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여의도에서 무슨 회의를 하는 중에 잡스가 사망했다는 딸의 메시지를 받았다.
카카오톡이다. 잡스 사망 소식을 딸이 알려왔다.
슬픔이 밀려들었다.
스티브 잡스 덕분에 회의 중에도 그런 속보를 알 수가 있어 좌중에 이를 소개했다.
나와 같은 시대를 살아온 그가 갔다.
그는 세계최초로 진정한 PC의 시대를 열어젖힌 선구자다.
그가 만든 애플2를 1986년에 사용한 적이 있다. 내가 접한 최초의 PC다.
이후 그가 혁신적으로 만든 매킨토시를 디자이너들이 사용하는 걸 옆에서 구경했다.
이어 맥북, 아이팟, 아이튠즈, 아이폰, 아이패드 같은 현란한 작품들이 그의 손에서 쏟아져나왔다.
하지만 난 애플2 외에 그의 작품을 쓰지 않았다.
* 그가 죽은 뒤 나는 바이오코드를 설명하면서 스티브 잡스를 자주 인용했다.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아이폰 6부터 6S, 7, 10, 12를 지금까지 써오고 있다. 불편하지만 그의 정신을 기리고 그의 치열한 영혼을 추모하는 뜻이다.
사용환경이 너무 폐쇄적이기 때문이다. 스티브 잡스는 자기 자신은 자유를 갈구하면서도 남은 독재하는 사람이다.
난 잡스만큼이나 독재를 싫어한다. 그래서 개방적인 IBM PC를 쓰고, 갤럭시 폰을 쓴다.
그의 애플2는 IBM이 PC설계도를 전격 공개하면서 단숨에 무너졌고, 그는 자기가 만든 애플에서 쫒겨난 적이 있다. 그것도 "평생 설탕물이나 팔며 살 거냐?"면서 영입한 코카콜라 출신 부하 손에.
이처럼 난 스티브 잡스의 작품 자체는 사랑하지 않지만 그가 세상을 향해 던진 충격으로 발전해온 문명을 즐기고 있다.
갤럭시 스마트폰은 잡스의 아이폰이 아니었다면 이 세상에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이건희에게는 그런 창의성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내가 IBM PC를 쓰든 갤럭시를 쓰든 잡스의 영향권 내에 있다는 뜻이다.
그러니 잡스를 존경하지 않을 수 없다. 난 잡스를 개량한 제품을 쓰고 있으니까.
그에게서 배운다.
과감히 한 학기만에 대학을 그만둔 잡스의 용기, 난 갖지 못했다.
부모님이 허리가 휘도록 농사일하면서 보내온 등록금을 4년간 꼬박꼬박 받아가며 기어이 다녔다.
그런 나는 잡스만한 공을 세우지 못했다.
그만큼 치열하지도 못하다.
잡스는 말했다. 늘 굶주려라. 늘 어리석어라.
(굶주린 사람처럼 먹이를 찾아라. 알지 못해 답답한 사람처럼 지식과 구하라)
그건 지킨다. 나는 진리에 굶주려 있다. 지금도 새로운 진리를 찾기 위해 생각하고, 독서하고, 글을 쓴다.
늘 어리석다고 믿고 두리번거린다. 내가 보지 못한 것을 보기 위해, 내가 듣지 못한 것을 듣기 위해 귀를 세운다.
그러나 잡스는 천재고 나는 범재다.
그는 세계어인 영어를 쓰는 미국인이고, 나는 노벨상을 받지 못하는 한국어 쓰는 분단국 국민일 뿐이다.
아, 그는 입양아던가. 췌장암으로 고생한 환자던가. 자기가 창업한 회사에서 쫒겨난 적이 있는 불운아던가.
그런데도 그를 따라잡지 못하다니.........
Stay Hungry! Stay Foolish!
*** 이 글은 <Brain Republic>의 글 <붓다는 아셨을까, 공맹치?>로 이어집니다.
첫댓글 "늘 굶주려라. 늘 어리석어라." 제사 본 번역 중에서 가장 간결하고 잘된 번역같습니다. 열정에 굶주려 하고 꿈을 향해 어리석어져라는 명언이겠죠. 그가 너무 일찍 가버리네요..
4.3 인치짜리 지구문명 압축기. 그가 아니었다면 어찌 청양의 첩첩 산중에서 그의 타개소식을 접하겠습니까. 이세에서 저세로 편안한 영면에 드시기를 기원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