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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운전' 양아치고객? 인터넷 뒤져봐‥ | |||
대리운전기사 사이, ‘불량 고객 명단’ 나돌아‥ '양아치'고객 주의령? | |||
대리운전 업계에 소위 ‘블랙리스트’가 떠돌고 있다. 대리운전사들을 골탕 먹이는 고객들의 명단과 전화번호, 또 상세한 ‘불량 행태’까지 낱낱이 고발해 운전사들끼리 공유하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 마다 4~5개씩 존재하는 대리 운전기사 모임에 ‘불량고객’ 게시판은 꼭 있어야 할 필수 정보(?)로 자리 잡고 있다. 또 이들 게시판에는 실제 불량고객의 전화번호와 신상명세가 꾸준히 올라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를 통한 개인 정보 유출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기사들, 달리기 시합시키는 ‘양아치 고객’ 블랙리스트 1순위 최근 회사원 박모씨(42)는 이상한 문자 한 통을 받았다. ‘대리 운전 협회 불량 고객으로 등록되어 서비스가 중단되오니 참고하라’는 내용. 그 후 정말로 박씨가 대리 운전 업체에 전화를 걸 때마다 업체의 이런 저런 핑계로 매번 호출에 실패했다. 대리 운전 협회에 확인해 본 결과 “대리 운전 협회가 아니라, 대리 운전 모임 등에서 ‘불량고객’명단이 돌고 있는 것 같다”는 내용만 들을 수 있었다.
실제로 대리 운전사 인터넷 모임마다 ‘불량 고객’을 신고하는 게시판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대리 운전사를 ‘요금 문제’등으로 골탕 먹이는 고객들의 명단과 전화번호, 그들의 ‘불량 행위’에 대해 낱낱이 고발한 명단을 운전사들끼리 공유하고 있는 것이다. 이 게시판 등은 익명성을 보장할 뿐만 아니라, 꼬리말 형식으로 쓸 수 있게 되어 있어 회원이 아닌 누구라도 번호를 쉽게 볼 수 있게 되어 있다.
‘해적’이라는 닉네임의 대리 운전사는 01X-7XX-XXX5번의 고객에 대해 ‘캔슬 놓는 XX’라며, “관두는 한이 있어도 욕부터 해야 겠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엔코티’라는 닉네임은 “기사 여럿 불러 놓고, 먼저 간 차부터 집어타고 가는 X들의 번호”를 공개했고, 이에 동료 대리 운전사 한명은 ‘죽여 버려’라는 극단적인 꼬리말로 동감을 표하고 있었다.
이들이 흥분하고 있는 공통적인 ‘불량 고객’의 행태는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된다. 첫 번째는 여러 명의 대리 운전기사를 불러 가장 빨리 도착한 차에 타면서 일언반구의 사과도 없는 얌체 고객이다.
이에 대해 대리운전기사들은 “다들 그런 일을 일주일에 한번 꼴로 겪는다”며 “백 미터 경주 시키는 것도 아니고, 나중에 오는 사람은 택시비나 버스비뿐 아니라 그 고객 모시기 위해서 3~4정거장도 숨도 쉬기 힘들 정도로 뛰고 또 뛰는데 가보면 고객은 사라지고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두 번 째로는 만취해서 폭언이나 반말을 일삼거나 토사물로 차를 더럽힌 뒤 치워 달라며 억지를 부리는 고객을 꼽았다.
허겁지겁 고객을 찾아 달려 간 대리 운전기사에게 다짜고짜 “야 이XX야 왜 이제 오고 지랄이야”며 보란 듯 다른 대리운전회사에 전화를 한다는 것. 한 대리 운전기사는 “그런 손님은 나에게 했듯 다른 기사에게도 똑같이 한다”며 “대리 운전기사를 술 먹고 화풀이 상대로밖에 생각 하지 않는 그런 고객은 절대로 받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세 번 째로는 약속된 장소가 아니라 다른 장소 등지로 끌고 다니다가 오지에서 내려주고 추가 비용에 대해서는 나 몰라라 하는 고객이나 음주 운전 단속하면 기사 불러서 그곳만 벗어나면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캔슬’하는 고객 등이다. 운전 중인 기사에게 “운전을 이렇게 밖에 못하냐”거나 “그러고도 대리운전으로 밥 먹고 사냐”는 등의 모욕으로 끝내는 운전자로 하여금 먼저 포기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불량 고객 명단’을 만드는 것에 대해 이들 모임의 대리 운전사들은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욕먹고 돈 떼여도 어떻게 대처할 방법도 없는데, 우리끼리 신세 한탄 할 수 있는 공간에서 미리 정보를 나누는 것이 무엇이 문제냐”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제대로 된 적극적인 방지책이나 대응 방법이 없는 이상, 미리 불량 고객의 정보를 나눈 뒤에 ‘콜’을 받지 않도록 유도하는 고육지책을 마련한 것일 뿐이라는 것.
특히 남편이 대리운전을 한다는 주부 한모씨(38)는 남편이 당한 사례를 소개하며 ‘불량 고객 명단’이 무슨 큰 문제가 되겠냐는 강경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불량고객, 초기 거부대상 나중에는 경쟁 업체 마케팅 표적 지난 5월 29일, 콜을 받고 고객이 있다는 식당 앞에 도착한 남편 김모씨(40)에게 고객 A씨는 “우리 더 있다 갈 것 같으니 필요 없다”는 말만 하고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얼마간의 ‘캔슬비’라도 요구하며 식당 안으로 찾아 들어간 김씨에게 A씨는 다짜고짜 욕을 하며 멱살을 잡았던 것. A씨의 부인이 찾아와 1만원을 쥐어 주며 겨우 일단락되는 듯 했지만 김씨는 분한 마음으로 식당을 빠져나오며 처음으로 회사에 전화를 걸어 “‘양아치’등록 좀 해달라”는 부탁을 했다.
그전까지만 해도, ‘불량 고객’을 ‘양아치’라고 표현하며 동료들이 정보를 공유하는 것에 대해 남의 일로 생각만 했던 김씨는 처음으로 ‘양아치’라는 표현을 직접 쓰게 되었고, 그 말을 듣게 된 A씨와 그의 일행들이 달려들어 김씨를 폭행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김씨는 갈비뼈 4개가 부러지는 등 심각한 부상을 입고 말았다.
그러나 A씨는 공탁금 1천만원에 금방 풀려났고, 이에 격분한 한씨는 “대리 운전기사가 무슨 취객들 밥이냐”며 흥분한 상태다. 한씨는 “한번 취객들을 만만히 보는 고객은 언제나 그런다” 며 “번호를 공개하고 서로 예방하자는 차원인데 그것이 어떻게 문제가 될 수 있겠냐”고 주장했다. 그는 또 “제대로 된 예방법이 나오지 않는 이상 이런 명단으로밖에 우리 살 길을 찾을 수밖에 없다”는 입장.
그러나 한편으로는 영문도 모르고 피해를 입고 있는 고객들도 늘고 있어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 4월 대리운전을 이용하면서 비용문제로 운전사와 다퉜던 직장인 조 모(34)씨는 5월말부터 대리운전 업체에 전화를 걸었지만 호출에 계속해서 실패했다.
그로부터 며칠 후 에는 반대로 “최고의 대리 운전 서비스를 해드리겠다”는 메시지가 쏟아져 들어왔다. 조씨의 번호가 불량고객 명단에 오르면서 초기에는 거부대상이 됐다가 나중에는 오히려 경쟁 업체의 집중 마케팅 표적이 된 것이다.
이외에도 ‘블랙리스트’에 번호가 오른 ‘불량고객’들은 “황당하다”는 입장. 이 중 한 응답자는 “대리 운전기사가 술이 취해 있던 나에게 무례하게 행동하고, 과다한 요금을 청구해서 시비가 붙었던 적이 있다”며 “게시판에 올라온 글을 보니 내 번호와 함께 차마 입에 못 담을 욕들도 난무라더라”며 분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솔직히 자신들의 목소리만 높은 모임에 내 번호가 그들의 분노 대상으로 버젓이 올라있다는 것은 참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한국대리운전협회의 한 관계자는 “고객 개인 정보 유출이나 공유는 명백한 불법행위”라며 “책임자들로 하여금 당장 관련정보를 삭제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리 운전기사들이 일부 무례한 취객들로 인해 마음고생을 하다보니 나름의 방법을 마련한 것 같다”며 “부당한 피해를 받은 고객은 협회나 업체가 정보를 삭제하도록 연락을 취해 달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대리 운전 협회의 이 같은 반응에 대해 대리 운전기사들은 “협회라는 것이 존재하는지 조차 몰랐다”며 “평소 우리가 치루는 곤욕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가 왜 이런 반응을 보이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리고 “어느 쪽이 먼저 불법을 취했는지 생각해보라”며 “자신의 신상이 공개된 것 이전에 ‘정당한 대가를 치르지 않은 것’은 더욱 더 분명한 불법행위”라고 주장했다.
대리 운전 이용자들의 개인 정보가 새고 있다. 수도권의 주요 대리 운전 회사들이 자사에 걸려 오는 사용자들의 개인 정보를 상세히 기록한 뒤, 이를 공유하거나 판매하는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대리 운전기사들이 유흥가에 전단지나 명함을 돌리던 방식은 이미 ‘낡은 수법’이 된 지 오래다. 최근 생겨난 일부 대리 운전 회사들은 싼 이용료를 제시해 전화를 유도한 뒤, 개인정보를 집중적으로 수집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렇게 수집된 개인 정보를 이용, 휴대전화 광고나 대량 e메일을 발송하거나 신규 대리 운전 업체에 판매하고 있다.
이들 회사에 한 번이라도 전화를 건 고객의 이름, 연락처, 주소, 주요 행선지 등 상세한 정보는 물론 잘못 걸린 전화, 일반 문의 전화는 모두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되고 있다. 한국대리운전협회에 따르면 국내 5천여 개의 대리운전 회사 가운데 60%가량이 이렇게 모은 개인 정보를 취합해 공동 콜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경기도의 한 대리운전 회사 사장은 “사업을 인수하면 저장된 고객 정보 1백개를 포함해 전화와 무전기 등 일체를 1천5백만 원에 넘기겠다”는 제의를 받기도 했다고 밝혔다. 또한 개인 정보 수집만을 위해 싼 가격으로 전화를 유도하기도 한다.
진보네트워크 정책국 김정우(金政佑) 간사는 “현재 민간 업체가 영리 목적으로 개인 정보를 수집하는 것에 대한 처벌 규정은 없지만 이용하지도 않은 사람의 개인 정보를 얻어 스팸 문자메시지를 발송하는 것은 명백한 현행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 |||
2006/07/21 [09:44] ⓒ브레이크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