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론'으로 널리 알려진 찰스 다윈(Charles Darwin, 1809~1882)이 성서와 예수를 믿지 않는다고 고백한 비밀스러운 편지가 최초로 공개된다.
다윈의 <자연 선택에 의한 종의 기원>은 당시 창조론이 지배했던 시대에 커다란 파문을 일으켰다. 가톨릭을 의식했던 다윈은 평소에 자신의 종교적 신념을 밝히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 그가 직접 쓰고 서명한 손으로 쓴 편지가 뉴욕의 경매시장에 나왔다.
뉴욕 경매회사 '본햄스(Bonhams)'에 따르면 다윈의 성서와 신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이 담긴 편지글이 오는 21일 경매에 붙여질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개인적인, 특히 종교적인 물음에는 함구하던 다윈이었기에 그의 개인적 종교 신념이 담긴 편지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 뉴욕 경매사이트 '본햄스'에 찰스 다윈의 종교적 소신을 담은 친필 편지가 경매에 나왔다. 사진은 다윈의 편지와 다윈의 모습이다.
ⓒ 본햄스
편지는 젊은 변호사인 프랜시스 맥도모트(Francis McDermott)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이뤄져 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맥도모트와 편지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이를 공개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소신을 명확히 밝힌 것이다.
다윈은 공개적인 장소에서 개인적인 종교적 소신을 밝힌 적이 없어 이 자료는 더욱 가치가 높다고 평가된다. 맥도모토의 개인적인 질문에 다음 날 편지를 통해 간단하게 자신의 종교적 소신을 적은 편지로, 이번에 경매에 나옴으로 다윈의 종교적 소신이 차음으로 드러나게 된 것이다.
100년 이상 묻혔던 다윈의 종교적 소신
'보햄스'에 공개된 그의 편지에 의하면, 1880년 11월 24일 날짜의 편지로 친필로 'Ch. Darwin'이라고 서명돼 있다. 그는 편지에서 '신탁으로써의 성서를 부인하고, 예수도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믿지 않는다고 밝히게 돼 유감'이라고 적어놨다.
다윈의 기독교에 대한 개인적 소신은 100년 이상 묻혔던 내용이다. 그래서 이런 저런 추측을 하며 오랫동안 격렬한 토론의 주제가 되기도 했다. 다윈은 자신의 종교적 견해를 밝혀 논란에 휩싸이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다고 전해진다.
이 편지를 쓰기 한 달 전에 무신론자이며 사회주의 활동가인 에드워드 애블링(Edward Aveling, 1849~1898)에게 보낸 편지에서도 "종교에 대해서 글을 쓰는 일을 피하는 게 늘 나의 목표였다"라면서 "나는 자신의 영역을 과학으로 제한해 왔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다윈의 편지 공개로 기독교계는 물론 그를 아는 이들은 충격에 빠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윈은 아버지의 제안으로 캠브리지 그리스도의 대학에서 신학을 연구했다. 그가 함구함으로 <자연 선택에 의한 종의 기원>에서 진화론을 주장했음에도 기독교 신앙은 변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추측이 있어왔다.
독실한 맥도모트가 자신이 다윈의 책을 읽고도 신약성서에 대한 믿음을 저버리지 않으리라는 확신을 갖고 싶다며 "'신약성서를 믿느냐'는 질문에 '예 혹은 아니오'로 답해 달라"고 다윈에게 요청했다. 다윈의 의견을 신학 관련 지면에 공개하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아직까지 다윈의 기독교 신앙이 알려지지 않았던 것은 맥도모트가 그 약속을 지켰기 때문이었다. 1859년 <자연 선택에 의한 종의 기원>을 출판한 이래 끊임없이 논란이 돼왔던 다윈의 종교관은 이번 편지 공개로 종지부를 찍게될 것으로 보인다.
다윈이 숨을 거두기 직전에 회심했다는 주장도 신빙성을 잃고 말았다. 이번에 경매에 나온 다윈의 친필 편지는 21일 뉴욕에서 열리는 '과학기술의 역사' 경매에 나올 예정이다. 감정가는 7만~9만 달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