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찾아서·4
―명암리길
천양희
밝고도 어두운 것이 무엇이었더라 명암리에 머무는 눈길이여 길 끝이 나를 당긴다 밝고 어두운 것이 빛만이 아니다 내 안의 샛길들 뒷길들 명암리는 나를 부추기듯 마음의 구석까지 뭉클해진다 길은 모를수록 새롭고 새 길은 새로워서 낯설다 낯설게 만나는 바람소리 물소리 그 소리 기막히다 새삼 놀란다 내 눈길 나에게서 멀어지지 않는다 모르는 길이 발끝까지 따라온다 나는 생의 명암을 다시 비춘다 비추다가 낯선 길 오래 바라본다 오늘도 길은 밝았다 어두웠다 하였다 다 늦은 저녁에야 마음의 능선 너머 다른 길에 머문다 언제나 알 수 없는 길 속의 길 우린 헤어지고 또 만나야 한다 밝고도 어두운 것이 빛뿐일까 소리치며 바람이 지나간다 언제부터 내 안에서 웅크린 길 명암리에 가서 풀어놓는다
천양희
부산 출생. 1965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 『신이 우리에게 묻는다면』, 『사람 그리운 도시』, 『오래된 골목』, 『너무 많은 입』. 산문집 『직소포에 들다』 등.
―『시에티카』 2010년 하반기 제3호
첫댓글 명암리...저도 몰래 가서 제 안의 웅크린 길 풀어놓으렵니다.
"마음의 구석까지 뭉클해"져 오래오래 바라보던, "밝고도 어두운" 길 속의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