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산칼럼 하촌 류재호
신(神)이 빚은 암정원(岩庭園) 천관산(天冠山, 723M)
문헌(文獻)에 의하면 정조때 번암(樊巖) 채제공(蔡濟恭,1720ㅡ1799)이 영의정에 올라 명 재상 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남인의 재상인 그는 1783년 (정조7) (63세)에 관악산(冠岳山) 최고봉 연주대(戀主臺:임금을 사모하는 대)를 오르는데 몸이 쇠약하다 하여 길을 안내하는 불성사의 장정 스님들이 기력이 감당할수 없을 것이라 만류하자 번암은 말하기를 "천하 만사는 마음이라네, 마음은 장수이고 기운은 졸병과 같은것일세 장수가 가는데 졸병이 어찌 안갈수 있겠는가." 하고 강하게 주장하였다.
현기증 이 나며 미끄러지며 드디어 온갖 고생끝에 연주대에 올라 숨을 고르며 주위를 둘러보니 천하 만물이 모두 높지않았다.
번암이 최고 권력자인 임금을 모시고 있어 두려울것이 없는것과 너무 흡사하지 않는가라고 말했다.
오늘도 우리 청주 산사랑 가족은 전남 장흥의 천관산을 탐방키위해 7시30분 출발, 보성 녹차밭, 벌교 꼬막, 장흥 한우로 유명한 곳을 지나면서 4시간만에 11시30분경 천관산 입구 장천재 들머리에 도착하니, 봄은 소리없이 내리고있다. 향긋한 봄 향기에는
마음을 차분하게 진정 시켜주는 위로가 담겨있다.
산행은 장천재~선인봉~천주봉~정상 연대봉~정원석~장안사~장천동 휴게소로 하산, 5시간 코스이며 스릴 넘치는 즐거운 산행이
기대된다. 20분쯤 오르니 대리석 으로 고풍스럽게 자리잡은 영월정(迎月亭)이 있으며 10분쯤 더 오르니 조선시대 태종왕때 건립된
장천재(長天齋:존재 위백규의 강학소)가 잘 보존 되어있고 좌측으로는 천년 노송 태고송(太古松)이 수호신 처럼 지키고있다.
사람은 세월이 가면 노쇠 해 지지만 신송(神松)은 오래 갈수록 고태미가 나고 근엄함이 더욱 돋보인다.
이 신송이 바람에 의해서 우는 소리는 기상을 예측할수 있다하여 본 지역을 '장천재'라 하며 지방 문화재로 지정 되어있다.
천관산(天冠山,723M)은 노령산맥 맨 끝을 장식하듯 우뚝 솟아있는 산으로 지리산, 월출산, 내장산, 내변산과 함께 호남의 5대 명산으로 옛 이름은 천풍, 지제, 불두, 등 여러 이름을 갖고 있을뿐만 아니라 흰 연기가 서린다하여 신산(神山)으로 불린다.
산의 이름에서 암시하는 바와 같이 불교와 인연이 많은 봉우리와 바위 이름이 있고 89개 암자가 있었다고 전해진다.
또한 삼국통일의 위업을 달성한 영웅 김유신과 인연이 깊은 산이다.
김유신이 16세때 가야에서 신라로 들어와 처음으로 사랑했던 천관녀(신을 모시는 여인)가 머리를 깍고 천관산에 들어와 암자를 짓고 김유신의 성공만을 기도했던곳이다. 몰락한 금관 가야의 왕손으로 신라에 들어온 김유신은 신라에서 터전을 잡기위해 사랑하던 천관녀를 포기할수밖에 없었다. 사랑과 권력 사이에서 갈등하던 김유신은 어머니의 충고에 따라 천관녀의 집으로 발길을 돌린 애마 백마의 목을 쳐 죽이고 삼국 통일의 위업을 달성한다.
김유신은 통일후 천관녀의 소식을 듣고 천관산을 찾아가 천관 보살을 만나 도읍지 경주로 돌아 갈것을 간청하지만 천관 보살은 그를 뿌리친다. 천관녀는 김유신에게 자기는 하늘이 내린 보살이었으며, 삼국통일의 위업을 달성할 사람을 찾던중 장군의 소년 시절때 장군의 마음을 시험해본것 이라고 하며 백마를 타고 달아나 버렸다.
이러한 전설로 현재 천관산에는 천관 보살이 살고있다고 전해진다. 그래서 인지 천관산은 하늘에 관(冠)을 씌운듯한 형상을 하고있다. 성인봉과 구정봉을 지나 힘겹게 정상에 오른다.
높이솟은 바위들은 축제라도 하는듯 웅성대며 저마다 하늘을 찌릇듯 솟아있다. 아기바위, 사자바위, 천주봉, 관음봉, 선재봉, 등을 비롯해 수십개의 기암 괴석과 기봉들이 주옥으로 장식된 천자의 면류관 같다하여 천관산이라 불리어지고있다.
정상에서 보고 느끼는 천관산은 월출산에 견줄만큼 비경을 자랑하고 있으며 남해안 다도해, 영암의 월출산, 장흥의 제암산, 광주의 무등산이 한눈에 보이고, 남쪽으로는 완도의 신지 고금 약산도 등 이 그림처럼 펼쳐있다.
오늘은 거룩하고도 뜻 깊은 3.1절이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이라 봄은 온것같은데, 아니온듯 마음이 무겁다.
이 역사적인 날 광화문에서는 태극기와 촛불이 대치하며 국치(國恥)를 이루고 있으니, 이 어지러운 난세(亂世)가 잘 풀리어 국태민안
(國太民安)하게 해달라고, 천관산을 비롯해 이 정상에서 보이는 모든 명산의 신령(神靈)님들께 간절한 마음을 전한다.
정상 연대봉 에서 산상 억새능선 사이 약 5만평의 십리길 구간에 누렇게 바랜 억새 군락지는 장관이다. 청순 순백의 상징인 억새는 바람에 부댓기며 순응하면서 엎드려 봄 햇살에 반짝인다. 우측으로 보이는 환희대(歡喜臺)는 책바위가 네모나게 깍아져 서로 겹쳐있어서 만권의 책이 쌓아진것 같다는 대장봉(大藏峯) 정상에 있는 평평한 석대(石臺)이니 이산에 오르는 자는 누구나 이곳에서 성취감과 큰 기쁨을 맛보게된다.
금세라도 하늘에서 천관 보살님이 하강 하실것 같은 극락 같은 풍경이다.
봄날(春日) 서거정(徐居正, 1420~1488)
금입수양옥사매(金入垂楊玉謝梅)
소지춘수벽어태(小池春水碧於苔)
춘수춘흥수심천(春愁春興誰深淺)
연자불래화미개(燕子不來花未開)
수양버들 금 박히고 매화엔 옥이 지니
작은 못 봄물이 이끼보다 푸르네.
봄 근심과 봄 흥이 어느 것이 깊은가
제비는 오지 않고 꽃도 아직 안 피었네.
수양버들 가지에 금빛 눈이 하나 둘 박히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노란빛을 띤 연초록 가지에 물이 오른다.
그 곁 옥색 청매(靑梅)는 꽃이 이미 시들었다.
매화꽃 지고 버들개지에 물 오르는 봄날, 못물도 싱싱하게 살아나
나날이 물빛이 푸르러 간다. 뭐라 말해야 좋을까?
봄날 알지 못할 시름과 까닭 모를 설렘을, 공연히 싱숭생숭하다가 왠지 슬퍼도 지고,
느닷없이 부푼 기대에 들뜨게 되는 이 팥죽 긇듯 하는 변덕을, 목 빼어 기다려도 강남
갔던 제비는 돌아올 줄 모르고, 기다리는 진달래, 산수유, 살구꽃 아직 피지 않았다.
신(神)이 빚어놓은 궁궐같은 암정원(岩庭園)을 빠짐없이 마음에 담으며 조심스럽게 하산한다.
산자락에 내려오니 매화, 동백꽃이 반기며 진달래는 가재 눈뜬듯 만개할 채비를 한다.
하산주로 피로를 풀며 귀가길에 오르니 봄 비가 차창을 적신다.
첫댓글 천관산은 설악산과 금강산에 못지 않은 기암괴석과 억세의 한마당으로 영원이
우리 모두에게 기억속에 간직해야 할 명산중에 명산이였읍니다.
천관산에 관한 상세한 전설과 바위와 금종소리 2편의 멋진시가
가슴을 뭉클하게 하네요. 기행문 작성하시느라 수고하셨읍니다. 화이팅!!!!
수고많이 하셨습니다.
산사랑을 빛나게 하는 기행문_ 감사한 마음으로 & 감동하며 읽고 갑니다.
해나가 함께 동행하여 산사랑이 더욱 빛났다. 수고했고요.
기행문을 접하다보면 명산에는 명인이 함께 존재하고 있지않나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호사유피 인사유명이란 글귀가 이를두고 생긴 명언이 아닌가 여겨지는군요 바야흐러
천고마비의 계절을 맞아 인격수양에도 도움이되는 좋은글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
아우님.늘 감사합니다.
비록 사정이 있어 함께 산행을 못했지만 상세하게 기행문을 올려 주셔서 즐산을 한 것 같습니다.다음번 양각산은 참석 하겠습니다...감사!
네. 치료 잘하세요. 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