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디슨 카운티의 다리/The Bridges Of Madison County 리뷰 + 동영상 모음
1995년/제작 +감독:Clint Eastwood/ 주연: Meryl Streep + Clint Eastwood
음악: Lennie Niehaus + Clint Eastwood/135분
미국의 놀던 아이오와(Northern Iowa)대학교에서
23년간이나 경제학을 가르쳤던 교수님,
로버트 제임스 월러(Robert James Waller. 1935, 미국 아이오와)는
학교를 그만둔 다음해인 1992년에 발간한 소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The Bridges Of Madison County)’로
일약 세계적인 작가로 발돋움을 하였다.
그는 어느 중년 남여의 사랑을 너무나도 아름답게 잘 묘사하여
그해 무려 37주 동안이나
제2의 ‘러브 스토리(Love Story-에릭 시걸)’라는 극찬과 함께
미국 베스트셀러 랭킹 1위의 올라 있었는데,
우리나라에서도 이 책은 역시 대단한 반응을 불러 일으켰었다.
(2002년에는 ‘매디슨 카운티의 추억’이라는 책도 후속 작으로 또 발간하였음)
3-4년 후, 소설을 읽었던 사람들 가운데
이 영화를 보고나서 실망을 했다는 사람들도 그러나 무척 많았는데,
그건 아마도 주인공의 모습이나 장소 등을 독자들 나름대로
시공을 초월하여 마음껏 상상할 수 있는 소설의 특성과
또 있는 걸 그대로 (한정되게) 보여줄 수밖에 없는
필름이라는 특성의 차이가 낳은 결과가 아닌가 싶다.
(그래서 원래 소설에 푹 빠져 있으면 영화에 대한 실망은 항상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일부 사람들의 실망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나름대로 월러의 원작소설을 상당히 로맨틱하게
잘 표현하였다는 일반적인 평을 받고 있다.
더군다나 로맨스 영화와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았던
클린트 이스트우드 (Clint Eastwood. 1930, 미국 SF)가
65세의 나이로 제작에, 감독에, 출연까지 그리고
음악(공동 OS 작업)까지 만들어 내면서 상당한 화제를 불러 일으켰고,
거기다 작품성 까지 인정을 받게 되면서 그의 끝이 없이 진화하는 재능이
다시 한 번 더 인정을 받는 계기가 되었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Clint Eastwood)는
20대 중반의 나이에 영화산업에 뛰어 들기 전까지는,
사실은 10대 때부터의 소망대로 줄곧 재즈 뮤지션으로만 평생을
살고 싶어 했었다고 한다.
(1997년도 영화, ‘Eastwood After Hours’ 의 내용 참고)
어려서부터 재즈에 열광을 하여 재즈 피아노도 배우고, 곡도 여러 곡
만들기 까지 하였으나 환경은 희한하게도 그를 1960년대의 서부극의 영웅으로
만들었고, 또 그런 ‘황야의 무법자’ 로서의 마초 이미지는
대중들에게 쉽사리 지워지질 않았다.
그러다 1970년대에 들어와 맬파소(Malpaso)라는 자신의 프로덕션을
차리고, 감독 데뷔 작품인
‘어둠 속에 벨이 울릴 때(Play Misty For Me. 1971)’부터,
에롤 개너(Erroll Garner. 1923-1977)의 ‘미스티(Misty)’를 필두로 하여
그의 작품들에서는 항상 재즈를 (상습적으로) 빼 놓지 않았다.
1988년에는 찰리 파커(Charles Parker. 1920-1955)의 일대기인
‘버드(Bird)’를 만들기도 하였지만,
오히려 세월이 가면서 그의 재즈사랑은 더욱 더 뜨거워지는
느낌인데, 그래서 그런지 이 영화 역시도 예외는 아니다.
그는 재즈 뮤지션, 자니 하트먼(핫맨-Johnny Hartman. 1923-1983, 미국)의
골수팬이라고 언젠가 밝힌 적도 있지만, 그의 노래를 이 영화의 삽입곡으로
무려 네 곡이나 이번에 사용을 하였다.
사진작가인 남자 주인공, 킨케이드(Clint Eastwood) 와
주부, 프란체스카(Francesca- Meryl Streep, 1949, 뉴저지)가
함께 같이 한 나흘간의 시간 중, 세 번째 날 밤인가,
그들은 남의 눈에 뜨이지 않게 주 경계선에 있는 한 술집에
들르게 되는데, 바로 그곳에서 신나는 재즈공연이 열리고 있다는
설정도 그래서 이 재즈 광, 이스트우드에게는 결코 우연이 아닌 것이다.
심지어 배우이며 재즈 베이스 연주자이기도 한 아들,
카일 이스트우드(Kyle Eastwood. 1968, LA)까지
출연을 시켜 연주를 하고 있는데,
(그의 못 이룬 꿈을 이 아들이 지금 이루고 있다고 말한 적도 있다.)
바로 이 장면에서는, ‘Jam With JR’ 이라는 재즈곡이
JR, 즉, James Rivers 의 즉흥 연주로 신나게 흐르고 있고,
또 이 영화에서 모두 4곡의 재즈 발라드를 들려주는
자니 하트먼(Johnny Hartman)의 ‘For All We Know’라는 곡(아래 노래)도
[카펜터스(Carpenters)가 부른 같은 제목의 곡과는 전혀 다른 곡이다.]
잠시 후 주인공들이 서로 껴안고 슬로우 댄스를 출 때 흘러나온다.
J. Fred Coots 와 Sam Lewis 가 작곡 작사를 한 후, 1934년에 오리지널 버전을
발표 하였는데, 냇 킹 콜도 1949년에 녹음을 한 적이 있었다.(예고편에도 나옴).
Johnny Hartman - For all we know
"For All We Know" Nat King Cole
소설의 배경시대인 1965년 하면,
이미 미국의 시골에까지도 TV 문화가 상당히 보급되었던
시절이었지만, 이 영화에서는 ‘프란체스카 의 부엌(아래 사진)’에 있던
낡은 흰색 라디오 한 대가 음악적으로는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태리에서 시집을 온 그녀는 혼자 있을 때마다, 항상 고향인 이태리의
오페라곡이나 가곡 등을 주로 듣는데, 그래서 그 당시, 최고 인기의 소프라노였던
마리아 칼라스(Maria Callas. 1923-1977)가 부르는
‘삼손과 딜라일라(Samson & Delilah)’와
‘노르마(Norma)’의 음악들도 영화 초반부에는 라디오에서
흘러나오지만, 일요일 저녁식사 장면 때는 십대인 딸이 얄밉게도 채널을
확 돌려, 당시의 최신 팝송으로서 크게 유행을 하던
샹그리 라(Shangli-La)의 ‘Leader Of The Pack’이나
바바라 루이스(Barbara Lewis)가 부른
Baby I'm Yours를(아래 동영상) 들으며 당시의 시대상을 반영하기도 한다.
Maria Callas "Mon coeur s'ouvre a ta voix "
그럼, ‘프란체스카의 부엌(Francesca’s Kitchen)'으로
매우 유명해진 이 장소에 있던 낡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면서,
킨케이드와 프란체스카의 사랑에 더욱 무드를 조성 해준
몇 곡을 더 살펴보도록 하자.(아래 OST 앨범 수록곡 리스트 참조)
* I'll Close My Eyes:
Dinah Washington - I'll close my eyes
그들이 만나고 나서 둘째 날의 늦은 시간에
저녁 식사를 함께 하는데, 재즈의 여걸,
다이너 워싱튼(Dinah Washington. 1924-1963, 미국)이
불렀던 이곡이 나오면서, 둘은 부엌에서 같이 춤을 추게 되고
이 장면은 이어서 이들의 정사 장면으로 계속 연결이 된다.
프란체스카가 2층에서 샤워를 한 후
새로 산 원피스 드레스를 입고 부엌에 들어올 때
자니 하트먼의 무드 있는 이곡이 흐르는데,
그녀를 놀란 표정으로 쳐다보는 킨케이드의 얼굴에는
어느새 사랑이 가득 차 있다(아래 사진).
노래 제목이 킨케이드의 심정을 마치 대변하는 듯하다.
* It Was Almost Like A Song:
Johnny Hartman -- "It Was Almost Like a Song"
킨케이드가 떠나야만 하는 전날의 만찬 식탁에
두 개의 촛불을 킬 때부터 흐르는 이곡도
역시 저음이 매력인 자니 하트먼의 노래이다.
같이 지금 떠나버리자는 킨케이드의 요구에 프란체스카가
매우 고민을 하면서 대화를 나눈다.
비록 짐을 꾸리긴 하였지만 선뜻 따라나설 수 없는 그녀,
이 노래의 제목이 암시하듯, 아름다운 노래와도 같은
나흘간의 그 사랑을 추억으로만 간직할 수밖에 없다.
둘째 날서부터 본격적으로 사랑을 느끼기 시작하는
프란체스카의 혼란스러운 표정과 함께
흐르기 시작하는 이 영화의 사랑의 테마(Main Theme)는
그들이 산책을 하거나, 사랑을 나눌 때도 나오고,
또 엔딩 크레디츠에서는 전곡을 다 들을 수도 있지만,
바로 레니 니하우스(Lennie Niehaus)와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공동으로 만든 오리지널 스코어(OS)의 한 부분으로서
‘도 아이즈(Doe Eyes)’ 란 별도의 제목을 붙인 매우 아름답고
서정적인 음악이다.(아래 동영상)
레니 니하우스 (Lennie Niehaus. 1929. 미국)는
이스트우드와 1984년의 ‘Tightrope’ 때부터
음악 작업을 함께 해온 이래, 2002년의 ‘Blood Work’까지
벌써 10편 이상을 서로 콤비(Collaborator)로 지내고 있는데,
이스트우드가 만든 영화 속의 재즈 곡들을 공연한 카네기홀 실황 영화,
‘Eastwood After Hours’에선 직접 지휘를 한 적도 있었다.
나흘밖에 사랑을 나누지 못하였다고 하면 일반적으로는 힘든 세상을
살아가면서, 곧 쉽게 잊혀지는 사랑이 되기 십상이다.
그러나 이들의 특별한 사랑은 킨케이드의 말대로
일생에 한번밖에 없는 운명적인 사랑이 되어,
한평생의 그리움으로 변해 가는데, 현실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바로 이런 점이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 잡은
큰 이유 중의 하나가 된듯하다.
그러기 때문에 세속적으로 말하는 중년의 불륜이다. 아니다 라는 잣대로
이들의 사랑을 규정지을 필요까지는 없을 것도 같은데,
남이 하면 불륜이고 내가 하면 로맨스라는 우스개 소리 조차도 꺼내기가
감히 힘들 정도로 진지하고 심각한 상황이 아니었던가?
(빗속의 마지막 이별장면에서, 특히 한마디의 말도 할 수 없었던 킨케이드의
그 안타까운 표정을 생각하면 더욱 더 심각해진다.)(맨 아래 동영상 참조)
더군다나 22년 후에 킨케이드가 죽고 난 후, 소포꾸러미와 함께 그가
남긴 시의 구절과도 같은 편지의 내용들은 자못 비장하기까지도 한데,
우리들의 인생에서 진정한 사랑이란 과연 사전적인 그 의미 말고
또 무엇이란 말인가 하는 수많은 상념들을 결코 떨칠 수가 없다.
실제로 가보면 별거 아니라고는 하지만, 이 소설과 영화 덕분에
아이오와 주에 있는 매디슨 카운티의 지붕 덮인 다리들은 이 영화가
개봉이 된 1990년대 중반서부터 많은 이들이 찾는 인기 관광지가
되었다고 하는데,
그중의 하나인 ‘시더 브리지(Cedar Br.)’는 불행하게도
2002년 9월에 방화로 인하여 심하게 파손이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킨케이드가 길을 물어보았던
‘로즈먼 브리지(Roseman Br.)’(아래 사진)를 비롯하여
이곳의 5개 지붕 덮인 다리들은 모두 국가 사적지로 지정되었다고 하는데,
이스트우드는 소설에서 언급한 정확한 장소들에서 이 영화를 촬영 하였으며,
또 어떤 특수효과도 사용하지 않고 최대한 단순하고 담담하게 이곳 경치를
담으려 노력 했다고 말하였다.
‘머나먼 다리(A Bridge Too Far. 1977)‘와 같이
전쟁 영화가 아니면서도 참으로 특이한 경우로
영화 속의 또 다른 주인공이 된 이곳 다리들의 수려한 경치와
예이츠의 시까지 등장을 하는 이들의 짧고도 아주 긴 사랑의 대화,
그리고 아름다운 재즈 명곡들의 선율은 아직까지도 우리들의 마음을
여전히 촉촉하게 만들어 준다.
* 사족: ‘추억(The Way We Were. 1973)'을 만든바 있는
시드니 폴랙(Sidney Pollack) 감독이 로버트 레드포드(Robert Redford)를 기용하여
이 소설을 영화화 하려한 적이 있었다는데,
일부 여성 팬들은 오히려 그게 더 나을 뻔 했다고 말하는 경우도 있다.
글쎄, 이스트우드의 그 여전한 마초 이미지 때문일까?
출처: http://jaygunkim.tistory.com/122?category=461011 [김제건의 영화음악이야기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