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복음 말씀은 예수님과 제자들이 한 배를 타고 호수를 건너다 풍랑을 만나며 일어나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예수님이 행하신 기적에 관한 이야기가 널리 퍼지며 점점 예수님을 따르는 군중이 늘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날도 저녁이 되어 예수님은 자신을 따르던 군중을 호수 이편에 남겨두고 호수
저편으로 건너가지고 제자들에게 말씀하십니다.
예수님의 그 제안을 듣는 제자들의 반응은 어떠했을까요?
천차만별 가지각색 인간사의 모습들이 그들에게도 들어났을 것입니다.
그러던 찰나 예수님과 제자들이 탄 배가 풍랑을 맞습니다.
우리교우님들은 어떤 풍랑을 맞닥뜨리고 계십니까?
저에게도 최근에 잔잔한 제 심경의 호수가 요동쳐지는 풍랑이 있었습니다.
대전에 있는 한 중학교에 학업부적응 학생 그룹의 드라마치료 잡단상담 파견을 가게 된 것입니다.
천방지축으로 날뛰며 다루어지지 않는 구 아이들과의 시간 속에서 아이들의 입장을 공감하지 못하고 내가 아는 방식으로만 상대하고 가르치려고만 하는 제 모습을 발견하게 된 것입니다.
아이들과의 시간은 내가 예측할 수 없고 통제할 수 없는 상황들로 가득하며 그 속에서 들어난 나의 약함과 열등감은 나를 부끄럽게 했습니다.
갑작스레 맞이한 풍랑에 적잖이 당황하며 그 풍랑을 헤쳐 나가고자, 오늘 복음서의 제자들처럼, 저 역시 제 안에 잠들어 계신 예수님을 흔들어 깨웠습니다.
그리고 나의 이 당황스러움을 구구절절 하소연 했지요.
예수님의 첫 마디는 “내가 네 맘 안다.” 였습니다.
돌아보니 예수님은 늘 제 삶속에서 내 의지로 감당할 수 없고 예측할 수 없는 두려움의 순간에 벌벌 떨며 호들갑스러워 하는 저의 최고의 공감자요 친구로 그 마음을 잠잠하게 해 주신 분이십니다.
그 사실을 알아차리고 나니 그제서야 나 역시 아이들의 친구가 되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아이들을 보게 되며 그들의 억울한 하소연들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바라본 아이들은 학업부적응자도, 문제아도 아닌 자신들의 얘기를 들어주지 않는 어른들에게 화나고 억울해 하는 아이들이었습니다.
교육과정 중 한아이가 이런 말을 하더군요.
“우리가 지금 학교에서 조금 사고치고 그렇지만 우리의 내일은 아무도 모르잖아요.”
그 말이 참 오래 뇌리에 남습니다.
우리의 내일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알 수 없는 내일, 그러기에 모든 것에 열려있는 듯, 하지만 또 한편으로 온통 어둠에 덮여 있는 듯 두려운 것이 바로 그 내일입니다.
그 두려움을 이겨내는 한 가지 방법을 저는 예수님이 제게 되어 주셨듯이 “친구”에서 찾게 됩니다.
현대는 그 어느 때보다 미래에 대한 불안이 만연한 시대입니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가계 빚, 청년실업, 비정규직, 거기에 최근에 바이러스의 공포까지 우리가 탄 배가 좌초될 것만 같은 불안과 두려움, 우리는 그 바다를 항해하고 있습니다.
그 어둠 속에서 우리는 두려움에 떨며 고립되어진 나 자신을 발견할 때 더욱 그 두려움에 사로 잡혀 앞으로 한걸음도 할 수 없이 꽁꽁 묶이게 됩니다.
그러나 풍랑을 만난 그 배 안에는 어느 누구도 홀로 있지 않습니다.
비록 동상이몽의 꿈을 꾸며 탄 배라 하더라도 내가 탄 이 배 안에는 나와 한 길을
떠나는 동료들이 있고 친구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열 번이고 스무 번이고 나의 흔들어 깨움을 귀찮아하지 않을 예수님이 함께 타고 계십니다.
우리 교회는 지금 제자화, 복음의 훈련이 한창입니다.
저는 그 것이 나와 예수님이 더 친밀한 친구가 되는 것이고 또 내가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새 친구를 사귀는 데에는 내 방식으로만 상대하고 내가 알고 있는 것만을 고집해서는 결코 친구가 될 수 없습니다.
눈높이를 맞추어 잘 듣고 자세히 들여다보는 세심함이 필요합니다.
호수 저편은 내 의지대로 되지 않고 예측할 수도 없는 불확실성으로 가득한 곳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홀로 있지 않다는 것을 기억할 때, 우리는 오늘 고린도 후서에서 바오로가 이야기하듯 우리가 만난 풍랑 앞에서 이름 없는 자 같으나 유명하고, 죽은 것 같으나 살아 있고, 슬픔을 당해도 늘 기뻐하며 가난하지만 많은 사람을 부요하게 만들고 가진 것이 없지만 사실은 모든 것을 가지는 그 힘을 발휘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호수 저 편을 향해가는 우리의 삶에서 그렇게 예수님과 우리가, 그리고 이 자리에 함께 한 우리 서로가 서로에게 신앙의 좋은 벗이 되어 인생의 두려움을 헤쳐 나가는 힘을 얻을 수 있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기원합니다.
첫댓글 오늘은 김희영 사제님께서 주보에 실으신 것을 옮겼습니다.
.....깨가 쏟아진다.... 항상 행복하세요.
오늘 새로 나오신 교우님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