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마지막 사랑나눔 '시신기증과 장기기증'
담도암 환자 부모님의 마지막 가시는길, 시신과 장기기증으로 마무리하다
부모님을 담도암으로 세상을 떠나보내며 돈과 육신을 사후기증한 이정순(원미구 심곡동)씨의 이야기이다.
지난 어버이날 카네이션을 가슴에 달고 이승에서의 마지막 정리를 하던 이정순씨의 어머니 장옥순씨는 11일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눈을 감았다. 이후 장 씨의 시신은 서울 세브란스 병원으로 옮겨졌다.
고인은 12년 11월 담도암으로 3개월 시한부 인생을 진단 받았다. 판정 당시 하늘이 무너지는 고통으로 방황을 하던 고인과 가족들은 인생에 있어서 아름다운 마무리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 방법으로 선택한 것은 미래 의학계 발전과 후손을 위하여 시신을 기증하는 것이었다. 장옥순씨는 두 딸과 이 같은 뜻을 모아 서울 세브란스 병원에 시신 기증서약서에 싸인 했다. 결국 실행은 5개월 10일 만에 이루어졌다. 고인을 떠나보낸 가족들에게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
|
|
▲ 인생의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하여 사후 시신기증에 적극 찬성한다는 이정순씨
|
고인이 시신 기증을 하게 된 것은 먼저 보낸 둘째 아들 때문이었다. 지난 35년 전 둘째아들이 전 심장 판막증으로 수술을 받았으나 회복을 못하고 식물인간이 되어 중환자실에서 투병하다 뇌사판정 후 1개월 만에 생을 마감한 것이다. 둘째아들을 그렇게 보낸 후 고인은 인생의 마무리를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그 고민은 이정순 씨가 만난 미국인들의 시신과 장기기증 문화의 이야기를 듣고 기증으로 이어졌다.
이정순 씨는 90년에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 2004년 고국으로 돌아 올 때까지 14년 동안 미국인들의 시신을 기증하는 장례문화를 접하게 되었다. 그 모습을 보며 시신과 장기기증에 대해 새롭게 생각하게 된 이정순 씨는 한국으로 돌아와 장기기증과 사후 시신기증을 서약했다. 그리고 어머니와 동생 가족을 설득해 가족 8명이 모두 장기와 시신 기증 서약서에 싸인을 했다. 그 중 제일 먼저 어머니 시신 기증을 실행에 옮긴 것이다.
고인이 남긴건 육신 뿐만 아니었다. 장례를 치른 후 고인의 짐을 정리하고 150만원이 남았다. 유가족은 고인이 마지막 3개월 동안 머물던 호스피스 요양병원에 100만원을 기부했다. 남은 50만원은 고인이 평소에 다니던 교회에 보내서 불우한 이웃을 위해 써 달라고 헌금을 했다.
“어머니가 이 세상에 빚 안지고 살다 가셔서 마음이 편안하다”는 이정순씨 처럼 우리나라에서도 장기와 사후 시신기증에 대하여 보다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이 더욱 많아지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