도 처방을 하고 민간에서는 설사약으로 사용된다.
비록 땅바닥에 붙어 있지만 제법 향기를 피우는 이 놈은 돌가시나무의 꽃이다. 찔레꽃과 비슷하지만 본체인 나무는
많이 다르다 물론 가시가 있는 등 유사하기도 하지만 바닥을 기는 줄기임에도 나무라는 명칭을 붙인 것을 보면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나무를 달여 마시면 관절통에 좋다는 말도 있다.
영주산 일부가 햇볕을 잘 받는 풀밭을 갖고 있지만 상당수의 면적은 숲으로 이루어져 있다. 하산길에는 삼나무가 무성
하여 간벌해 놓지 않았으면 매우 어두운 모습이었을 것이다. 어둡고 습한 이 곳에도 야생화는 피어 있었다.
참취가 꽃을 피운 모습이다. 곰취가 다소 높은 지역에 분포한다면 참취는 비교적 낮은 곳에 있다. 우리가 나물로 먹는
참취는 대부분 재배를 하는 것인데 야생에도 흔하게 존재한다. 다만 참취를 채취하는 봄에는 참취를 찾기가 어렵고
이렇게 꽃이 폈을 때만 쉽게 알 수 있는 것이다. 마치 약 올리는 것 같기도 하다.
제주도 시골에서 소앵이가시라고 하는 엉겅퀴는 가시나물, 항가새, 마자초, 엉거시 등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피가 멈춰
엉키는 효능이 있다고 하여 엉겅퀴라고 했다고 한다. 가시가 강한 느낌을 주어 접근을 쉽게 못한다는 선입견을 갖게
하지만 나비와 벌이 가장 좋아하는 꽃이며 무당벌레, 개미, 거미, 짓딧물 등 곤충들도 매우 좋아하는 식물이다.
약효도 상당히 뛰어나 위장병 치료제로 쓰이며 종기와 지혈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된다고 한다. 강원도에서는
고려엉겅퀴를 곤드레나물이라 하여 비빔밥의 최고 재료로 활용된다.
영주산의 분화구는 한 쪽으로 터져버린 말발굽형이다. 그렇지만 중심부는 잘 발달된 모습을 보여주며 다양한 식생을
보유할 수 밖에 없는 여건을 갖춘것으로 생각된다. 그런데 이 곳에 목장이 조성되어 있어 이 곳의 나무와 풀과 그리고
꽃이 마치 소들의 소유인 양 생각되니 약간 씁쓸하기는 하였다. 오름을 나서면서 다시 능선을 바라다 보니 소들도
마주 처다보고 있었다. 마치 다시 오지 말아달라고 부탁하는 듯이......
첫댓글 사진찍으랴.. 올리느라 대단히 했쑤다^^ 만물박사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