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무궁화 여행를 다녀왔습니다.
당초 일정은 안성시 죽산면 용설리 소재 류씨 사당이었는데,
조금 돌아가기는 하지만 야간근무를 마치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서둘러 안성시 양성면 칠곡리 소재의 만세고개 정상에
위치한 안성 3.1운동기념관을 잠시 들른 후 류씨 사당의 무궁화나무를 찾아가기로 했습니다.
안산에서 서해안고속도로를 따라 달리다가 평택-음성간 고속도로로 접어들어서 서안성IC에서 빠져나와
고갯마루를 오르면 좌측에 3.1운동기념관이 보입니다.
개인적인 일로 몇번 지나치긴 했었지만 무궁화 군락지가 있었던 기억에 들르기로 했던겁니다.
정상에 올라 우측에 있는 휴게소에 차를 주차해놓고 길 건너편 기념관을 바라보고
만세고개라는 기념비가 세워져 있습니다.
양성면, 원곡면 시위대가 이 고개에서 독립만세를 외쳤던 곳으로 원래는 성은고개였으나 1991년 건설교통부 고시에 의거
독립정신과 역사를 기리기 위해 '만세고개'로 개명하고 기념비를 세웠다고 합니다.
입구에 3.1운동 전국 3대 실력항쟁지라는 글귀가 보입니다.
안성에서 일어났던 원곡-양성 독립운동은 평안북도 의주군, 황해도 수안군과 함께 민족대표 33인이 재판에도 원용될 만큼
격렬했던 전국 3대 실력항쟁지로 꼽힌다고 합니다.
특히 다른 지역과 연계, 조직적인 것이 아닌 농민이 주축이 되어 전 주민이 참가했던 점에서 더욱 의미심장합니다.
기념관 입구
기념관 입구 우측에 보이는 무궁화동산이 보입니다.
자세히 보니 최근에 전지전정한 흔적이 보입니다. 도로 앞쪽으로 무성한 가지들이 쌓여 있습니다.
가까이 가보니 경악할 정도로 충격을 받았습니다.
첫번째 충격입니다. 어찌나 가슴이 아려오는 느낌이었는지 울컥하고 눈물이 나올뻔 했습니다.
바로 매표소로 가서 매표원에게 관장님을 뵙고 싶다고 하니 잠시 외출중인데 곧 돌아오신다고 합니다.
격앙된 마음을 가다듬고 무궁화지기 명함을 남긴 후에 500원 입장료를 내고 기념관을 둘러봅니다.
무궁화나무만 제외하고 모든 것이 완벽하리만큼 잘 정돈된 모습입니다.
저 멀리 광복사로 명칭되는 순국선열 사당이 보이고 좌우로 태극기가 휘날립니다.
3.1운동 당시 안성지역에서 순국하거나 고문을 당하신 분들의 넋을 위로하고 그 뜻을 기리기 위한 사당입니다.
사당에는 순국선열 25위와 애국지사 195위의 위폐가 봉인되어있다고 합니다.
좌측으로는 기념관 전시실이 있고, 우측으로는 무궁화동산 길을 따라서 정상에는 3.1운동 기념탑이 있는데
빠듯한 일정이라 전시실은 다음기회로 미루고 기념탑이 있는 정상을 향해 무궁화길을 올라가보기로 했습니다.
3.1운동 기념탑 올라가는 길
좌우로는 수많은 무궁화나무들이 즐비하게 심어져 있습니다.
올라가는 입구 우측에 열심히 무궁화 나무를 전지전정하고 있는 분을 만났습니다.
무궁화 나무의 수형과는 전혀 관계없이 그냥 자른다고 합니다.
2001년 기념관이 조성된 이후 경기도에서 관리하였고, 1년전인가 안성시로 관리권이 넘어왔는데
그 이전에는 전혀 관리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무궁화지기가 하도 답답해서 10여그루의 시범전지를 해보이니 훨씬 좋아보인다고 합니다.
무궁화 나무 전지 및 수형잡는 방법을 설명해보이고 있는데 누군가 가까이 옵니다.
기념관 관장님이라고 하는데 자초지종을 이야기 하고 관리의 문제점을 지적했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는데 품종을 알리는 표지판을 발견하고 우수품종을 심은걸로 판단되어 기쁜마음에 자세히 보니
두번째 충격입니다.
두번째 충격은 더 합니다.
위 사진처럼 품종에 대한 설명은 맞지만 대한민국의 무궁화 품종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전체적으로 둘러보니 대략 10품종의 표지판이 세워져 있는데 그 중 절반이 일본 품종입니다.
나무를 관리하는 분이 없어서 수형관리를 하지 못하는 것은 둘째 치고라도,
순국선열의 넋을 위로하고 그 정신을 계승하기 위한 기념관인데, 전세계 300여 무궁화 품종 중
우리 고유의 품종만 100여가지가 넘는데 하필 절반이 일본 품종이라니 도저히 이해할 수 가 없었습니다.
차라리 품종으로 하지말고 재래의 종자번식된 무궁화로 설계했으면 뒤탈이 없었을텐데...
앞의 사진인 PS80-1 뿐 아니라 하공(나츠조라)도 일본 품종
대덕사백(다이토구지시로)을 보고 세번째 충격입니다.
앞의 두 표지판에는 일본품종이라는 말이 전혀 언급되어있지 않아 무궁화지기나 무궁화박사가 아니고는
전혀 알 수가 없는데, 표지판 내용을 보면 특징에 '일본 도입종인 대덕사백을 국내 적응검정 후...' 라고 쓰여있습니다.
누가 봐도 일본품종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일본의 무궁화연구가인 다찌바나씨가 대덕사라는 절 근처에서 무궁화를 연구했다고 하는데
대덕사백, 대덕사화립, 대덕사기원수, 대덕사일중 품종이 모두 이 절 근처에서 다찌바나씨가 선발 육성한 품종입니다.
자세변 또한 일본 품종으로 무라사키세이번이라고 부릅니다.
관장님께 무궁화나무 수형 문제, 나무들간의 밀식 그리고 일본품종 식재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수형문제는 시범전지를 하면서 가장 기본적인 전지의 방법에 대해 설명드리고,
나무들간의 밀식 문제는 공공근로를 이용하여 솎아내서 일반에게 묘목을 나눔하도록 요청했고,
일본 품종 문제는 안성시에 건의해서 우리 고유의 품종으로 대체하도록 요청했습니다.
관장님께 상기 문제점을 안성시청에 보고토록 다짐을 받고 기념탑을 향해 올라갑니다.
기념탑으로 올라가는 중에 진달래가 화사하게 인사합니다.
또하나의 품종 표지판인데 일본품종은 아니고 유럽계 도입품종입니다.
계속해서 기념탑으로 올라가는데 깍뚜기 전정한 무궁화나무 아래 표지판이 보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하공(나츠조라)입니다.
정상에 이릅니다.
기념탑 주위에 무궁화나무가 둘러져 있습니다.
순국선열들께서 일제의 만행에 대해서 항의하고 독립을 위해 희생했는데
3.1운동 기념관내 독립항쟁 기념탑으로 오르는 길 양옆에 심어진 무궁화나무 품종이
절반이 일본품종이라니 너무나 가슴이 아픕니다.
대한민국의 국가상징 중
국민들에게 가장 보편적이고 가까운 태극기와 무궁화인데
일반 공원도 아닌 3.1운동 기념관에 일본품종 무궁화라니...
기념탑을 내려오면서 보이는 무궁화나무들
무궁화나무들이 답답하니 어서 빨리 솎아내달라고 아우성을 치는 듯한 모습입니다.
기념관을 뒤로 하고 나오는데 너무 가슴이 아프고 답답하여 눈물이 나오는 걸 이를 악물고 꾹 참았습니다.
이런 무궁화나무들이 심어진 곳이 한두군데는 아니지만
3.1운동 기념관과 같은 순국선열들의 희생정신과 독립정신을 계승하고 후세들을 위한 산교육의 장이 되려면
가장 우선적으로 문제점을 조치해야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애국자도 아니고 교육자도 아닌 무궁화를 사랑하며 가꾸는 필부의 졸렬한 생각이었습니다.
다음 무궁화 여행지인 안성시 죽산면 용설리 소재 류씨 사당으로 이동합니다.
첫댓글 나름 애를 써서 동산을 꾸민 노력이 보이기는 하지만 좀더 고민해서 설계했으면 하는 안타까움과 무궁화를 심기에만 급급하고 가꾸는데는 별 노력을 하지 않는 관가의 행정이 아쉽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조만간 조치가 취해질거라고 생각됩니다.
애쓰셨어요 저두 그곳에서 정전되지 못하고 복잡하게 사는 무궁화를 보았지요
조금만 관심을 갖고 가꾸어주면 좋아질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