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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간의 전국 일주 기차여행 이야기--------------------------------------------------------- (A story of Travel by train for 10 DAYs in south Korea.) 이동근/문숭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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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나그네길,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 구름이 흘러가듯 떠돌가 가는 길에 정일랑 두지말자, 미련일랑 두지말자. 인생은 나그네 길 구름이 흘러가듯 정처없이 흘러서 간다.
그래 나도 구름에 달 가듯이 흘러서 어디론가 떠나보자. 어리석은 식자라는 이름을 가진 우식(愚識)이는 또 다른 여행을 꿈꾸고 있었다.
공자가 중국 일대를 13년동안 주유천하를 한 것처럼 우식이도 절반의 한반도이기는 하지만 남한일대를 13년 동안 전국 농어촌을 중심으로, 그리고는 지나는 길에 발길이 머무는 곳에 정처없이 떠돌아 다녔다. 공자는 자신을 알아주는 군주를 찾아, 혹은 자신을 알아주는 제자를 만나기 위한 주유천하였지만 나는 호구지책을 빌미로 농민소설을 쓴다는 어쭙잖은 명목이었다.
우식이는 60살 이후에 고향에 돌아가 농사를 지으면서 마지막 이 세상에 불후의 농민소설(대통령의 아들)을 쓰껬노라고 하는 꿈이 7년이나 앞당겨 실행에 옮기던 날에 지난 여름부터 봄이 온다는 입춘을 전후로 정말 그 어느해 보다 치열한 삶과 투쟁을 했었다. 한반도가 100여년 만의 한파와 폭설에, 구제역에 아우성을 치고 있는데 우식이라는 중년의 한 필부는 농사일을 마치기가 무섭게 건설현장에서, 산에서 지천명을 넘기도록 가보지 않았던 전혀 다른 길을 걸어보았다. 그런날에 그의 고향 충청도 충주 근교에서 새로은 인생의 길, 글쓰는 농부로서의 봄을 기다리며 잠시 시간을 내어 한반도 절반이기는 하지만 남한 일대를 기차를 타고 한 바퀴 여행을 떠나보기로 했던 것이었다.
그는 마음같아서는 한 20여일 떠나고 싶었다. 그러나 산에서 벌목작업이 지연되는 바람에 농사일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려는 춘 삼월이 시작되기 전에 10여일이라. 배낭하나에 최소한의 준비물만 채우고 둘러메고 기차를 타고 가다다 여기다 싶으면 내려서 낮에는 여기저기 산과 바람과 새와, 구름과, 사람들을 만나고 그리고는 마음이 허전할때 하모니카도 한곡 불고, 기차를 기다리면서는 아직 다 끝나지 못한 로마인 이야기도 읽어보리라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는 영혼이 고독한 날에는 성경도 한 페이지 읽어보고, 먹음스런 음식들이 눈에 보이면 탁주 한잔에 거리의 천사 시인 천상병 시인이 되어보자구나!
천사불여일행(千思不如一行, 천번의 생각은 한번의 실천만 못하다.)이라. 전국농어촌 주유하던 날에 경남 함안 산인면 운곡마을 어느 폐가 대청마루에 걸려있던 표구속의 문구(文句, 글귀)를 현실화 해 보는 것이다.
그래 통일이 되는 그날까지는 필부가 가 볼 수 있는, 기차가 갈 수 있는 경의선 중단역인 도라산 역(都羅山, 신라 마지막 왕인 경순왕이 고려에 귀순하여 개성인근에 볼모로 머무르던 날에 고향이자 마지막 신라의 왕으로서 신라에 대한 한을 안고 날이면 날마다 이 산에 올라서 신라를 향해 눈물을 흘렸다는 유래에서 그 산 이름이 도라산이라 불리게 되었다고 함)을 시작으로 강릉까지 갔다가 충주로 귀향하는 동네 한바퀴가 아닌 남한 한바퀴를 돌아보는 것이었다.
그러나 인생사 한 인간의 생각대로만 되어지는 것만이라도 아니라. 서울역에서 출발하여 문산을 거쳐 도라산역을 돌아나오는 첫 일정에 앞서 생각지도 않은 하루 일정이 끼여들게 되었다.
불혹을 넘어 그가 문학의 꿈을 넘어 한국방송통신대 졸업을 앞두고 알게된 문화유적지 답사 기행팀에서 그가 30년 전에 군복무를 했던 철원으로 철새 탐방을 가니까 동행을 하자는 것이었다. 최근 몇해를 사이에 두고 두 서번 이런일 생업차 혹은 업무상 다녀온 적은 있지만 철새에 대한 관심이 없었다. 천연기념물 203호 재 두루미가 겨울을 나고가는 철새들의 낙원인지는 오래지만 젊어서 군복무 시절이나 현재나 우식이에게는 큰 관심거리가 되지 못하고 있었던 터였다.
그래 오래간만에 문화기행팀에게 자신이 아직 건재하다는 것도 알릴겸 그러마 하고 일정을 추가하게 된 것이었다.
여행이 시작되는 시점에는 벌목작업이 완전히 마무리 되리라 생각했지만 그래도 하루 분량의 일이 남아있었다. 더 이상 미루다가는 일때문에 영원히 떠나지 못할 것이다. 나 몰라라 하고 떠나기는 그의 큰형님과 도급을 맡은 것이라 끝마무리를 지어야 하겠지만 그는 그의 큰형님에게 양해를 구하고 이유없이 떠나기로 작정하고 실행에 옮기기로 했다.
여행을 이틀 앞두고 그는 소형 배낭에 여행에 필요한 최소한의 물품을 챙기면서 가슴이 설레였다. 강산도 변한다는 10여년 이상 승합차 3대를 바꾸어 가면서 그의 말처럼 북한땅하고 울릉도만 제외하고 한번쯤은 남한땅 어느 곳인들 안가본 곳이 없다고 할만큼 호구지책과 더불어 원없이 한반도 절반을 누비고 다녔지만 이처럼 마음이 들떠본 적은 없었다. 하지만 이번 여행을 그가 그렇게 초등학교 시절 소풍가기 전날처럼 잠이 안 올 정도로 마음이 부풀어 있는것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그 어느 여행과는 달리 순수한 여행을 위한 여행을 떠난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손 수 운전이 아닌 가장 안전하다 싶은 열차를 타고 시간에 구애없이 길따라, 강따라, 바람따라 한 바퀴 돌아오는 것이지만 굳이 일정에 얽매이지 않고 가다가 일정이 다하면 다음코스는 남겨두기로 하면 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가급적이면 계획한 일정에 최종 목적지를 돌아 본가가 있는 충주로 귀향하는 것이었다.
10여일이라. 길다고 하면 길고, 짧다고 하면 짧은 일정이다. 최손한 런닝, 팬티 한벌에 가벼운 겉옷 상하 한벌, 양말 두 컬레, 성경, 내 고향 충청도 그가 쓴 책 한권, 독서중인 로마인 이야기 한권(7권, 악명높은 황제들), 하모니카 서너개, 디지털 카메라 2개(1개는 동영상용), 삼각대, 상비약 약간등을 챙기었는데도 소형배낭이 가득이었다. 무게도 제법 나갔다. 신발은 안전화로 대신하고, 등산스틱에 모자는 그간 차안에 굴러다니던 현대판 삿갓 모양의 베지색이었다. 그럴듯 하지 않는가? 죽장(竹裝, 대나무 장식 의복)은 아니지만 현대판 죽장으로 츄리닝이면 안성마춤이었다.
짐을 미리 꾸려놓고 나름대로 10일 동안의 일정을 잡아보았다. 그리고는 남한만의 전국지도에 기차노선을 따라 표시를 하고 일정을 우식이가 관리하고 있는 자신과 관련된 사람들과 교류하는 공식 ,비공식 모임 관련카페나 홈페이지에 그의 행방을 알려주었다. 할 수만 있다면 이번 기회에 이미 통성명을 하고 오프라인에서 인연이 된 사람들은 물론이거니와 이름, 성도 모르는 닉네임이지만 지나는 길에 만나볼 용의도 있으니 일정에 따라 기회가 되면 연락을 하면 만나보겠노라고 말이다. 그들이 관심을 가지거나 말거나 구름은 바람따라 흘러가는 것이기에 특별한 기대없이 떠나는 것이기에 홀가분한 심정으로 말이다.
그렇게 하여 그가 잡아본 일정이었다.
1일차 - 2.19.(토) 강원도 철원 - 철새도래지 탐방 2일차 - 2.20.(일) 도라산 역(서울역 8: 50분 출발 - 도라산역(11.24 도착) - 14:30 귀경 3일차 - 2.21.(월) 서울 4일차 - 2.22.(화) 수원-평택-천안 5일차 - 2.23.(수) 대전-논산-목포- 광주 6일차 - 2.24.(목) 순천-광양-대구 7일차 - 2.25.(금) 밀양 - 함안 8일차 - 2.26.(토) 창원 9일차 - 2.27.(일) 경주 10일차 - 2.28,(월) 강릉 - 충주
2011. 2. 19.(토)을 이번 여행의 시발점이었다. 첫 날은 서울에서 소형버스로 철새탐방 답사팀이 떠나기로 되어있어서 정작 기차여행 이틀째 되던 날에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셈이었다.
당일 아침 8시 30분, 그가 30여년 서울생활에 마지막 10여년 이상 거주지였던 능동 근처 군자역에서 출발하기로 되어있었다. 문화기행팀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연장자라는 것을 배려하여 아직도 능동에서 생활하고 있는 줄 알고 우식이에게 최대한의 배려를 해준 것이었다.
어찌 문화기행팀에서 우식이가 나홀로 충청도에서 귀향과 함께 또 다른 꿈을 꾸고 있는지 알리가 있을까? 불혹을 넘어 다녔던 제2의 대학 초등한문 어디에서간 본 한문 구절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子非魚 安知魚之樂(자비어 안지어지락), 그대가 물고기가 아니거늘 어찌 물고기의 줄거움을 알겠는가?
여행 첫날 아침 06:00에 충주를 출발하면 예정된 출발시간에 당도하겠지만 첫 시작은 단체로 이동을 하는 일정이라 약속된 시간에 앞서 미리 당도해 있지 않으면 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기에 우식이는 전날 서울에 올라가서 늘 서울에 처자식이 아닌 성수동 어느 24시 사우나 찜질방에서 1박을 하고 약속된 시간에 마추어 군자역에 나갈 생각을 하고 2.18일 저녁을 충주 본가에서 먹고 마지막 서울행 고속버스를 타고 상경을 했다.
동서울 터미날에 도착을 해보니 굳이 성수동이 아닌 터미날 근처에도 24시 찔질방이 보이기에 막 요금을 지불하려던 참이었다. 휴대폰이 울렷다. 혹시 이 여행을 못 떠난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긴장되어 발신자 확인없이 전화를 받았다. 본가 큰 집에는 남은 여생을 인간 그 어느 누구도 알 수 없는 94세 되신 노모가 살아계시기에 긴급 연락을 할 곳은 본가말고는 그리 흔친 않은 일이라. 아차 싶었다. 하지만 예외였다. 전남 나주에나 있을 우식이가 속해있는 하모사랑(다음카페 ,하모니카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회원이자 10여 살 아래인 무식깽판이라는 닉네임의 회원이 전화를 했던 것이었다. 하모사랑 아카데미 인근 포장마차에서 우식이 보다 한 두해 연배인 다른 회원과 소주 한잔중에 우식이 말이 나와서 안부전화를 한다는 것이었다. 우식이는 요금을 도로 지갑에 넣으면서 그렇찮아도 광주를 지나는 길에 나주를 들렸다 올까? 했는데 잘 되었다 싶어 늦은 시간이지만 같이 한잔하고 내일 여행을 떠나마 했다.
아뿔사 한잔이 아니라 새벽 4시까지 연배인 다른 회원이 자리를 일어설 생각이 없어 밤을 새우다 못해 인근 찜질방에서 입소 거절을 당하고 인근 19세기 영화에 나올법한 여인숙 같은 여관에 투숙을 하고... 그들이 잠을 청하는 사이 눈을 붙이다 못해 뜬채로 있다가 출발 시간 오전 8시 30분을 10여분 남겨두고 군자역을 나왔다.
그럼 지금부터 길고도 짧은 10여 일간의 남한일대 한바퀴 기차여행을 우식이와 함께 떠나 볼까요? 아니 첫날은 소형버스라고요... 어쩌거나 그렇게 하여 첫 일정부터 저 구름 흘러가는 곳에 행복을 찾아 떠나보는 것이랍니다.
우선 우식이가 문학도인 만큼 그가 알고 있는 청록파 시인 3인방(조지훈, 박두진, 박목월)의 한 사람인 박목월이 쓴 "나그네" 라는 시 한수를 읊조리며 최희준이 불렀던 나그네가 나오는 하숙생 노래를 하모사랑 올드보이라는 회원의 하모니카 명 연주를 들으며 여행의 첫날의 이야기를 기다려 보시지 않으렵니까?
크로메틱 하모사랑/올드보이님 연주을 인용했습니다. 2편에 계속됩니다.
- 이 글이 연재되는 각 카페나 단체-여행을 떠나요 참조-의 운영자님에게 알려드립니다. -
이 글은 기행소설로 사실을 기반으로 한 상상력과 이야기가 엮인 소설형식의 글입니다. 다소 실명과 사실, 사실에 반하는 차원의 이야기가 진행될 수도 있습니다. 이 글을 소설형식을 빌었는바 사실에 관계없이 글에 대한 책임과 권리는 필자에게 있으며 다소 개인적 명예에 관련되는 내용에 관해서는 필자가 민,형사상의 책임을 감수합니다. 다만 그래도 이 글이 본인(이동근/문숭리)이 속해있는 카페에 연재를 원하지 않을시는 쪽지나 전화(여행을 떠나요에 공개되어 있음)를 주시면 고려하고 시정해 드리겠습니다.
아울러 본인이 연재하는 이 기행소설로 인하여 카페관리에 해가 된다고 하신다면 그동안 제가 올렸던 글들을 모두 삭제와 동시에 해당 카페나 단체에도 즉시 탈퇴를 해 드리겠습니다. 그러나 필자에게는 작가만이 가질 수 잇는 필자만의 권리와 의무, 책임이 있는바 임의대로 삭제나 수정을 제의하는 일이 없었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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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선배님 광주에 오셨을때, 그 선술집 아짐이 하모 연주를 듣고 성님을 바라보던 눈빛이 달랐다는 것을 집에 가서야 알았습니다. 제가 중간에 매파 역할을 했어야한디 술만 퍼먹느라고....ㅋㅋㅋㅋ 멋진 추억 만들어 드려서 재미난 글 읽을 수 있었을 것 인디요잉. 지송하고 아쉽습니다.
진짜 이야기는 지금부터이니까 기대하시라... 또 광주에 가면되는 거지. ㅎㅎㅎ 나도 후배처럼 여자에 관심이 갔으면 좋으련만 여자가 남자로 보이니 이것도 병이겠지...조금 기다리면 글속에 멋진 여인도 나오니 너무 심려는 말게나. 인생을 바람이거늘..
죽장 대신 하모니카를 든 21세기 김삿갓 출현 축하하오며 여정의 휠이 같이 하길 원 합니다.
잘 지내시죠... 오이도에도 전철이 가던 군요. 들려오면 좋았을 것을.... 고향에서 이제 정착하면서 사과농사와 옥수수 농사짓습니다. 제 고향에도 초대를 하겠습니다.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