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서 청법가와 입정후 현해스님의 설법이 있었다. 현해스님은 “동국로얄대 불교학생회 창립을 축하한다. 어느 사회이든지 많은 단체가 있지만은 이 모임은 참으로 귀중한 단체라고 본다. 기독교적인 사고바탕의 미국사회 속에서 그와 역행하는 부처님 모임을 갖는 것은 극히 어렵고도 기쁜 일이다.”하며 “인간이 가장 갖고 싶어 하는 권력과 돈은 인간사회의 궁극적인 행복을 가져다 줄 수 없기 때문에 우리는 종교가 필요하게 되었다.”라고 하였다.
현해스님은 타종교의 사례를 들어가며 불교가 왜 이상적인 종교인가를 다시금 환기시키면서 우리 각자가 가진 참다운 인간성을 무시해 버린 권력추구, 물질추구는 살기 힘든 세상을 만들 뿐이며 오로지 부처님의 가르침대로 각자가 나 아닌 다른 사람을 인정하고 공생공존할 때 평화와 참다운 행복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설법하시면서 이곳 로얄대에서 이것을 깨닫고 행할 때 불교학생회 창립의 참된 의미가 있으니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여 미국사회 속에 한 송이 연꽃이 되어주기를 바란다고 하시면서 법문을 마치셨다.
불기 2549년 5월 28일 불교학생회 창립법회
우리 동국로얄대학은 머나먼 미국 땅에 한의학을 통한 부처님의 자비정신을 실현하고자 지난 1996년 동국대학교가 남다른 원력을 세우고 로얄한의과대학을 인수하여 운영함으로써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우리 동국로얄대학은 동국대학과 마찬가지로 실질적으로 동국학원의 산하 학교이나 그동안 몇 번의 시도에도 불구하고 불교학생회의 활동이 활발히 이루어지지 않아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이러던 차에 최근 광원스님을 비롯한 뜻있는 불자 학생들의 성심어린 노력으로 오늘 이와 같이 LA지역의 고승대덕과 불자님들을 모시고 불교학생회의 창립이라는 뜻 깊은 결실을 보게 되어 학교의 책임자로서 매우 흐뭇하고 앞으로에 대한 큰 기대를 가지게 됩니다. 더욱이 존경하옵는 현해 이사장 큰스님께서 멀리 한국으로부터 몸소 방문하셔서 저희 불교학생회 창립법회에 설법을 허락하신데 대해 더할 수 없이 영광스럽고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는 갖가지 모순과 이기심과 욕심이 가득 찬 세상인 것 같습니다. 우리 조국의 북쪽에서는 독재정권의 폭압하에 수많은 동포들이 하루하루 양식걱정을 하며 발버둥치는 아귀의 형상을 보이고 있는 반면, 이곳 미국에서는 과도한 욕심으로 인한 무절제한 음식 섭취와 약물남용으로 많은 중생들이 병들어 가는 아수라의 형상을 보게 됩니다. 세상이 이러할수록 인술을 배워 한의사가 되려는 여러 불자 학생들께서는 부처님의 귀중한 가르치심을 되새겨 이 어두운 세상을 밝혀야 할 것입니다.
화엄경 보현행원품에는 다음과 같은 말씀이 있습니다.
“만약 보살이 능히 중생을 따라 섬기면 곧 모든 부처님을 따라 섬기고 공양함이 되며, 만약 중생을 존중히 받들어 섬기면 곧 부처님을 존중히 받들어 섬김이 되며, 만약 중생으로 하여금 환희심이 나게 하면 곧 부처님으로 하여금 환희하시게 함이니라.”
이 말씀을 오늘 우리들의 상황에 비추어 보면 빈부의 격차가 심한 자본주의 자유경제 사회에서 살고 있는 우리 불자들이 동체대비의 가르치심을 실천하여 중생공양으로 회향할 때 부처님과 이웃이 환희하는 사회가 구현되고, 그런 삶이 불자의 바른 삶이라는 말씀으로 새겨집니다.
부처님께서는 우리 불자들의 서원인 불도를 이루기 위해서 공덕을 혼자 간직하지 말고 모든 중생에게 골고루 돌려주어야 한다고 가르치셨습니다. 지금 이곳 LA지역에는 우리 민족뿐만 아니라 여러 타민족이 어울어져 공동체를 이루고 살고 있습니다. 그러한 의미에서 LA지역은 세계의 여러 민족들에게 한국불교를 인식시킬 가장 좋은 포교장이며, 더불어 한국 전통의학의 우수성을 알리고 봉사할 수 있는 더 없이 좋은 전시장이 될 것입니다.
우리 동국로얄대학은 한의학 전문 교육기관으로서 인술과 인재양성을 통한 불교정신의 구현에 매진하여 왔습니다. 자비와 중생구제의 불교정신은 이러한 의료와 교육을 통해 불교에 대한 이해가 적은 대중들에게 좀더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불교학생회 회원 여러분들은 이러한 불교정신에 깊이 천착하여 학문적으로 타의 모범이 되어야 하며, 각 사찰을 방문하여 불자 여러분에 대한 의료 활동을 펴는 등 봉사활동에 정진하셔야 할 것입니다. 졸업 후에는 불자한의사로서 그동안 연마한 학문과 인술을 통하여 중생에 봉사하는데 그 누구보다도 앞장을 서야 하실 것으로 봅니다. 학교의 책임자인 저는 앞으로 불교학생회의 활동을 애정으로 지켜볼 것이며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이같이 뜻깊은 날이 있기까지 전력해 오신 불교학생회 회원여러분께 뜨거운 축하와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바쁘신 중에도 참석하셔서 이 자리를 빛내주신 고승대덕 어른들과 특히 지도법사 역할을 선뜻 맡아 주신 서래대학의 성원스님께도 심심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또한 오늘 이 기념법회에 참석하신 모든 불자님들과 그 가정에도 부처님 가피력이 충만하시기를 기원하며, 원로의 노독에도 불구하고 귀한 법어를 허락하신 현해 이사장 큰스님께 다시 한번 특별한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불기 2549년 5월 28일 동국로얄대학 총장 김 진 선 합장
[미주현대불교 2005년 7월 18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