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자전거·등산은 유용… 구기 종목은 주의 요망
마라톤은 고독한 운동이다. 혼자서 앞만 보면서 묵묵히 달려야 한다. 매일 이렇게 운동을 하다보면 가끔 지루함과 단조로움이라는 벽에 부딪힐 때가 있다. 일주일에 하루쯤은 주로에서 벗어나 다른 운동을 즐겨보면 어떨까. 기분 전환에도 좋지만 기록 단축과 몸의 균형적인 발달 등 부수적인 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
자전거, 마라톤과 궁합맞아
엘리트 선수들의 경우 크로스 트레이닝(Cross Training)이란 이름으로 다양한 보강운동을 실시한다. 크로스 트레이닝이란 달리기의 전체적인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여러 종류의 운동을 골고루 해주는 것을 말한다. 웨이트 트레이닝이나 서킷 트레이닝 등이 대표적이다. 실제로 주로에서 달리기만 했을 경우 하체에 비해 상체 골격이 발달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것은 결국 기록 향상에 걸림돌이 된다. 이것을 보충하기 위해 다리나 허리, 상체 등의 근력운동을 함께 해주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웨이트 트레이닝 역시 마라톤만큼이나 고되고 힘든 운동이다.
분위기를 바꾸면서 마라톤에도 도움이 되는 운동 중 1순위는 단연 자전거 타기다. 자전거는 다리 근육을 사용하는 운동이기 때문에 마라톤과 궁합이 잘 맞는 운동이다. 하체 근육과 지구력 강화에 큰 도움이 된다. 마라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체중을 싣지 않고 할 수 있기 때문에 마라톤에 비해 관절의 부상 위험을 훨씬 줄일 수 있다는 점이다. 자전거는 빠른 속도로 타는 것보다 천천히 오래 타는 것이 좋다.
수영은 마라톤의 기본이 되는 심폐 기능 발달에 뛰어난 효과를 발휘한다. 어떤 운동보다도 몸에 가해지는 충격이나 부하가 적기 때문에 부상 예방이나 부상시 대체 운동으로 유용하다. 근육통이나 관절 부위에 통증이 있는 경우 물속에서 큰 부하 없이 운동을 할 수 있다. 실제로 엘리트 선수들은 동계 훈련을 실시할 때 심폐 기능 향상을 위해 수영을 트레이닝에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자전거가 하체 운동에만 집중되어 있는 데 비해 수영은 어깨와 팔 등 상체를 골고루 발달시킬 수 있어 근육의 밸런스를 유지하는 데 효과가 있다.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서 크게 유행하고 있는 인라인 스케이트도 마라톤의 대체 운동으로 좋다.
인라인 스케이팅은 유산소운동으로서 스피드 선택에 따라 근 지구력 향상에도 도움을 준다. 인라인 스케이팅의 최대산소소비량은 달리기의 90% 수준으로서 유산소운동의 적정 강도를 유지하는 데 효과적이다. 발목을 강화시키는 데도 도움이 된다. 최근 인라인 스케이트도 마라톤 종목이 생겨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장거리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인라인 마라톤에도 도전해볼 만하다.
등산도 기본적으로 걷는 운동이고 하체를 이용하기 때문에 마라톤과 잘 어울린다. 하지만 무거운 짐을 지고 산행을 할 경우 발목 등에 부하가 많이 걸리므로 관절 부위의 부상을 조심할 필요가 있다. 에어로빅도 마라톤에 좋은 운동이다.
근력이나 지구력을 기르기 위해 흔히 사용하는 운동 중 하나가 바로 모래주머니 달리기다. 작고한 손기정 선수가 어릴 때부터 모래주머니를 달고 달리기를 꾸준히 해왔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 이 때문에 살을 빼기 위해 달리는 사람들 중에는 시작할 때부터 모래주머니를 차고 운동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모래주머니 달리기에 대해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모래주머니 달리기는 금물
모래주머니를 차고 달리다 벗게 되면 중량이 가벼워져 달리는 자세가 흐트러지게 된다는 것이다. 부하가 적어 무릎이 올라가는 각도가 평상시보다 높아지기 때문에 달리는 자세도 보폭이 큰 롱 스트라이드 자세가 되기 쉽다. 무엇보다 무릎이나 발목에 지나치게 중량이 실리기 때문에 부상의 우려가 높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맨몸으로 달려도 발목이나 무릎에 무리가 올 수 있는데 무거운 모래주머니를 차면 부상의 우려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수영장에서 실시하는 물속 달리기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부상당한 선수들의 재활운동으로 많이 활용된다고 알려져 있으나 아마추어들에게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다.
윤여춘 MBC 마라톤 해설위원은 “모래주머니 달리기처럼 물속 달리기는 부력 때문에 다리에 힘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자세가 제대로 잡히지 않은 아마추어들이 따라 할 경우 달리는 자세를 갖추는 데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축구나 농구, 테니스 등의 구기 종목의 경우도 논란이 분분하다. 축구나 테니스 등을 마라톤에 좋은 크로스 트레이닝 종목으로 소개하는 자료들이 많이 있지만 실제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는 것.
달린다는 측면에서 비슷한 운동인 것처럼 보여도 축구와 마라톤은 실제 사용하는 근육이 전혀 다르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축구의 경우 짧은 거리를 빠르게 반복적으로 달리는 운동인 반면, 마라톤은 긴 거리를 장시간 달리는 운동이다. 축구 선수와 마라톤 선수의 다리 근육을 보면 차이가 나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윤 위원은 “축구의 경우 백근이라고 하는 근육을 주로 사용하는 반면 마라톤은 적근을 주로 사용한다”며 “백근은 강도가 센 운동을 통해 발달하고, 적근은 낮은 강도로 장시간 운동을 해야 단련할 수 있는 근육”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축구가 마라톤의 기록 향상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분 전환용으로 가볍게 한다면 부담될 것은 없다. 이의수 KBS 마라톤 해설위원은 “엘리트 선수들도 휴식 차원에서 종종 축구를 즐긴다”며 “크로스 트레이닝의 개념이 아니라 레크리에이션 개념으로 접근한다면 크게 문제가 될 것은 없다”는 반응이다.
축구의 경우 신체를 직접 접촉하는 과격한 운동이기 때문에 부상의 우려가 높은 것이 단점이다.
테니스나 라켓볼 등은 급격한 방향 전환이나 정지, 각도 변경 등을 많이 하는 운동 특성상 관절에 무리를 줄 수 있어서 마라토너들은 피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나이가 많은 달림이들의 경우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다른 종목의 운동을 할 때는 무리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오랫동안 달리기를 해왔다는 자신감 때문에 쉽게 달려드는 것도 피해야 한다. 야구 선수들이 축구를 하면 몸살난다는 이야기가 있다. 운동으로 먹고사는 프로 선수들도 안 쓰던 근육을 갑자기 사용하면 피로가 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마라톤에서 서브3를 했다고 해서 이것이 모든 운동에 통용되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운동을 시작할 때는 충분한 스트레칭과 가벼운 러닝을 반드시 해주고, 운동 후에도 정리운동을 잊지 않는 것이 좋다.
<포커스 마라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