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멀리 안면도가 보이는 보령호 대전교구 갈매못 순교 성지를 찾아 기도를 바치는 신자들의 모습이 참으로 경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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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교의 얼을 품어 안은 듯 저녘 노을에 불게 물든 갈매못 순교 성지 앞바다에 고갯배들만이 한가롭게 깃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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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젊은 조각가 김종필 라파엘씨가 제작한 십자가의 길 14처에서 바라본 갈매못 쪽빛 바다 멀리에 천수만과 안면도가 아스라히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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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리의 성모 성당은 제대 뒷편 유리화를 미닫이 방식으로 열고 닫을 수 있도록 한 게 특징이다. 성찬의 전례 직후 제대 뒷편 유리화가 접히고 유리창에 쪽빛 바다가 나타나자 신자들이 감탄을 하고 있다.
| 내포 끝자락 보령호. 멀리 안면도가 바라다보이는 내해를 낀 갈매못순교성지는 시간마저 멈춘 듯하다. 바다는 검푸르게 깊고, 하늘은 연한 푸른색으로 일렁인다.
140여 년 전 피의 순교 역사를 간직한 이 교회사의 아픈 현장은 7월의 따가운 여름 햇살 속에 들어앉아 고즈넉이 가라앉은 분위기였다.
유ㆍ무명 순교자 500여 명이 신앙을 증거한 갈매못은 조선시대 '충청도 수군절도사영'이 자리했던 오천항에서 2㎞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지금이야 2만6446㎡에 이르는 넓은 부지에 순교성인비와 성당, 십자가의 길 14처 등이 자리하고 있지만, 1926년 정규량(레오) 신부가 목격증인들의 고증을 받아 제5대 조선대목구장 다블뤼 주교 등 순교자들의 목을 걸어놓았던 장깃대가 서있던 땅을 매입했을 때만해도 66㎡에 불과했다. 이후 오랫동안 방치돼 있던 갈매못성지는 1984년 다블뤼 주교를 비롯해 위앵ㆍ오메트르 신부, 황석두(루카)ㆍ장주기(요셉) 회장 등 1866년 3월 30일 효수된 5위가 시성되면서 성지로 개발되기 시작해 1990년대말부터 성지로서 모습을 갖췄다.
특히 지난해 10월말 축복식을 가진 '승리의 성모 성당'은 신자들이 숨어서 순교자들의 처형을 지켜보던 야산에 김충렬(시메온)씨가 설계, '조개' 형태로 세워져 이채롭다. 상처를 입은 조개가 살을 찢는 아픔 속에서 고운 진주를 만들어내듯, 순교의 아픔을 간직한 성당은 숱한 신자들이 '거듭남'을 체험하는 성지로 탈바꿈했다는 게 인상적이다.
때마침 성당에는 수원교구 산본본당 레지오 마리애 단원들이 순례를 와 미사를 봉헌하고 있었다.
"사도신경을 통해 우리는 '모든 성인의 통공을 믿으며…'라고 고백합니다. 하지만 저는 성지에 부임하고나서야 그 고백을 체험했습니다. 여러분들도 '성지 관광'을 하지 마시고, 주님께 향한 성인들의 순교 믿음을 새기며 주님 속에 오롯이 머물다 가시길 바랍니다."
오명관(갈매못 성지 주임) 신부의 호소력있는 강론이 성당 내에 잔잔히 울려 퍼진다.
강론을 듣고나니 S자 모양으로 빙 둘러 성당으로 오르는 길목에 자리한 십자가의 길 14처, 카타콤바를 연상시키는 성체조배실, 갈매못에서 순교한 성인 5위의 영정과 유해가 자리한 성인유해공경실 등 하나하나가 예사롭지 않다.
영혼을 다독이면 몸도 함께 추스려야한다. 멀리 서해 안면도와 천수만이 바라다보이는 갈매못은 특히 순교성인들의 피를 연상시키는 듯한 해넘이가 매혹스럽다. 이를 보려면 '하루 피정'만으로는 부족하다. 숙박 여건이 썩 좋지는 못하지만 인근 오천면에 거처를 정한 뒤 '충청 수영' 유적이 남아있는 보령시 오천면 소성리 오천성을 찾아볼 만하다. 충남 기념물 제9호인 오천성에는 현재 서문에 해당하는 망화문터와 백성을 돌보던 진휼청, 장교들의 숙소로 사용하던 장교청 등이 남아있다.
이같은 숙박 문제 때문에 갈매못성지측은 최근 들어 개인 피정과 함께 몸을 쉴 수 있는 '피정의 집' 건립을 추진 중에 있으며, 종전 성당 건물은 올해에 다블뤼 주교의 중백의와 비망록 사본 등을 선보이는 유물전시관으로 고쳐짓기(리모델링)를 할 계획이다.
또 서해안 최고봉인 오서산휴양림과 억새꽃, 도미부인의 전설이 전해지는 사당 정절사, 청산리전투의 주역 김좌진 장군 묘소, 서해안 해수욕장의 대명사인 대천해수욕장 등도 차량으로 20~30분 거리에 있어 들를 만하다. 인근 광천읍은 '토굴 새우젓'으로 이름이 높다. 올해엔 7월말 대천해수욕장에서 열린 제10회 보령 머드축제도 빼놓을 수 없다. 대천엔 대천해수욕장(요나) 성당이 자리해 있어 해수욕과 피정을 함께할 수도 있다.
해발 791m의 '오서산'은 또 천주교회와도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다. 충남 보령시와 홍성군, 청양군 등 3개 시ㆍ군에 걸치는 오서산은 박해시대 당시 구교우촌이 집중 형성된 유서깊은 교회사의 현장이다. 청양군 화성면 다락골 줄무덤 성지와 샛터 교우촌 등이 대표적으로, 이들 성지와 교우촌은 오서산 인근에 분포해 있다.
오 신부는 "갈매못 성지는 연간 4~5만 명 신자들이 순교자들의 순교신심을 통해 거듭남의 기쁨을 체험하는 순교 성지"라며 "특히 7,8월은 순례자들이 몰려들지 않아 순교성인과 함께하는 침묵 피정이나 음악 피정을 알차게 가질 수 있다"고 전했다. 문의 : 041-932-1311 오세택기자 sebastiano@pbc.co.kr 사진=전대식 기자 jfaco@
▨갈매못순교성지 가는 길
▲고속도로 경유=서해안고속도로 광천나들목에서 우회전 3㎞ 진행→광천에서 보령 방향으로 16㎞(21번 국도)→주포 4거리에서 오천ㆍ오천항 방향으로 10.5㎞→오천항에서 2㎞→갈매못성지 ▲국도 경유=21번국도 광천과 보령 중간 주포 4거리→오천ㆍ오천항 방향으로 10.5㎞→오천항에서 2㎞→갈매못성지 ▲대중 교통=대천역에서 출발하는 '오천' 혹은 '오천면 영보리'행 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1시간에 1대꼴로 배차.
▨맛집 멋집 ▲해양횟집 오천항 일대는 우리나라 키조개 생산량의 70%를 차지하는 국내 최대 산지다. 키조개는 특히 열량이 대단히 낮아 다이어트 식품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지역 내 키조개잡이배는 32척으로, 이 가운데 강학래(석두 루카, 52)씨도 키조개잡이배를 갖고 있다. '해양횟집'을 내 운영 중인 그는 키조개회나 키조개구이, 키조개전, 키조개죽, 키조개샤브샤브, 키조개전골 등 키조개 요리를 개발해 선보였다. 키조개는 택배를 통한 배달도 가능하다. 문의 : 041-932-4074, 40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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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선에서 막 옮겨온 키조개를 물로 세척하는 어부들. 오천의 명물 키조개는 전국 생산량의 70%를 차지한다. |
▲천북 갯마을 오천항 건너편 천북면으로 가면 '굴'이 천지다. 굴은 원래 매해 11월부터 이듬해 3월말까지 채취하는 겨울음식이지만 요즘은 급냉동을 통해 연중 공급한다. 자연산 굴과 오천쌀, 형형 색색 야채가 한데 어우러진 굴밥은 이 지역의 명물이다. 황금성(야고보, 48)ㆍ최청희(엘리사벳, 48)씨 부부는 '천북 갯마을'을 통해 천수만 생굴을 넣은 굴밥과 자연산 회를 집중적으로 내놓고 있고 자연산 굴이나 회가 떨어지면 아예 문을 닫아버린다. 문의 : 041-641-76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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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천항 건너편 천북면에 있는 굴밥 명소 갯마을 식당. |
▲신강원식당 수산물이 대부분인 오천에서 신강원식당은 '두부'로 명성을 쌓고 있다. 김봉식(바오로, 50) 갈매못성지 공동체 회장은 부인 최희숙(체칠리아, 48)씨와 함께 매일같이 새벽마다 우리콩 10㎏으로 두부를 만들어 가마솥 옛날 두부 그대로의 맛과 향을 살려낸다. 묵은 김치를 곁들여 먹는 두부 맛과 청국장 맛이 일품이어서 찾는 이도 99%가 단골이다. 김 회장은 "수입 콩을 쓰면 가격은 내릴 수 있을지 몰라도 옛맛을 살릴 수 없어 뚝심으로 우리콩 두부와 청국장을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문의 : 041-934-5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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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봉식 갈매못성지 공동체 회장(오른쪽) 부부가 옛 방식대로 만드는 두부의 원료인 우리콩 상태를 살피고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