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에 영화를 세 편이나 보게 되었습니다. '가문의 영광'은 극장에서 나머지 두 편 '소울 서퍼 Soul surfer,와 '지상최고의 게임 The greatest game ever played' 은 인터넷을 통하여 집에서. 추석 전날 어머니를 모시고 조카 한 명이 추가되어 한 명당 2만원을 하는 메가박스의 The first club에서 가문의 영광을 큰 맘 먹고 보았지요. 인터넷을 통하여 본 영화는 어제 저녁에 보았습니다.
'가문의 영광'을 저 혼자라면 보지 않는 영화 스타일이지만 어머니와 조카에게 새로운 영화관을 구경시켜 준다는 의미와 가족영화라서 부담없이 볼 수 있겠다는 의견을 종합하여 보게 되었지요. 가족들 거의 전부가 실망이었습니다. 영화감독은 이 다음번의 5편까지 생각한다기에 걱정스럽기까지 했습니다.
‘가문의 영광’은 저급한 수준의 조폭 코메디 영화라는 평가를 내리고 싶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저급한 수준의 영화라는 평가가 그러한 영화는 관객들에게 사랑 받지 못하고 흥행실패 될 것으로 반드시 이어질 것은 아니라는 생각도 해 봅니다. 저로서는 드라큐라 혹은 뱀파이어, 중국의 강시 등을 소재로 한 영화 또한 설정자체가 그렇게 호감이 가지 않으면서 비숫한 수준의 영화들이라고 봅니다. 다만 그러한 이야기 구조 설정 자체를 관객이 받아준다면 계속적인 시리즈물로 나올 수 있겠지요. 실제로도 그렇고요. 흥행이 관건이겠지만 말이지요.
극적인 요소를 가진 유명인의 실화는 영화의 소재로서 아주 좋지요. ‘소울서퍼’와 ‘지상 최고의 게임’은 그러한 실제적 예가 되는 영화입니다. ‘소울서퍼’는 상어에게 한 팔을 잃는 끔직한 사고를 당하지만 가족의 격려와 신앙의 힘으로 다시 재기하여 프로서퍼로서 전세계적인 활동을 하고 있는 안나소피아 롭의 실제이야기를 바탕으로 하였습니다. ‘지상 최고의 게임’은 아마추어 골프선수 프란시스 위멧이 1913년 US오픈(골프 경기)에서 영국의 전설적인 선수 해리 바든을 누르고 우승한 실화를 바탕한 영화입니다. 두 영화 모두 매우 감동적인 스토리로 온 가족이 즐겁게 보기에 너무나 좋은 영화라는 생각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이야기 구조와는 또 다른 영역 - 실제에 바탕하고 상상력이 그 이야기를 더 풍성하고 극적으로 만드는 구조 이것이 영화의 본령이라는 생각입니다. 너무 진부하고 교과서적이면서 흥행은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지만 말이지요.
해리 포터의 작가 조앤 롤링이 상상력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대목이 있습니다. 도서 평론가 이권우 선생님이 하신 말을 인용해 보겠습니다.
[해리포터 시리즈의 작가 JK롤링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롤링은 2008년 6월 5일 하바드대 졸업식에서 축하강연을 했다. 이 자리에서 그녀는 실패의 미덕과 상상력의 중요성을 힘주어 말했다. 작가는 실패가 “삶에서 불필요한 것들을 제거해줬”다면서, 실패한 덕에 “스스로를 기만하는 것을 그만두고, 제 모든 에너지를 가장 중요한 일에 쏟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혼한 싱글맘에 실업자였던 그녀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로 변신한 사실을 기억한다면 무슨 말인지 금세 이해할 수 있을 터다. 작가는 상상력을 일러 “모든 발명과 혁신의 원천이기도 하지만, 내가 직접 겪어보지 못한 타인의 경험에도 공감할 수 있게 하는 힘”이라고 말했다. 상상력의 개념을 새롭게 정의할 수 있었던 데는 작가의 경험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20대 초반 국제사면위원회 본부에서 일한 적이 있는데, 여기서 그녀는 인간이 저지르는 사악한 행동에 관한 자료를 보면서 악몽에 시달렸다고 한다. 다행히, 그곳에서 고통만 겪은 것은 아니었다.
“반면 저는 그곳에서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는 인간의 힘도 볼 수 있었습니다. 안전하고 행복하게 사는 평범한 사람들이, 감옥에 갇힌 적도 없고 고문도 받은 일이 없는 그런 사람들이 어딘가에 있는 알지도 못하고 평생 만날 일도 없는 사람을 구하기 위해 일하고 있었습니다. 지구상의 어떤 생물과도 달리 인간은 경험하지 않고도 배우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고, 다른 사람들의 처지를 상상할 수 있습니다.” (<타인의 아픔 공감하는 상상력이 세상 바꾼다>, 중앙선데이 2008.6.8일자) ]
개인적으로 해리 포터와 그 영화를 매우 좋아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조앤 롤링이 가진 상상력은 전세계에 새로운 의미를 주기에 충분하였지요. 저는 이번 추석에 읽은 박원순 선생님의 ‘마을이 학교다’라는 책에서 기차길옆작은학교의 김중미님과 나눈 대담에서 나오는 ‘애들아 거꾸로 가자’라는 인형극 줄거리가 가지는 이야기 구조가 인형극을 넘어서서 우리의 상상력을 끝없이 자극하고 실제적인 우리의 현실적인 많은 아픔과 모순을 닮아내고 있다는 점에서 큰 가능성을 본 것 같은 느낌입니다. 인용해 보겠습니다.
“재개발로 자신의 삶터에서 밀려난 사람들이 사는 동네에 자꾸 이상한 일이 일어납니다. 사람들이 산을 깎아 콘크리트 세상을 만들고 메워 도시를 만드는 바람에 땅 밑으로 들어가 살던 도깨비들이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이번에도 사람들 때문에 땅 위 세상으로 나온 도깨비들은 우연히 자신들과 처지가 같은 아이들을 만나 친구가 됩니다. 도깨비들은 자신과 친구들의 삶의 자리를 파헤치는 사람들과 맞서려고 합니다. 하지만 도깨비들의 장기인 똥 싸 놓기, 집 옮기기, 변신하기 따위로는 힘센 개발 업자들을 막을 도리가 없습니다. 그러다 겨우 생각해 낸 것이 도깨비들이 좋아하는 씨름입니다. 희망동 산 49번지를 놓고 싸우는 조 사장과 도깨비의 씨름은 어떻게 될까요? ‘얘들아 거꾸로 가자’ 인형극 줄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