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상매일/ 2015.6.10 (수요일)자
유진의 詩가 있는 풍경
사람의 바다
이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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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돈을 맡아보면 확
비린내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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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
우산도 사치가 되는 시장 바닥에서
썩어 나가는 고등어 내장 긁어낸 손으로
덥석 받아 쥔 천 원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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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비에 젖고
갯비린내에 젖고
콧물 눈물 땀에 젖은 그런
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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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금으로 주려고
찬물에 씻어도
뜨거운 불에 다려도 영 안 가셔지는 그런
비린내가 있다
.
이런 돈이 손에 들어온 날은 가끔
지느러미가 찢어진 돈과
돈이 헤엄쳐 온
사람의 바다가 보인다
◆시 읽기◆
생선을 사며 확 비린내가 나는 거스름돈을 받아본 적이 있다. 생선 다듬던 고무장갑 손으로 앞치마 호주머니에서 내놓는 그 돈의 비린내 뒤에는 자식 뒷바라지와 가정을 꾸려가는 모습이 보인다. 우산도 사치가 되는 시장 바닥에서 고등어 내장 긁어내는 손, 날비에 젖고 비린내에 젓고, 콧물, 눈물, 땀에 젖으면서도 희망을 안고 견디는 것이다. 씻고 다려도 비린내가 가시지 않는 그 돈은 지극히 정직하고 깨끗한 돈이다. 더 가지려고 갖가지 비리를 저지르며 갈취한 돈, 탐욕의 구린내가 아니라 치열하게 살아가는 정직한 사람의 정직한 냄새다.
시인은 지느러미 찢어진 천 원짜리 지폐를 보며 생의 바다를 생각한다. 인생은 고해(苦海), 끝없이 밀려오는 괴로움의 파도를 넘고 넘는 것이다.
유 진/ 시인, 첼리스트<선린대학 문예창작 전담>
첫댓글 땀에 절어 짠내나는 돈처럼 값진 것도 없겠습니다.
인생의 고해.....끝없이 밀려오는 파도를 넘으며 .......
제각각 파고의 차이는 있겠으나 느끼는 고통은 모두 같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