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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문화] 한국교회와 사회교리-가톨릭의 시국선언을 보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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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11.27 10:39:59 |
문영석_강남대 국제지역학부 교수 |
[한국종교문화연구소 news letter No.290 2013/11/26]
한국의 그리스도교 특히 개신교의 성장은 1960-70년대의 소위 “잘살아보세”라는 정치적. 사회적 운동과 기막히게 잘 들어맞았으며 긍정의 힘을 변용한 “번영신학”은 한국인들의 기복신앙과도 잘 맞물려 폭발적인 성장을 가져왔다. 긍정의 힘은 미국적인 가치라면 뭐든 잘 팔리는 한국 땅에 무서운 속도로 퍼졌으며 대형 교회를 열망하는 개신교 목사들은 이 미국식 가치의 열렬한 외판원이 되었다. 대형교회들의 웅장한 예배당, 호화스러운 각종 설비, 천문학적 액수의 헌금 등은 메가 처치 열풍을 한국 땅에 일으켰다. 세속적 성공을 바로 하느님의 축복과 동일화시킴으로서 우매한 신자들을 성장과 축복 이데올로기에 함몰시켜 버린 대형교회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빠른 시간 내에 돈과 권력, 명예를 쥐고 싶어 하는 한국의 신자들을 매료시켰다. 눈치 빠른 목회자들은 신자들이 세속적 성공 과정에서 따를 수 있는 죄에 대한 심리적 불안이나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도록 교묘하게 중산층의 정서를 읽어내면서 문화적 코드를 맞춘 달콤하고 세련된 설교를 통해 급속하게 성장했다. 편하고 쉬운 것만을 좋아하는 일반신자들의 기호에 맞게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사고방식과, 성공신화 등 달콤한 메시지들만 전달할 뿐 사회정의, 공동선, 개인 윤리와 책임성 같은 쓴 소리는 외면해왔다. 그러나 현실의 불의와 모순을 외면하고 추상적이며 달콤한 환상만을 부추기는 설교는 바로 마르크스가 말한 “인민의 아편”이다. 세속적 성장지상주의가 자신들의 교회성장 욕구와 맞물려 폭발적 성장을 구가했던 과거 군부독재시절의 기억을 못 잊어 하는 일부 개신교 목사들이 최근 서울 강남의 한 교회에서 뜬금없는 박정희 전 대통령 추모예배를 열고 더욱이 설교자는 “하나님도 독재를 했으니 우리도 독재가 필요하다”는 황당한 궤변으로 교계 안팎의 우려와 비웃음을 샀다. 다시 권위주의적 체제로 환원시키고자 하는 공안 세력들의 정치적 기획과 꼼수가 빤하게 보이는데도 극단적 보수주의와 배타주의로 무장된 한국 개신교계 안에 파괴적 반공주의가 다시 부활하고 있는 징후가 포착되고 있다. 이들은 반공주의를 상품으로 활용하는 공포마케팅을 활용하면서 “종북”과 “좌파”라는 주홍글씨가 난무하는 저주의 굿판을 주도하고 있다. 오늘날 한국교회의 부패와 타락의 근원적 원인을 제공한 성장지상주의자들은 “정의가 없는 사랑은 등뼈가 없는 몸과 같다”고 했던 폴 틸리히의 말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
한국 가톨릭교회의 최고 협의기구인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 강우일 주교는 “그동안 우리는 어려운 고통의 과정을 겪으면서 민주화의 목표를 단계적으로 이루어왔지만, 작금의 상황을 보면 역사의 흐름을 되돌려놓으며 뒷걸음치는 게 아닌가, 이래선 안 된다는 공통된 깨달음이 있기에 모든 교구의 신부님들이 일어나서 백성들의 진실된 인식과 이해를 촉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교단의 견고한 단일성과 응집력 그리고 신자들에 대한 성직자들의 압도적인 권위 그리고 근대 한국 민주화 운동에 있어 가장 큰 지분(?)을 갖고 있다고 평가되는 가톨릭교회의 이런 움직임은 박근혜정부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말끝마다 원칙과 신뢰를 앞세우는 현 정권의 도덕적 정당성에 치명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시국미사의 발언수준도 처음에는 국정원 개혁과 정부의 회개와 사과를 촉구하는 정도였지만 지난 11월 22일 전주교구 정의구현사제단은 급기야 박근혜 대통령의 사퇴를 촉구할 정도로까지 비화되어 초대형 화재로 확산되었다. 그러나 그리스도교가 말하는 내세는 문자적으로 이해할 것이 아니라 의미론적 그리고 가치론적으로 이해해야 한다. 성경이 말하는 종말론적 미래는 선취적인 미래(advent)이며 그것은 미래를 바로 ‘지금 여기에서’ 앞당겨 실현하는 것이다. 구원이란 이 땅의 현실에서 시작하여 미래에 완성되는 가치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교회의 존재 목적은 교회 자체를 위해서가 아니라 세상에 봉사하기 위한 것(바티칸 공의회 교회 헌장,8항)이기에 사제들은 불의한 현실에 대한 예언자적 고발을 감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천주교 주교회의는 1982년부터 해마다 대림 제2주일을 '인권 주일'로 지내왔는데 2011년부터 '사회 교리 주간'으로 지내고 있다. 교회의 '새 복음화' 노력이 바로 사회 교리의 실천이라는 사실을 신자들에게 깨우쳐 주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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