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향텃밭 이야기'는 다음 카페에 있는 한 이름입니다. '본향'과 '텃밭'에서 농촌 냄새가 물씬 풍겨납니다. '본향(本鄕)'은 자기가 사는 고향을 일컫는 말이고 '텃밭'은 집 가까이에 있는 밭을 순 우리말로 표기한 것입니다. 우리는 지난 세기까지만 해도 농본국가(農本國家)였습니다. 농업이 주업이고 다른 산업은 그것을 보조해 주는 역할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농업이 자식 중에서도 서자(庶子) 취급을 받고 있는 격입니다. 농업에 종사하는 인구도 소수로 전락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혁 장로님은 그런 농업을 굳건하게 지키는 농군이기를 자처하고 있습니다. 힘 닿는 데까지 농사를 지어서 주위에 판매도 하고 또 통신판매망을 통해 전국에 공급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다음 카페 '본향텃밭 이야기'는 그가 수확한 농산물의 중개소 역할까지 담당하고 있습니다. 그곳에는 농사 정보뿐만 아니라 농사를 지으면서 겪는 애환, 이웃과 나누는 정감 있는 이야기, 농군으로서의 신앙에 헌신하는 모습 등 아름다운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저도 그 카페를 자주 방문해서 올려진 글들을 읽기도 하고, 또 가끔 관련 글을 직접 작성해서 올리기도 합니다. 저는 그의 글을 읽으면서 농사는 거짓이 없다는 것, 농사를 지으면서도 자신의 철학을 굳건히 지킬 수 있다는 것, 농산물이 이웃을 섬기는 데 얼마나 좋은 매개물이 되는지 또 농사를 지으면서 뽑아내는 글들도 한없이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상혁 장로님의 필력 또한 만만치 않습니다. 정식으로 글공부를 한 것은 아닌 것 같은데, 그가 사용하는 어휘력이며 문장 구성력 그리고 글의 통일성 등이 매우 탄탄합니다.
그가 오늘(7월 18일) 소책자를 몇 권 두고 갔습니다. 교회 할머니들 쪄 드리라며 옥수수 한 부대와 함께 이 팜플릿형 책자를 전하고 간 것입니다. 총 16쪽밖에 안 되니 책자라기보다는 팜플릿으로 표현하는 것이 더 타당할 것 같습니다. 이것은 그가 운영하는 다음 카페 '본향텃밭 이야기'에 올린 글들 중 시의성(時宜性)과 대중성 등을 고려하여 골라 뽑은 글들입니다. 그가 짓는 농산물을 선전하는 광고물인 것 같지만 자세히 읽어 보면 꼭 그렇게만 볼 수도 없습니다. 농사에 대한 정보뿐만 아니라 농산물과 건강과의 관계 그리고 농촌이 처한 어려운 현실에서 농군이 가져야 할 자세 등이 재미있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것뿐이 아닙니다. 글 중간 중간에 그의 신앙관을 피력하고 있으며, 또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왜곡된 이데올로기의 편향성에 이르기까지 이 장로님의 생각을 정리한 글들입니다. 이곳에 제가 쓴 글도 한 편 올려져 있어 반갑군요. 제 블로그에서 퍼간 글인데, 제목이 '관상용 고추나무'로 되어 있습니다. 한 달포 전 이 장로님으로부터 예쁜 청자 화분에 관상용으로 심은 고추나무 하나를 선물로 받고 그 느낀 감상을 올린 글입니다. 우리의 사고력은 무궁무진해서 생각 여하에 따라 새로운 것들을 많이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을 ‘관상용 고추나무’가 제공해 주었습니다.
작은 팜플릿이지만 갖출 것은 다 갖추었습니다. 팜플릿 제목은 '본향텃밭 이야기'로 되어 있습니다. 상단 오른쪽에 다음 카페 주소가 실려 있고, 즐거운 옥수수나무들이 춤을 추는 가운데 이상혁 장로 부부가 기쁨에 넘쳐 옥수수를 수확하는 그림이 중간쯤에 배치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하단에 '소비자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는 대학찰옥수수와 가을(김장)배추 전문농장'이라고 해서 농사의 범위를 한정해 주고 있습니다. 그 오른편엔 그가 지향하는 농사의 목적과 냉용이 몇 개의 항목으로 나누어 올려져 있군요.
몇 개 소개하면, ‧ 도시 소비자에게 찾아가는 농업 ‧ 직접 판매를 통한 정직한 가격, 싱싱한 농산물 공급 ‧ 생산에 참여하고 견학할 수 있는 체험농업 ‧ 봄엔 씨앗 나누기를 통해서 소비자에게 다가가기 ‧ 텃밭을 가꾸는 초보 농군들에겐 농업 선생님 ‧ 지속 가능한 농업, 가족농, 통일농업을 알리는 활동가 ‧ 농업을 체육화하는 새로운 시도 등
귀향하는 초보 농군들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그들에게 농업 선생님이 되겠다는 것은 민중을 사랑하는 마음이 없는 사람에겐 꿈도 꾸지 못할 생각입니다. 그의 사고의 넉넉함과 깊이가 느껴지는 대목입니다. 통일농업을 알리는 활동가로서의 위치는 그가 지금 김천농민회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활동가로서의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읽혀집니다. 또 독특하게 다가오는 것은 농업을 '일'이 아니라 '체육' 즉 '운동'의 일환으로 생각하며 임하겠다는 각오입니다. 다 알다시피 일은 적정량이 초과하면 도저히 더 할 수 없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운동은 힘들어도 목표에 도달하기까지 쉼 없이 할 수 있습니다. '농업의 운동화' 어디서 원용한 것인지, 아니면 그의 독창적인 생각인지 잘 모르겠으나 정말 이런 정신을 하나의 운동(Movement)으로 발전시켜 나가면 농촌의 미래가 더 밝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쪽에는 '본향텃밭 이야기를 함께 나누며…'라는 제목으로 팜플릿을 발간하는 목적과 뜻을 밝히고 있습니다. 그리고 3쪽에는 '사진으로 보는 본향텃밭 이야기'라고 해서 옥수수 파종에서부터 정성들인 재배 및 수확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관련 사진들이 선명한 위용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마지막 16쪽에는 이 팸플릿을 만들고 마치는 글 '본향텃밭 이야기를 마치며…'로 전체 글을 갈무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가 정성껏 재배하고 수확하는 옥수수인지라 농산물에 대한 애정도 남다릅니다. '본향텃밭 옥수수는 새벽에 수확하여 김천 시내에는 당일 배달되기에 신선하고 옥수수 고유의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文句)를 볼 때 확신에 찬 그의 농심(農心)을 읽을 수 있습니다.
농사를 짓긴 쉬워도 과학적 영농으로 수확의 양과 질을 높이기는 어렵습니다. 자신이 생산한 물건을 과장해서 선전하기는 쉬워도 있는 그대로를 진실하게 전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또 자신이 직접 지은 농산물을 말로 이야기하기는 쉬워도 팜플릿을 만들어 알리기는 결코 쉽지 않은 일입니다. 이 모든 것을 이상혁 장로님은 해내고 있습니다. 각 부문 기술이 뛰어난 자들에게 우리는 '명장(名匠)'이란 칭호를 붙여줍니다. 농사에도 명장이 있다면 이 장로님이 바로 그런 사람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 점에서 그는 우리 김천의 자랑입니다.
첫댓글 '본향텃밭 이야기 카페에 들어가 함께 나눔을 가져야 겠네요, 감사합니다.
귀한 정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많이는 아니지만
택배로 농수산물을 사서 먹고 있어요
한번 카페에 방문해 볼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