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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들이 산에 많은 관심을 보이는데, 대개가 자신의 건강을 위해서다. 또한 자치단체나 사회단체에서도 산에 대해 애착심을 갖는 현상은 산이 국민들에게 끊임없는 사랑을 받게 되자 일종의 홍보용이 더 많다. 명산이고 유명한 산일수록 그런 현상은 더 많게 된다.
동안사와 천은사를 지나 산에 올라 첫 번째 목적지인 쉰움산까지는 계속 경사도가 있는 오르막이다. 산길, 돌길을 지나 비탈길을 타고 올라 돌탑군이 있는 쉼터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다. 정상에 있는 바위군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600m 능선을 치고 올라가서 정상 주변에서 바위 비탈면에서 밧줄을 타고 올라 바위산 옆 등산로를 따라 우회한 다음에야 정상에 오를 수 있을 만큼 쉰움산 정상 등정은 어렵다. 그 어려운 발길만큼 정상에서 보는 것은 멋이 있다. 쉰움산에는 석회암 바위의 지질학적 특성으로 생겨난 50개의 우물 패임 현상을 볼 수 있다. 주봉인 삼각점 왼쪽 바위 표면에 둥근 꼴의 크고 작은 우물 50여 개가 있어 쉰움산이란 이름이 붙어졌다 하는데, 그 모습들이 장관이고 볼수록 신기하다. 일찍 와서 쉬고 있는 다른 등산객들 사이에서 필자는 주변을 살피고 사진을 찍으면서 휴식을 취한다. 다시 올라야할 두타산 정상 모습과 그 아래 하산해야하는 무릉계곡을 관망하고서는 다시 산행길을 이어간다. 잠시 너럭지대를 지나고 능선을 타고 계속 올라 갈림길에 도착했다. 여기서 오른쪽 방뱡은 바로 하산해서 산성터를 지나 무릉계곡으로 가는 길인데, 두타산 정상에 오르려면 직진방향으로 1시간 20분 정도 더 올라야 한다. 올랐다가 여기까지 다시 내려와 무릉계곡으로 갈 계획이다. 두타산 정상을 향해 계속 오르는 코스라 힘이 든다. 참나무 군락지를 지나 조금 더 가니 눈앞에 두타산 정봉이 버티고 서 있는데, 재빠른 발걸음으로 두타산에 올랐다. 두타산은 조망이 그리 뛰어나지는 않지만 해발 1천352.7m로 이 부근에서는 가장 높은 산이니 의미가 있다. 산행을 더 즐기는 등산객들은 두타산에서 지나왔던 갈림길로 내려서지 않고 직진해 박달재를 넘어 청옥산과 망군대, 고적대로 가거나 아니면 청옥산에 올랐다가 박달재 방향으로 내려와서 계곡 쪽의 박달폭포, 용추폭포로 내려가는 코스도 있다. 필자는 두타산 정상에서 주변을 살펴보고서는 바로 갈림길로 해서 산성터으로 해서 내려선다. 하산하는 길에서 보니 산 중턱에 자리잡아 지금은 부분적으로 성벽이 남아 있는 두타산성은 자연적인 입지로 인해 천연요새처럼 보인다.
산성을 보고 대궐 터를 지나서 산성 삼거리까지 내려서니 계곡이 이어지고 물 흘러가는 소리에 크게 들린다. 폭포와 함께 기암괴석과 암벽, 노송들이 잘 어울리는 풍경들이니 무릉계곡의 절경 골짜기가 비경이고 여름철에 사람들이 많이 몰려든다는 사실이 절로 느껴진다. 산성 갈림길에서 왼쪽 길을 가면 용추폭포가 있는데, 이번 일정이 그곳까지 가는 게 아니라서 보고 싶었지만 무릉계곡도 그에 못지않은 명승 절경들로 별천지를 이루고 있는 곳이니 미련없이 무릉반석, 삼화사 쪽으로 행보한다. 필자는 용오름 길을 걷는다. 용오름 길은 삼화동 초입에서 시작해 산성갈림길을 지나 용추폭포에 이르는 길을 말하는데, 필자는 살림길에서 삼화동 초입으로 나가는 역방향을 가고 있는 것이다. 고적에 의하면 삼화사 창건 당시 약사삼불인 백, 중, 계 삼형제가 처음 서역에서 동해로 용을 타고 왔다는 전설이 있다.
`점입가경이란 말은/ 하면 할수록 더욱/ 빠져드는 경지인데/ 지금의 심정이 그렇다./ 여름산행을 힘겨워하면서/ 가지 않고는 못 배겨내는/ 매혹을 주는 게 산행이다.// 오르내리며 만나는/ 삼척 쉰움산의 신비함,/ 정상에 쉰 개 웅덩이는/ 예사로운 풍경이 아닌데/ 무릉계곡 암반마저 멋지니/ 그 속에서 보내는 하루는/ 무릉도원속의 딴 세상이다`(자작시 `삼척 쉰움산 산행` 전문) 이곳 지역주민들이 무릉계곡과 백운동 계곡을 여름산행 최고코스라고 자랑한다. 그러면서 미국의 그랜드 캐년에 버금간다고 해서 `한국의 그랜드 캐년`으로 소문내고 있다. 아무래도 미국의 장엄한 계곡에 비견할 수가 있겠나마는 그만큼 이곳 계곡으로 나 있는 용오름 길이 매혹적이고 빼어남을 알리려 함이 아니겠는가. 이제 산행 종점이 얼마 남지 않아 편안한 마음으로 행보하는데, 삼화사를 조금 지난 계곡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쉬고 있다. 무릉반석이라는 유명한 곳이다.
이 글씨는 봉래 양사언이 강릉부사 재직(1571~1576) 기간에 전임 정두형 부사의 부친상 관계로 신미년(1571)에 광천에 왔을 때 무릉계곡을 방문해 썼다는 설이 있고, 또 하나는 옥호자 정하언이 삼척부사 재직(1750~1752) 기장중인 신미년에 이곳에서 글을 썼다는 설도 전해진다. 어쨌든 전국 산행을 하면서 보기 드문 현상이니 눈여겨볼만했다.녹음이 짙어지는 여름산은 멋진 풍경이다. 어느 산을 가든지 진녹색 향기가 그윽이 배어난다. 땀 흘리며 산행을 끝낸 종점의 산 입구, 그 멋진 풍경 속에서 무아지경으로 내가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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