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호 작가가 쓴 "최인호의 인생", 처절한 암 투병 가운데서도 우뚝 선 최인호, 이 책에는 저자 자신의 지난날의 삶의 궤적과 기억을 더듬으면서 털어놓는 문학인생 50년의 삶의 무늬, 그리고 독자로 하여금 삶의 속성과 인생의 의미를 더욱 깊게 새기게 한다.
이 책의 첫 페이지는 이렇게 장식되어 있다. 『생(生)은 신이 우리에게 내린 명령(命令), 그래서 생명(生命)』
그리고 머리글의 마지막은 이렇게 맺는다. 『올 겨울 유난히 춥고 길어서 어서 꽃피는 춘삼월이 왔으면 좋겠다. 혹에나 이 책을 읽다가 공감을 느끼면 마음 속으로 따뜻한 숨결을 보여 주셨으면 한다. 그 숨결들이 모여 내 가슴에 꽃을 피울 것이다.』
이제, 여기 이 책 속에 담겨있는 주옥 같은 글들을 다시 하나하나 새겨본다. 그래서 우리 함께 최인호의 가슴에 새 꽃을 피워보자.
1. 독일의 시인 <릴케>는 「엄숙한 시간」에서 노래했다.
『지금 이 세상 어디선가 누군가 울고 있다. 세상 속에 까닭 없이 울고 있는 사람은 나를 위해 울고 있는 것이다. .......... 지금 세상 어디선가 누군가 죽어가고 있다. 세상에서 까닭 없이 죽어가고 있는 그 사람은 나를 바라보고 있다. 』
2. 우리들이 이 순간 행복하게 웃고 있는 것은 이 세상 어딘가에서 까닭 없이 울고 있는 사람의 눈물 때문이다. 우리들이 건강한 것은 어딘가에서 까닭 없이 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의 덕분이다. 우리들이 배불리 먹을 수 있는 것은 어딘가에 까닭 없이 굶주리는 사람들의 희생이 있기 때문인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 세상 어디선가 울부짖고 있는 사람과 주리고 목마른 사람과 아픈 사람과 가난한 사람들의 고통을 잊어서는 안 된다.
3. 인디언의 기도는 하나님이 틀림없이 들어준다는 속설이 있다. 가령 비가 오지 않을 때 인디언이 「기우제」를 올리면 어김없이 비가 내린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비가 올 때까지 계속 기우제를 올리기 때문이란다.
4. 독일의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말했다. 『인간은 고통을 느끼지만 고통이 없다는 것은 못 느낀다. 두려움을 느끼지만 평화를 못 느끼며, 갈증과 욕망은 느끼지만 그것이 이루어지면 금세 잊어 버린다. 마치 심한 갈증으로 허겁지겁 물을 마신 후에는 남은 물을 버리는 것처럼.』
5. <법정>스님의 말씀이다. 『죽음을 받아 들이면 사람의 삶의 폭이 훨씬 커집니다. 죽음 앞에서 두려워한다면 지금까지의 삶이 소홀했던 것입니다.』
끝은 우리 생에 없는 것이다. 우리의 죽음도 우리 생의 끝은 아니다. 우리는 끊임없이 시작되고 이어지는 원형의 궤도 속에 존재하는 하나의 선(線)인 것이다.
6. 일찍이 프랑스의 소설가이자 평론가였던 <A. 모루아>는 이렇게 말했다.
『병은 정신적 행복의 한 형식이다. 병은 우리들의 욕망, 우리들의 불안에 확실한 한계를 설정해 주기 때문이다.』
또 그리스도 신앙을 기반으로 하는 위대한 사상가였던 < C. 힐티>는 「행복론」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강의 범람이 흙을 파서 밭을 갈듯이 병은 모든 사람의 마음을 파서 갈아준다. 병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견디는 사람은 보다 깊게 보다 강하게 보다 크게 된다.』 우리가 인간다워지기 위해서도 병은 견디어내야 한다.
7. 어느 교수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혼잣말’의 종류에는 지도적 혼잣말, 동기적 혼잣말, 그리고 긍정적 혼잣말 등이 있다. 지도적 혼잣말은 ‘천천히 혹은 침착하게’ 같은 교훈적인 것이며, 동기적 혼잣말은 ‘이번에야말로 최고의 기회야’, ‘드디어 때가 왔어’ 같은 심리적 동기부여를 가리키며,
긍정적 혼잣말은 ‘좋아’, ‘할 수 있어’, ‘난 내 자신을 믿어’와 같은 말이다. 혼잣말은 마음 속으로 외우기 보다는 실제로 입 밖으로 드러내서 하는 것이 더 좋고 효과적이라고 한다. ............................... 인생 여정의 마무리를 이야기 할 수 있는 분들의 글과 말을 들으면 한결같이 떠 오르는 것이 "뒷모습이 아름다워야겠다" 이다. 돌아 설 때 진면목이 보이는 것 같다.
어떤 분이 말하길 "당신이 만약 지금 있는 직장을 그만두고 그 지위를 내려 놓았을 때도 사람들이 당신을 기억하고 찾을까? 뒤가 좋아야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