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
제가 있는 칭다오에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위안화 절상과 증치세 환급율 인하, 그것에 국제 원자재값 상승.인건비 상승 등.
하나같이 기업활동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는 요소들입니다.
불행스럽게도 항목마다 기업활동을 위해 자비를 배푼것은 하나도 없군요.
위안화 환율은 지금 7.3 까지 내려갔습니다.
2년전 8.3일때보다 약 12% 하락했으며, 올 초 7.9보다 7% 나 하락했습니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이것이 하루아침에 확 내렸으면 원가에 반영이라도 하겠지만,
조금씩 쌀쌀맞게 내려가는 바람에 그저 그려느니 하다 어느날 헉~.
불행스럽게도 앞으로 계속 위안화 절상요인만 있지 절하요인은 아직 어디에서도 찾을수가 없습니다.
(혹.헷갈리는 분이 있을까 싶어..환율인하는 위안화절상 이라고 반대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증치세란 우리의 부가가치세인데,
수출을 하면 전액 환급받도록 되어있습니다.
그런데 증치세란, 이름도 요상한 이것을 다 돌려 주는것이 아니라 제품에 따라서 대중없이 줍니다.
또 주기는 한데, 석달에 한 번.여섯달에 한 번..
묻어 놀 돈이 없으면 손가락 빨며 생산해야 합니다.
조금씩 줄이다가 요즘엔 반도 안 주는 품목도 많습니다.
종국엔 아예 떼 먹을려고 호흡조절을 하나 봅니다.(이미 환급율 제로품목이 꽤 늘었지요.)
석유파동은 당연히 원자재와 물류비 상승으로 이어집니다.
특히,유가와 연동되어있는 원자재는 그대로 직격탄이 됩니다.
요즘 아예 유행어가 되다보니, 납품업체들은 아무 상관없는 항목에서도 무조건 단가조정 하자고 합니다.
농담이지만,길거리 보호비를 받아가면서도 유가상승으로 더 걷어 갈까 걱정됩니다.
인건비 상승은 이제 고전적 화두가 된 지 오래되었습니다.
기억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작년대비 평균 14% 올랐다는 자료를 본 적이 있습니다.
인건비 포지션이 높은 품목은 모르겠으나, 평균이하 품목엔 큰 지장이 없을 듯 했습니다.
오히려, 노동력 부족이 더 큰 화두였습니다.
그런데,
08년 1월1일부터 시행되는 신 노동법은,
당분간 운영의 묘는 살리겠으나 기업입장으론 소화불량 항목이 많습니다.
특히 외자기업엔 법대로의 적용이 참 곤혹스러워 질 듯 합니다.
예전엔 중국법이 투명하지 않아 인치로 인한 불이익이 많으므로,
오히려 법을 자세히 제정해 달라고 떼를 쓴 외자기업입니다.
자세히 만들어 준 것 까진 좋으나,노동자권익을 너무 강조한 나머지 기업경쟁력을 등한시 한 면이 많습니다.
중국기업도 동등한 조건일텐데 하시겠지만,
上有政策,下有對策이라..어리숙 한 척 해도,중국기업의 대처력을 우습게 보면 안 됩니다.
어느날 갑자기 타깃을 잡아 법대로 들이 밀면,
인맥없고,융통성 한계에다,요령부족한 외자기업만 다치게 되어있습니다.
신노동법 제정에 목숨걸고 반대했던 미주,구라파 기업이었습니다.
우리기업은 발등만 쳐다보고 열심히 일만 하느라 가리늦게 악~소리 냅니다.
이런 기업환경은 어느날 갑자기 뚝 떨어진 것이 아니라,
이미 진행되어 왔고,예견된 일이라 새삼스러울 것이 없습니다.
단지 우리기업들은 오늘 받은 오더에 목 매고 사느라, 휘~ 둘러살필 여유가 없었을 뿐입니다.
따져 들어가 보니, 부지불식간에 이렇게 되어있더라 하는 한숨뿐이지요.
우째 좀 분위기 이상하다 싶어 눈을 들어보니, 이미 바이어는 딴 곳으로 이동해 있습니다.
이때까지 바이어는 가격이 좀 비싸도 외자기업 제품을 선호했습니다.
오랫동안 우정과 품질에 대한 신뢰가 바탕이 되어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단가 인상요인이 발생하고 그 압박이 더 할 때 바이어에게 호소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바이어도 죽을 지경이 되어버립니다.
할수없이, 품질은 좀 미덥지 않더라도 중국기업에 눈을 돌릴 수 밖에....
고대 전투를 보면 공성전과 수성전이 있습니다.
공성은 수성보다 몇 배 더 힘이 듭니다.
대조영 드라마를 보면 고구려의 요녕성과 안시성 전투에서 확연히 알 수가 있습니다.
십분의 일도 안 되는 병력으로 훌륭하게 성을 사수하고 있습니다.
수성이 보다 쉽다는 뜻이지, 그렇다고 수성이 앉아서 탱자탱자 해도 이길 수 있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만큼 오랫동안 버틸 전투물자를 정비해야 하고,
성을 빠져나가거나 허망하게 안에서 문을 열어주는 배신자가 없도록 단속도 해야 합니다.
성주가 항복을 할 때는 성안의 백성들을 살리기 위함이지, 최후의 일각까지 싸우겠다 하면 도리가 없습니다.
다 죽여야 성안으로 진군을 할 수가 있습니다.그래서 공성이 어렵다는 것이지요.
우리기업은 중국진출이 이때까지 너무 쉬웠습니다.
다시말해 텅텅 빈 공성(空城)에 무혈입성한 것입니다.
품질이나 디자인면에 경쟁력이 중국기업보다 앞선 품목들을 들고 온 것입니다.
따라서 피 터지게 중국기업과 경쟁할 필요성을 못 느꼈습니다.
쉽게 들어왔다보니,그만 수성전 대비도 똑 같이 느즌해 진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다, 점차 중국기업의 품질이 비슷해 진 시기가 온 것입니다.
중국기업은 외자기업을 두고 끊임없이 공성전을 벌여왔던 것이지요.
올 해 들어 청양지역의 한국기업이 예전같은 활력을 잃어버렸습니다.
내년엔 약 50% 이상이 철수할 형편이다는 흉흉한 소문도 들립니다.
최후의 일인까지 목숨을 담보로 전투를 하겠다고 하는것은 기업전선에선 무의미한 것입니다.
반전을 꾀할 획기적인 내부정비에 들어가거나..
이미 경쟁력을 상실 했다면,최소의 피해로 보따리를 싸는것이 정석입니다.
지금,
수출업체라면 수성방안에 전력을 기 할때고,
중국내수업체라면 오히려 공성전략으로 적극적인 투자가 더 필요한 싯점이 되지않았나 봅니다.
카드 돌려막기란 것이 있습니다.
여러개의 카드를 만들어 놓고, 이쪽 카드로 대출받은 것으로 만기된 저쪽 카드를 막는것입니다.
이렇게 돌아가며 막다보면 실제로 꽤 큰 금액도 굴릴수가 있습니다.
저는 결혼할 때 갓 신입사원인지라, 신용카드 3개를 이용해서 결혼자금으로 사용했습니다.
이거 돌려가며 갚는데, 거의 3년 걸렸습니다. 꼭 공짜 돈 같아서 월급을 받아도 잘 안 갚아집니다.
월 매출 10억하는 기업이 있다고 합시다.
매월 네고 자금이 10억씩 굴러갑니다.
골프도 치고, 바이어 오면 고급 룸살롱에서 으리번쩍하게 대접을 합니다.
환율이 야금야금 내려가고,
들어오는 원자재 단가도 조금씩 올라가고,인건비 올라가고, 증치세 환급액은 줄어들고..
바이어에게 단가 인상해 달라고 술을 퍼 먹여도 오히려 거래처 바꾸겠다는 얼음짱만 돌아옵니다.
아니면, 거꾸로 바이어가 바지가랑이를 부여잡고 좀 봐 달라고 통사정을 하기도 합니다.
안 남는것이 아니라,마진 폭만 좀 줄어들고 있구나..
이렇게 생각하며 지나다 보니, 종내 그 폭도 없어져 버렸습니다.
문제는 나가는 돈은 예전과 다를바가 없습니다.
역시나 골프도 치고, 룸살롱도 드나들고,비싼 밥.비싼 옷 그대로 사고..
외형 즉 매출은 월 10억 변동이 없이 들어오고 있으므로 겉으로 보면 아직 멀쩡합니다.
어느싯점부터 경리담당부서에서 대금결제 우선순위를 정해 달라고 합니다.
일단. 1.제세공과금-2.자재비-3.인건비-4.일반관리비-5.부자재 및 서비스비....정해놓고..
이번달에는 해상운송료,수출보험료,고문료 등이 이월되기 시작합니다.
몇달후에는 부자재비 및 일반관리비 지출을 통제하게 됩니다.
인건비가 한 달 밀렸습니다.
자재비가 한 달 밀려갑니다.
그러다 어느 항목부터 두 달 간격이 됩니다.
납품업체에서 납품하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습니다.
한 달 밀린 업체것을 돌려 일단 불을 끕니다.
그 업체가 두 달이 되면 또 다른 항목에서 한 달 정도 밀린것을 끌어다 두 달 밀린 항목을 끕니다.
대충 일년 정도 지나면 그 회사는 석달이 평균 결제일이다 라는 소문이 돕니다.
실제는 석달간의 총비용이 빵구난 것입니다.
그러나 10억의 자금은 매월 들어오기 때문에 치던 골프,마시던 술을 줄일 생각이 없습니다.쪽시러버서..
빵구난 그 비용에 이것도 들어있는것입니다.
갈수록 다음달의 매출을 당겨쓰는것입니다. 즉 돌려막기를 하는것이지요.
이것은 기업에 상주하는 주재원도 잘 파악하지 않으면 몸으로 잘 느껴지지 않습니다.
매출은 그대로요, 다음달 영업도 그대로고,봉급도 그대로 받고 있기에..
묘수가 없어 두 손 들고 마는 싯점이 바로 공장의 모든 자산가격과 외상매입금이 비슷해 질 때 입니다.
이것은 최악의 경우입니다.성안의 모든 생물이 다 죽었을 경우입니다.
통상 제세공과금 조차 낼 수 없을 땐 이미 목이 찬 경우입니다.
식량이 떨어져 더 이상 버틸 힘이 없다고 느끼는 성주는 백성들의 목숨을 위해서 적절한 때 투항을 합니다.
즉, 인건비 조차 밀려날 때. 비장의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것입니다.
인원을 줄여 공장을 작게 만들던지, 나가는 비용을 허리띠 매고 절감해서 원가를 낮추던지.
전국적으로 원자재 비용을 낮추기 위해 유랑을 떠나던지...
종국엔 중국업체와 동일한 단가에서도 운영이 가능하다면 고비사막에서도 살아돌아 올 수가 있습니다.
야간도주하는 기업은 바로 돌려막다,막다..더 이상 어쩔수 없을 때 그렇게 합니다.
그렇더라도 좀 우아하게 36계 줄행랑을 쳤으면 좋겠습니다.
최소한 인건비와 납품업체 자재비 정도는 막아놓고 말입니다.(굳이 공과금을 떼어 먹으라 주장은 안 하겟습니다.^^)
끝까지 흥청망청 하다가 튀고 난 뒤를 보면, 엉망입니다.
어느날 갑자기,서비스료와 잡비를 슬슬 미루는 기업을 요주의 하셔야 합니다.
자재비와 인건비를 미룰때는 엘로우 경보입니다.
다음달에 들어오는 돈 10억을 믿지마세요.그거 이미 그회사 돈이 아닐 수 있습니다.
아직도 필드에 나가 골프를 즐기는 사장 중 태반은 공이 잘 안 굴러갈 것입니다.
잡념이 많아서 우아하게 즐길 여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여기 허우대만 멀꿈히 남았지 헛빵인 사람 많습니다.
그리고, 주위에 제발 외상값 좀 깔아 놓지마세요.
술집외상은 왜 그리 많데요?쪽시롭구로..
아예 36계 D-day를 정해 놓고, 한 이틀간 몇 만원씩 부어라 마시라 하고 날라 버리는 사람도 있다카데요.
그리고,.토끼더라도...광천수 5겔론 빈통은 반납해 드리고 가세요.
수십개를 받아놓고, 그냥 가 버리면 물값은 그렇다치고 물통 하나 제작에 50위엔 이상 듭니다.
공장은 통제되어 숟가락 하나 못 갖고 나오는데, 빈통 찾을 길 없잖아요.
(청도에서 광천수 사업하시는 분의 강력한 호소.^^)
첫댓글 여기서 멋지게 한탕 합시다..자신 있습니다.
눈에 훤하게 보입니다. 해가 저물어 가는데 또 많은 분들이 보따리를 싸겠지요. 물통은 야진을 받아 놓기 때문에 메이쓰얼 아닌지. 영수증이 없어져서 물통이 예닐곱개가 넘었읍니다.
피부에 와닺는 이야기 잘보았습니다. 우리 의지의 한국인들, 지금 비록 어려운 환경이지만 잡초처럼 살아남아 비약하는 그날까지 화이팅.
글이 옆구리에 와서 쿡쿡 찌르네요. 야금야금 내려가는 환율, 껑충껑충 뛰는 물가.. 오늘도 눈 크게 뜨고 계산기 두드리고 있습니다.
살아있는 현장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좋습니다... 생산성향상을 통해 살아남는 방법이 제일 좋겠지만, 말처럼 쉽진 않은것도 현실입니다... 청도에서 사업하시면서 어려움 겪고계신 모든 분들 힘내세요.... 그리고 퍼갈께요.. 제 블로그로... 감사합니다.
좋은글 감사드립니다. 인천신문에서 스프링님 같은 분의 살아움직이는 중국관련 기고를 기다리는데 가능하신지요?
이젠 인건비 한달 늦어지면 공장차압에 관리자들 격리수용까지 들어갑니다. 제일 무서운게 인건비가 되어버렸죠. 요즘 무역일외에도 이런일들까지 내려오니 미치고 팔짝 뛰겠습니다. 이시간에 웬 회사...으이구...
심각한 이야기를 가볍게 돌려한 느낌이 들 정도로 지금 분위기가 십상치 않습니다. 심지어 세무 중국 세무원왈 한국기업 믿을수 없다. 사기꾼이다라는 극언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차라리 누가 물어보면 일본인이라 해야겠다는 생각도....
심각한 상황을 아주 보드랍게 표현 잘 하셨읍니다. 한국이든 중국이든 사업 하시는 분들...모두 어렵지않읍니까? 중국서는 중국인과 같은 사고와 생활 방식 + 한국인의 근면,성실 로 승부해야 된다고 사료됩니다. 내수시장을 타켓으로 하는게 좋을듯 합니다. 바닥을 치고 일어날 수 있는 힘과 용기와 지혜를 청도에서 사업하시는 모든 한국인들에 충만하기를 기원 합니다.
한국기업만의 잘못은아닌데...?ㅋ 그래도 가슴에 새겨둘 좋은 조언해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정도면 품위 있는거죠? 한국에서 돈빌려서 싸그리 정리했는데 정신이 없어서 거래하던 국제전화카드 사장(조선족)한테 200 원 못줬는데^^ 한국나와서 전화하니까 괴안다고 나중에 놀러오셔서 꼬치나 사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다음에 들어가서 빵차하나사서 길거리서 꼬치장사 할거니 놀러오라고 했더니 깡패들이 칼들고 우루루 몰려와서 망신당하지말고 100 억쯤 가져와서 사업하던지 놀러오시라고 하더군요^^
스프링님 정말 수고가 많습니다. 당신이 정말 애국자입니다.우연히 당신을 만날 때 마다 존경스럽고 항상 미안한 마음 듭니다. 한국 사람 중에는 좀더 솔직해 질 필요가 있는 분도 있습니다.내면은 그렇지 안으면서 외면은 대단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