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들이나 사람들은 어떠한 자극으로 인해서 분노를 터뜨릴 때가 있다. 분노를 나타내는 것은 생존하기 위한 본능적인 반응이다. 고양이 앞에서 위협적인 공격의 자세를 취하게 되면 공포로 떨거나 아니면 등을 굽혀 이빨을 드러내 괴성을 지르며 분노를 표출한다. 분노로 자신을 해롭게 하려는 상대의 공격에 맞서는 것이다. 동물이나 사람이 어떠한 자극에 분노를 나타내는 것은 공통적이지만, 사람은 그 분노를 조절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동물과는 다르다. 사람은 화가 나는 상태, 또는 분노를 느끼는 상태라 할지라도 그 감정들을 바로 폭로하지 않고 억제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동물은 이런 능력이 없기 때문에 분노를 즉시 폭발해버리는 것이다. 사람은 분노의 상태나 화가 난 상태의 감정을 제어할 수 있는 조절장치가 갖춰져 있기 때문에 아무 때나 분노를 폭발해버리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어떤 자극에 동물처럼 즉각적으로 분노를 터뜨리는 경우가 많음을 볼 수 있는데 이런 사람들을 두고 분노조절장치가 고장났다고들 말들 한다. 언젠가 보았던 TV 드라마에서 범죄자를 취조하던 형사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묻는 말에 바른대로 대답해라. 나는 분노조절장치가 고장나서 너를 어떻게 할지 나도 알 수 없으니까!"
요즘 언론을 통해서 심심찮게 보도되고 있는 운전자들 간의 보복행위는 어떻게 보면 이들의 분노조절장치가 작동이 되지 않는 것처럼 여겨진다. 뿐만 아니라 이런저런 많은 상황에서 상대방과의 시비 끝에 충동적인 행동으로 흉기를 휘둘러 다치게 하거나 목숨을 잃게 하는 사건들이 자주 발생하고 있는데 이런 사건들이 어제 오늘의 일들만은 아니다. 이런 일은 가정 내에서도 흔히 발생한다. 가장이 툭하면 분노를 터뜨려 가족들이 공포에 휩싸이거나 불안한 감정으로 지내는 경우가 허다한 것이다. 이런 것들 모두가 분노를 제어하지 못해 충동적인 행동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는 것은 분노라는 감정을 제어해 주는 뇌 안에서의 조절장치가 작동되지 않기 때문이다.
외부로부터 여러 가지의 자극들은 감각뉴런을 통해 척수라는 중추신경으로 입력이 되며 척수 안에서 2차 감각뉴런을 통해 뇌 안의 시상이라는 곳까지 전달이 된다. 시상은 뇌세포들끼리 집단을 이루는 여러 개의 핵들이 존재하는 곳으로서 말초에서 올라온 감각적인 자극들은 반드시 시상을 경유하여 대뇌피질로 전송되는 시스템을 이루고 있다. 대뇌피질은 정보를 통합하는 기능을 가진 연합뉴런들이 복잡하게 회로를 이루고 있는 곳으로 신피질이라고도 한다. 신피질, 즉 대뇌피질은 크게 운동피질과 감각피질로 나뉘며 운동피질은 말 그대로 신체를 움직이게 하는 기능을 갖고 있으며, 감각피질은 말초로부터 전달된 감각정보들(시각, 청각, 체감각)을 분석하고 통합하여 그 감각을 지각화시켜주고, 그런 다음엔 운동피질로 하여금 운동계획과 운동실행을 할 수 있게끔 한다. 대뇌피질 중에서 감각을 담당하는 피질을 감각피질이라고 하는데 여기에는 1차감각피질, 연합감각피질, 다중연합감각피질이 있으며, 운동피질 역시 1차운동피질, 2차운동피질, 전운동피질, 보조운동피질 등이 있다. 이들 감각피질이나 운동피질의 기능에 대한 설명은 이 글에서 할 수 없지만, 간단하게 말하자면 외부로부터 입력된 시각, 청각, 체감각에 대한 감각정보들을 분석하고 통합하여 생각을 만들어내고 신체의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대뇌피질은 말초에서 전송된 감각정보들을 분석하고 통합하여 우리가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게끔 하는데 이에 대한 최종 결정은 또 다른 대뇌피질인 전전두피질이 하게 된다. 전전두피질은 대뇌피질 중에서 최고의 의사결정자라고 생각하면 된다. 전전두피질(전전두엽이라고도 함)은 감각피질에서 분석하고 통합한 정보들을 보고 받은 후 운동피질로 계획된 운동을 보내 우리의 신체를 목적지향적으로 움직이게끔 조정한다. 지금까지 설명했던 것들을 다시 요약하자면 외부로부터의 모든 감각적인 정보들은 척수를 거쳐 뇌 안의 시상으로 전해지고 시상에서 대뇌피질로 정보가 전달된다.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말초에서 뇌로 전달되는 정보들은 반드시 시상을 경유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시상은 말초신경계로부터의 정보를 대뇌피질로 중계해주는 역할을 하는데 시상은 모든 정보를 대뇌피질로 중계하지는 않는다. 대뇌피질이 중요하지 않다고 여겨지는 정보들은 시상이 임의적으로 처리해 버린다. 어떻든 시상은 정보를 중계하는 뇌세포 집단이라는 사실만을 알아두자.
감정적인 자극이 뇌로 전달되어 시상에서 두 가지의 경로로 전달되어 자극에 대한 반응이 다르게 나타남을 살펴보기로 한다. 어떤 사람이 감정을 상하게 하는 말을 들었을 때 이러한 감정적인 자극이 뇌로 전송되어진다. 감정을 상하게 하는 감정적 자극 역시 뇌 안의 시상을 거쳐야 한다. 시상에서 감정적인 자극은 첫 번째 경로와 두 번째 경로의 두 갈래 경로를 통해서 감정처리가 이루어질 수 있다.
감정적인 자극의 첫 번째 경로는
감정적인 자극 → 시상 → 편도체 → 시상하부 = 즉각적인 충동적 행동
이 경로는 정보를 분석하고 통합하는 대뇌피질로 전달되지 않고 바로 편도체와 시상하부로 전해져 분노라는 감정으로 표출되어 충동적인 행동을 하게 된다. 편도체나 시상하부는 본능적인 반응을 유발시키는 뇌세포 집단으로 격투-도주반응이 대표적인 본능적 반응이다. 이 격투-도주반응은 공포나 분노의 감정에서 나타나는 반응으로 위급한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한 아주 중요한 반응이다. 예를 들어 강도가 흉기로 위협하여 목숨을 노린다면 잠시 후에 설명할 두 번째의 경로인 대뇌피질을 경유하는 경로로 회로가 작동하면 생명을 잃을 수 있다. 이럴 경우는 첫 번째의 경로인 편도체와 시상하부로의 회로가 작동하여 재빠르게 도망을 가든지 아니면 분노의 감정 상태에서 강도와 맞서 싸워야만 한다.
감정적인 자극은 아래처럼 두 번째의 경로로 시상이 중계할 수 있다.
감정적인 자극 → 시상 → 1차감각피질 → 연합감각피질 → 다중연합감각피질 → 전전두피질 = 제어된 행동
여기서 전전두피질이 감정적인 자극을 순화시켜주는 기능을 함으로써 분노라는 감정으로 표출되지 않게 제어를 해준다. 다시 말해서 감정적인 자극이 시상을 경유하여 대뇌피질인 1차감각, 연합감각, 다중연합감각, 전전두피질 등을 거치면서 감정적인 정보가 처리된 결과 제어가 되고 순화가 되어 분노라는 감정을 표출하지 않게 된다.
첫 번째의 경로인 편도체와 시상하부로의 신경회로는 위급하거나 급박한 상황에서 우리를 생존하게끔 해주는 데, 공포의 감정 또는 분노의 감정을 느끼게 하여 도망가거나 격투할 수 있도록 해준다. 이렇게 편도체나 시상하부에 의해 일어나는 반응은 자기 의지와는 상관없이 본능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본능적인 반응이라고 한다. 이러한 본능적인 반응은 위험한 상황에서만 나타나야 함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사소한 일로 툭하면 첫 번째의 경로로 회로가 작동하도록 자극받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어렸을 때부터 불우한 환경에서 자랐거나 부모나 아니면 다른 사람들로부터 학대를 받으면서 성장했기 때문이다. 뇌 안에서의 신경회로가 한창 형성되고 있을 때 학대를 자주 받게 되면 공포와 분노를 나타내는 쪽의 첫 번째 회로가 발달하게 된다. 첫 번째 회로가 발달하여 완전히 굳어지게 되면 성인이 된 후에도 사소한 일로 쉽게 이 회로가 작동 되는 것이다. 즉 두 번째 회로는 회로 자체가 길고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어떤 감정적인 자극이 시상에 의해 쉽게 이 회로로 중계가 되질 않는다. 시상은 어렸을 때부터 아주 빈번하게 첫 번째 회로로 중계를 했기 때문에 사소한 감정적인 자극마저도 두 번째 회로로 중계하지 않고 첫 번째 회로로 중계하여 분노나 공포를 유발키게 된다.
이와는 달리 안정적인 가정 환경에서 어진 부모의 교육에 의해 잘 자란 사람들은 감정적인 자극이 두 번째의 회로로 중계되도록 발달되어 있게 마련이며, 이렇게 발달된 회로는 성인이 되고나서도 쉽게 잘 작동되어 사소한 일로 감정적이거나 충동적인 행동을 하지 않고 사려깊은 행동으로 나타나게 된다.
어렸을 때 학대를 받으면서 자랐거나 불안한 감정 상태에서 성장시기를 겪고나면 대부분이 성격이 원만하지 못해 난폭해지고 이러한 성격은 결혼생활에까지 이어져 아내를 폭력적으로 대하고 아이들까지도 대화가 아닌 폭력으로 길들이려 한다. 이렇게 폭력적인 가장의 영향 아래에서 자란 자녀들 역시 첫 번째 경로의 회로가 발달하여 나중에 부모와 같이 똑같은 난폭한 성격의 소유자가 된다. 이런 사람들이 분노나 감정조절이 잘 되질 않아서 충동적으로 행동하기 때문에 사려깊지 못한 행동으로 매사를 망치기가 일쑤이고 남들로부터 인정도 받을 수 없다. 이런 사람들이 심지어는 심각한 범죄를 일으킬 가능성도 높은 것이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이런 난폭한 성격을 고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그 방법은 어떤 감정적인 자극이 앞에서 말했던 첫 번째의 회로로 들게 하지 말고 두 번째의 회로로 들게 하면 된다. 그러나 쉽지는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시상은 어떤 감정적인 자극을 습관적으로 첫 번째의 회로로 중계를 하는데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두 번째의 회로로 중계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는 의지적인 노력이 따라야만 하기 때문이다. 어떠한 감정을 상하게 할 수 있는 감정적인 자극이 가해졌을 때 의식적으로 텀을 둬야 하는 훈련을 반복해야 한다. 무슨 말이냐 하면 어떤 감정적인 자극이 생기면 하나, 둘, 셋을 천천히 세는 것이다. 이렇게 셋을 세는 동안 정보의 흐름이 지연이 되고 이런 지연 현상을 시상하부는 감정적인 자극이 급박히지 않음을 판단한 후 첫 번째의 회로가 아닌 두 번째의 회로로 중계하고, 두 번째의 회로로 감정적인 정보가 흘러가면 1차감각피질→연합감각피질→다중연합감각피질→전전두피질을 거치면서 감정적인 자극이 순화되는 처리과정을 통해 제어된 행동으로 표출되는 것이다.
실제로 나의 경우가 어렸를 때 부부싸움을 자주 했던 부모 밑에서 성장을 했기 때문에 나의 뇌 구조는 첫 번째의 회로가 더 잘 발달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므로 나의 성격은 원만하질 못했고 다소 난폭하기까지 했다. 이런 나의 성격 때문에 당연히 나의 가족들이 힘들어 했다. 내가 뇌과학을 공부하면서 뇌의 메커니즘을 완전히 이해했을 때 나의 원만하지 못한 성격을 개조할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된 것은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모른다. 사람들과 부딪치면서 정말 분노를 터뜨려야 할 경우가 있을 때 잠자코 있다는 것도 다소 문제가 되겠으나, 사소한 일로 분노를 자주 표출한다는 것은 자신을 위해서도 좋지 않을 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 많은 폐를 끼치게 된다. 어쩔 수 없이 나의 뇌는 어렸을 때부터 사소한 감정자극이 첫 번째의 회로를 작동시키는 일에 익숙해져 있었다.
그래서 툭하면 분노를 터뜨리고는 했었으나 뇌의 구조를 바꾸어 성격을 고칠 수 있는 방법을 알고 나서부터는 사소한 일로 나의 감정이 자극되지 않게 하기 위해 셋까지 세면서 감정적인 자극정보가 첫 번째의 회로로 연결되지 않게끔 지연시키고는 했다. 그러면 그 사이에 두 번째의 회로로 연결되어 감정적인 정보가 대뇌피질 여기저기를 거치는 동안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되고 생각하는 동안에 감정은 순화되어 있는 것이다.
이미 많은 사람들 중에는 감정적인 다툼을 피하기 위해 담배를 피운다거나 아예 자리를 회피함으로써 감정적인 자극이 두 번째의 회로로 연결되도록 지연시키는 행동들을 한다. 참으로 얼마나 현명한 처신들인가? 그런데 나는 뇌과학을 통해서 뒤늦게 알게 됐으니 어리석기가 짝이 없다. 어찌 되었든 나는 상당히 오래 전부터 감정적인 자극을 지연시키기 위한 훈련, 즉 하나, 둘, 셋을 세면서 텀을 갖는 훈련을 해옴으로써 나의 성격적 결함을 상당한 수준까지 개선시켜 놓았다. 그러니까 전혀 작동하지 않았던 분노조절장치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게 되면서 나의 성격개조가 이루어진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