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과 세상물정에 대한 철없는 수다를 털고, 오늘이 어제가 되어가는 시간에 집으로 돌아왔다. 가볍게 열어 둔 현관문을 지나 신발장을 보니 알록달록한 작은 단화가 하나 놓여있었다. 단화를 보는 순간, 나는 외할머니가 오셨음을 직감했다. 작고 알록달록한 단화는 외할머니가 즐겨 신으시던 신발이었다. 조금은 긴장한 마음으로 거실에 들어왔다. 거실엔 외할머니는 없었고, 외할머니가 되어가는 어머니가 이불을 망토처럼 두른 채 졸고 있었다. 내일의 장사를 위해 무릎 앞엔 수북이 쌓인 알밤들이 반은 벗은 채로 반은 입은 채로 놓여있었다. 젖은 한기를 느낀 어머니는 부스스 눈을 뜨셨다. 아들, 왔니. 나는 괜한 잔소리를 하며 무거운 방으로 들어왔다. 외할머니가, 내가 알던 외할머니가 아니어서 단화가 너무 미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