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여름은
만물에게 어머니의 품과 같다.
뜨꺼운 햇빛은
식물에게는 달콤한 사탕과 같다.
9월은
외적인 성장이 내적인 힘으로 갈무리되는 시간이다.
결실을 향해 ....
학교숲은 여전하다.
살펴보면 생명의 기운이 충만하게 차 있음을 알 수 있다.
풍성하고 힘찬
여름의 끝자락인 지금
아직 가을을 말하기 이른 때임에도
벚나무에는 단풍이 물들고 있었다.
생물에게는 척박할 수 밖에 없는 운동장에 조성한 학교숲인지라
한해를 살아가는 기운이 벌써 쇠잔했는가보다.
칠엽수도 잎끝이 변하고 있다.
내년에는 그들에게도 특별식(거름)을 준비해줘야 할것 같다.
가장
자연의 정기가 샘솟는 곳은
연못이다.
짖궂은 꼬마들의 여름방학 수렵활동으로
유유히 헤험치던 꼬리가 빨간 금붕어들의 모습이 많이 사라졌지만
집요한 손길을 피한 몇몇 친구들은 만날 수 있다.
봄에
개구리 우는 학교를 만들자고 넣어주었던 알들이
왜 안보이느냐고 묻는 학생들이 있지만
나도 궁금하다.
개구리가 어디 갔을까?
누구는 보았다고 하는데
정작 나는 주의깊게 살펴보아도 눈에 띄지 않으니
심지어 개구리알과 함께 넣어준 도룡뇽알도 있는데...
도룡뇽도 보았다고하는 아이들이 있었다.
어디로 숨었을까?
물을 찾아
잠자리, 벌, 나비와 함께 찾아왔던 많은 곤충들
물속에는 이러한 곤충의 유충들이 득시글대고 있다.
물은 고요하지만
물속은 생존의 치열한 투쟁이 가장 극렬하게 전개되고 있는 곳이다.
먹이를 인공적으로 주지 않는 연못에는
금붕어뿐만아니라
미꾸라지도 있다.
거기에 개구리까지 합세하였으니
그들이 살아가기 위한 먹거리는 어떻게 구할 것인가?
따져보면
어떻게 생태계를 유지할까 궁금하지만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바라보아도
그들은 서로 공존의 관계속에 자신들의 삶을 충실히 살아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무엇보다도 올 여름에 연못의 주인은 노랑어리연이었다.
네가래도 매우 많이 번식하였지만 세력에서 노랑어리연에 밀렸다.
끝없이 피어나는 노랑어리연꽃은
어디에서 그런 정열이 뿜어져 나오는지 모르겠다.
벗풀의 갈라진 잎도 시원하게 생겼고
물억새는 올해서야 그 기다란 꽃잎을 내놓기 시작하였다.
많은 수생식물이 서로 엉키어 살아가는 연못은 온갖 생물로 늘 풍요롭다.
여학생들이
땀흘려 만들어 놓은 안내판도
뒤늦게서야 연못가에 세웠다.
"개구리 연못"
"금붕어 호텔"
물은 생명의 자궁이다.
생명은 물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작은 연못이지만
그속에 살고 있는 생물에게는 호텔이다.
이곳은
올해 새로 조성중인 비오톱이다.
힘센 남자 한사람이 연약한 여자 열 못지않다는 것을 증명해주었던
학부모와 함께한 활동으로 태어나게 되었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모습이지만
점점 무언가를 향한 변화를 이루어 나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논흙을 채워서 습지 형태로 만들려고 하였는데...
여건이 되는 대로
조건이 맞는 대로
시간이 원하는 대로
그렇게 생태적 공간으로 변화해갈것이다.
생태적 기대가 큰곳이다.
교문에 들어오면
하얀벽이 너무 돌출되어 눈에 거슬리는 수도밸브가 있는 작은 건물이 눈에 밟힌다.
첫눈에는 크게 보였지만
세월이 흐르니 이제는 무심해져 녹색속에 하얀벽조차도 어울려보이는 듯하다.
올해 들사모활동으로
전문가를 모시고 함께 이곳에 벽화를 그려서 녹화를 하였다.
학생들뿐만아니라 학부모님도 도와주셨다.
그리고
담쟁이를 심었다.
2달여를 지난 지금 슬금슬금 담쟁이가 기어오르기 시작하였다.
그림 벽화가 퇴색해갈 즈음
싱싱한 담쟁이 잎으로 자연 녹화가 이루어질것을 기대한다.
오늘은
무슨 날이기에
학교숲에서 톱질을 할까?
학교숲은
어디에 꽃과 나무를 심어도 좋다.
아직도 심을 수 있는 여지가 너무나 많은 공간이다.
그러나 무턱대고 심는 것보다
우리들 눈에 더 이쁘고 멋지게 가꾸는 것도 중요하다.
큰나무는
처음 심을 때 흔들리지 않게 지주로 받쳐주어야 한다.
그래야 뿌리가 흔들리지 않고 자리를 잡을 수 있다.
이제 1년쯤 지나니
묶어놓은 줄이 낚아서 끊어진다.
더러 동네 아이들은 이것을 들고 칼싸움을 하는가 보다.
학교숲 이곳저곳에 나뒹굴기 시작하여 나무 비오톱을 만들어 모아놓았다.
이제 이 몽둥이를 적당히 잘라서 이용하려고 한다.
적당한 크기로 잘라서 울타리를 치고 꽃을 심으면 나름대로 분위기 있다.
그래서
들사모와 함께 시도해보려고한다.
잘될까?
커다란 돌멩이를 이용하면 더 좋은데.....
바로 이곳이다.
다른 곳보다 여유가 있고
야외학습장 근처이다.
학교숲에서 가장 허전한 부분이었는데 멋진 들꽃밭을 만들어보자
우선 잔디를 둥굴게 떼어내었다.
나무토막을 잘라서 세우고
주워 놓은 돌들을 쌓아서 울타리를 만들었다.
한가운데에는 김기사님의 제안으로 그 중 잘 생긴 아니 조금 기묘하게 생긴 길쭉한 돌을 박았다.
이 일은 남학생들이 맡아서 하였다.
힘든 일은 역시 남학생들이 잘한다.
여자는 연약하니까!
경사진 곳에는 꽃무릇(상사화)을 심었다.
지금쯤이면 정읍 선운사의 꽃무릇이 한창일것이다.
기회가 되면 꼭 보고 싶은 곳임에도 아직까지 때를 맞추어 가지 못하였다.
꽃무릇은 특이한 생김새의 꽃으로 몹시 예쁘다.
지금까지 내 주면에 꽃무릇을 몇번 심었지만 실패하였다.
아직까지 겨울의 추위를 이기고 새해에 싹을 틔우지 못하여 늘 안타까웠던 것이다.
이번에는 성공하기 위한 비책을 준비하여 심었다.
기대가 크다.
어서 내년이 와 봐라!
들꽃동산은
모양새를 내기 위해서
땅을 돋우려고 흙을 양동이로 날랐다.
씩씩한 여학생들은 그저 지켜보고만 있었다.
이제 꽃을 심자
여러 종류의 꽃들을 심었다.
들꽃은 기후와 환경에 따라 적응하거나 도태된다.
이번에 심은
노루오줌, 해국, 바위취, 소엽맥문동 등
모두 건강하게 자리잡기를 빌어본다.
제법 모습을 갖추어 간다.
땅에 뿌리를 내리고 꽃이 필때 즈음이면
훨씬 보기 좋은 모습으로 변할것이다.
완성한 기념으로 사진도 찍었다.
사진으로 남기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기억을 되 살려주기 때문이다.
학교숲에 커다란 들꽃밭을 만들고 남은 꽃은
새로 조성한 뒷뜰에 심을 것이다.
그곳에는
허름한 창고가 있었고
으슥한 곳이라 가끔 용감한 학생들이 담 넘어 들어오는 곳이다.
이 작업은 여학생들이 맡았다.
우선 풀부터 뽑았다.
그리고
땅을 살짝 갈아 업는다.
가을 날씨답지 않게 비가 계속내려 모종을 심기에는 아주 적당하였다.
모종삽을 들고 들꽃을 심는다.
돌틈에도 심고 담밑에도 심고 두루두루 심었다.
아마
내년쯤에는 이곳도 학생들이 즐겨찾는 놀이 마당이 될것이다.
이렇게
학교숲의 9월은 추석과 더불어 저물어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