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주민들은 괴롭다.
몇년전까지만 해도 내가 살고있는 잠실주위는 한 달에 한두번씩은 무슨 경기가 열려 통제를 했다.
잠실 운동장이 옆에있고 올림픽공원 가까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우리집 주위는 포위되어 외딴섬이 되어 버린다.
지역주민들이야 그래도 며칠전부터 통제를 예고하는 플랭카드가 걸렸으니
그렇다고 쳐도
일요일 예식 위해 향군회관에 오는 사람들
아산병원에 오는 응급환자는?
응급환자가 지하철타고 성내역에서 800미터를 걸어서 가야할까?
출산이 임박한 임산부는 아이에게 좀있다가 나와달라고 SOS라도 쳐야될까
급박한 분초를 다투는 응급환자와 그 보호자는 애가 탈 노릇이다.
집사람이 일요일이면
교회차를 타고 성남의 어느 교회를 다닌다.
그런데 이렇게 대회가 예고 되어있으면
부득불 교회버스는 운행을 중단할수 밖에 없는데
그 차를 이용하는 신도들의 불만이 여간 아닌 모양이다.
여기서
마누라의 입장이 묘연해진다.
버스를 못타니 불편하지만
남편이 그 대회에 참가하고 있으니
같이 동조도 할수 없는판
40,000원 내고 서울 도심지를
교통통제하고 5시간이나 뛰어 다닐수 있는
권리를 주장한다면
나머지 사람들은 자유스러운 이동을 할 권리가 있을진제
연도 주위에 살고있는 주민은 괴롭다.
2. 예술가는 외롭다.
목요일은 점심시간을 잠시 틈내 크로키를 한다.
차로 십분거리인 목동에 간다.
그래서 목요일 점심시간은 약간 긴 편.
크로키야 대학다닐 때 부터 시작했으니 오래 되었다.
여자의 몸은 아기자기한 미의 표현이라면
남자는 억센 근육에서 우러나오는 힘이 넘쳐 흐른다.
누드는 사람의 몸뚱아리를 그리는것이 아니라
인간의 내면에 잠재된 영혼을 그리는 것이고
몸의 표정을 읽는 작업이다.
열 명넘는 사람들이 모인다.
목동 아줌마들이다.
남자는 한 혼자뿐
남자 열 명에 여자 하나 끼면 영웅이 되고
여자 열 명에 남자 하나 끼면 등신이 된다는데
개밥에 도토리 신세이다.
잠시 쉬는 틈
그들은 모여 연신 담소를 나눈다.
집안 세세한 이야기까지
난 거기에서 이방인이 되고만다.
그들의 화제에서 내가 들어갈 틈이 없다.
크로키를 이상하게만 연상하는 사람들속에
낀 자칭 예술가(?)는 외롭고
중년 여인내들 속에낀
난
더 외롭다.
3. 선수는 한심하다.
어제
동아일보 주최 서울국제마라톤대회.
구름낀 하늘에
날씨도 약간 싸늘하고
마라톤 최적의 기온이라는 9도 내외가 될것 같았는데
자기 기록에 따라 A그룹부터 E그룹까지 출발시키는데
난 당연히 최후미 그룹인 E그룹
그런데 출발부터 이상하게 발이 무겁더니
3키로 지점에서 불의의 설사를 만났다.
인간의 능력으로 통제할 수 없는 몇 개중에 하나가
이 경기에서 ???
어느 빌딩 화장실을 들어가니 이미 선점
그 사람 변비가 있는지 도통 무소식
그렇다고 다른곳에도 갈 수 없는 상황
겨우 일 마치니 5분이 지나 버렸다.
주로에 나오니 본대 뒤꼭지는 보이지도 않고 열여명 정도만 어슬렁
뒤에는 경찰 백차
여기서 잡히면 인도로 올라가야한다.
서울 도심지 도로를 달리기 때문에 일정시간이면 가차없이 통제를 풀어버린다.
나와 경찰 백차의 신경전
조금 속도를 늦추면 정속주행하며 따라오는 백차가 삼킬 듯이 덤벼들고
혼비백산해서 속도를 올리면 페이스는 망가지고
그래 을지로만 뛰어보자.
아니다 뛴 김에 청계천만이라도 달려보자.
17키로 지점 보신각을 돌아 종로로 접어든다.
동대문 방향은 마라톤 때문네 통제를 하지만 반대편 차선은 차가 다닌다.
신호대기하는 차량에서 운전자들이 창문을 열어 파이팅을 외쳐 주지만
꼴찌로 달리는 그 기분은
뒤에서는 여전히 상향 라이트를 틀고 백차는 따라오고
20키로 지점 신설동을 지나니
종아리통증에다가 오른쪽 발가락까지 말썽을 부린다.
숨은 턱까지 차고
땀은 비오듯
심장은 터질 것 같고
다리는 무겁고
한걸음 떼기가 천근 무게만큼이나
선그라스에 땀과 습기가 차서 앞이 잘 보이지도 않는다.
포기를 생각한다.
그러나 아쉽다.
동대문구청을 지나고
신답지하차도인 22,5키로지점에서
난
걸음을 멈춘다.
출발후 2시간 31분
이 정도 속도이면 5시간 20분대를 기록할수 있지만
지금 인도로 올라 신호도 받고 지하도 건너며
20키로를 더 간다는 것은 무리.
포기
포기도 용기지만 아쉬움이었다.
회수차에 올라탄다.
무거운 침묵이 버스에 쫙 깔려있다.
몸은 편하지만 차창밖 으로 뛰고있는 선수들이 부럽다.
결국 풀코스 114회 도전은 무위로 끝나고
113회로 바늘은 되돌려진다.
이 몸뚱아리 가지고 마라톤 풀코스를 113회 완주한 것은
天才인가?
113회를 뛰고도 포기하는 선수는
淺才인가 ?
하여튼
마라톤 대회 때문에 주민은 괴롭고
아줌마들속에 낀 예술가는 외롭고
113회를 뛰고도 포기하는 선수는 한심하다
첫댓글 웃으시는건지? 우시는건지? 내원 참, 일상이 꽉~차보여 너무 보기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