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손녀 이야기)
< 스테이크를 먹다 >
- 文霞 鄭永仁 -
어제 외손녀 특별과외를 갔다가 이웃 백이라는 곳을 처음 가 보았다.
스테이크 전문점이라고 한다. 일종의 서양 외식업체이다. 빕스나 드마리스처럼….
외손녀 제니(Jenie)가 먹고 싶다고 해서 갔다. 아마 이런 상황에서 영어로 된 예명이 어울리는 것 같다. 외손녀가 지어준 내 영어 예명은 ‘제임스(James)’다. 우리 집은 영어로 예명을 지었을망정 돌림자가 ‘J'이다. 'J. F'케네디처럼…. 'J' 자가 좋은 돌림인가 보다. 예수도 J로 시작하고 부시 대통령도 J자로 시작하니 말이다.
2, 3층 주로 젊은이들로 꽉 찼다. 딸아이가 영어로 된 음식을 뭐라고 뭐라고 복잡하게 주문했다. 스테이크 종류와 수량, 웰던, 미디엄 등 굽기 정도, 음료수 종류와 스프의 선택, 샐러드 등. 내가 보기에도 아주 복잡다단하게 시킨다. 우리 늙은 부부가 오면 허둥거렸을 것이다.
휘 둘러보니, 늙은이들은 우리 포함하여 두 쌍, 그나마 다 자식과 같이 온 노인이다.
“아빠, 고기는 웰던으로 해, 미디엄으로 해?”
“으응, 그냥 바싹 굽는 것으로 해!”
스테이크는 핏물이 보여야 제 맛이 난다지만 좀 그렇다. 집사람은 그저 눈만 끔뻑인다. 빵이 나오고, 스프가 나오고, 오렌지에이드가 나온다. 스프는 나와 집사람은 양송이 스프를, 딸과 외손녀는 브로콜리 스프를 시켰다. 오렌지에이드는 상큼했다. 샐러드, 스테이크, 파스타 순으로 나왔다.
고기도 먹어 본 놈이 잘 먹는다고 외손녀는 척척 잘도 먹는다. 그것도 영어 섞어 제 에미와 대화 하면서…….
이것저것 주워 먹으니 배가 부르다. 공짜인 음료수를 다시 시키고, 빵도 공짜라 몇 개 포장을 부탁한다. 하기야 한국 사람은 나부터 공짜라면 사족을 못 쓴다.
아는 것만큼 보이고, 알아야 면장 하듯…. 외손녀는 그래도 좀 능력 있는 부모 둔 덕에 이런 경험을 하고, 우리는 덩달아 먹어 본다. 원님 덕에 나팔 부는 격이다.
집사람 식성으로 보아서는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그러나 나는 솔직히 말해서 맛깔스럽게 끓인 설렁탕 한 그릇만 못하다.
“제니야, 이 정도면 과외 선생님 잘 대접하는 거니?”
“그럼요, 아까 집에서도 엄마가 과자도 내고 과일도 드렸잖아요. 그 정도면 아주 잘 대접 받으신 거예요.”
나는 특별과외비도 못 받으니깐 미안한 마음 없이 열심히 먹었다.
거기에 딸아이는 한술 더 뜬다.
“아빠, 엄마! 이거 다 내 덕인 줄 알아. 여기 노인네는 둘뿐이 없잖아? 다 이게 딸 잘 둔 덕분이야!”
하기야 부전여전(父傳女傳 )이라고 제 자랑 추기는 것인 나나 딸이나 도낀개낀이다. 사실 딸 덕분이기도 하다. 우리 주제에 시원한 복지리탕이나 이삼만원하는 점심을 언제 먹을 수 있겠나?
나도 오늘도 괜찮은 점심을 얻어먹을 만큼 열심히 준비해서 과외공부 가르쳤다. 신문학습에 나오는 그리스 신화 미소년의 수선화(水仙花)와 지구본을 준비하여 가르쳤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