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 만에 틱낫한 형제들과 동안거를 지냈던 LA와 San Diego 중간지점
Escodido에 위치한 Deer Park Monastery (녹원사)를 방문하였다.
그해 안거 중에 미국스님으로 부터 숭산선사가 열반하셨다는 소식을 접하였다.
왼편에는 비구들과 거사들, 오른편에는 비구니들과 보살들이 사용하는데
아침 5시가 되면 모두가 예불하러 모이는 곳이다.
그야말로 법당이다. 부처님 대신에 법을 모신다.
"이것이 바로 그것이다 (This is It)"
틱낫한 스님은 임제선사의 42대 손이라고 한다.
그래서 전통에 따라 당신 제자 비구 스님들은 법명 앞자가 모두 "법(法)"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비구니 스님들은 법명 뒷자가 모두 "진(眞)"자로 끝난다고 한다.
Deer Park Monastery(녹원사)를 개원한 해에는
틱낫한 스님 문중의 본사인 플럼빌리지는 아예 문을 닫고
300 명 가까이가 프랑스에서 미국으로 건너와 안거에 동참을 하였는데,
800 여명이 외양간(barn)형태의 이 법당에서 수행을 하였다고 한다.
보조국사의 목우자 가풍을 어디서 들어서 일까...
자세히 보면 법을 모셔 놓은 앞면는 세 칸이고 옆은 여섯 칸이다.
그리고 사진에서는 보이지 않지마는 입구쪽 문은 네 칸이다.
아마도 '삼법인' '사성제' '육바라밀' 철학을 건축에 녹인 듯하다.
아침 종성이 끝나면 모두가 절을 하면서 머리를 땅에 대고
틱낫한 스님이 글을 쓴Touching The Earth 수행을 한다.
'(어머니인) 대지에 머리를 대고'는 나와 부처님과 진실한 대화의 시간이다.
"부처님 제가 매 순간 깨어있지 못하여 부끄럽사 오나
세세생생 당신을 시봉하면서 숭고한 해탈법문을 수행하기를 발원하나이다"
........
틱낫한 스님 제자들은 '정신적인 공산주의 (Spiritual Comunism)을 표방한다.
철저하게 개인 은행구좌, 개인 이메일 등이 금지되고,
신도들에게 보시금을 받으면 절에 반환하여야 한다.
그리고 방도 두 명이 사용하고 파트너는 6개월 마다 바꾼다고 한다.
외출할 때에는 반드시 두 명이 함께 다녀야 한다.
스님들이 고향 집을 방문하는 경우에도 한 명을 데리고 가야 한다.
나는 이곳에 살면서 '무소유'의 힘을 경험하였다.
스님들의 한 달 보시금이 50 불 (약 5 만원)인데 젊은 스님들은 이것조차 필요없다고
절에 반환하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나와 함께 짝을 이루어 공양간 일을 하는
미국스님이 조깅을 하다가 고관절이 부러지는 사고를 당하였다.
매일 병원으로 비구 두 사람이 점심을 배달하면서 위문하고,
비구니 스님 열 명이 한꺼 번에 병원을 찾으니
병원사람들이 놀랐다.
아마도 미국에서는 보기 힘든 "정情"이기 때문일 것이다.
안거 마지막 밤 자자를 할 때, 퇴원을 한 이 미국 스님은 눈물을 훔치면
동료스님들이 나를 이토록 사랑하는 줄은 평소에는 깨닫지 못하였다고 말한다.
얄밎게도 베트남 스님이 한 마디 거든다.
..이번에 다리를 다친 것이 스님에게는 오히려 덕이 된것 같다고..
"이것이 바로 그것이다 (This is It)" 는 "지금이 바로 행복(열반)이다"라는 의미이다.
LA에서 병과 몇 년 째 싸우고 있는 H는 이런 말을 들려준다.
"스님! 봄을 찾아서 헤매다가 결국은 집에 돌아와 뜰 앞에 피어있는 개나리를 보고
봄을 깨달았다는 선사님의 말씀과 같이,
병이 가벼워져서 집에 돌아가 아이들에게 밥을 지어 줄 때, 정말 느꼈어요.
이 순간이 나에게는 축복이고 더 없는 행복이라고요"
"I have arrived 나는 이미 도달하였다, I am Home 나는 집에 와있다"
법화경에서 부처님께서는 구원겁 이전에 이미 당신은 성불하셨다고 했다.
이 생에 비로소 부처를 이룬 것이 아니라...
청화선사는 모든 중생들이 부처가 되기 전에는 성불을 하지 않겠노라고
맹세를 한 법장 비구가 먼저 아미타불이 되신 것을 다음과 같이 해석 하신다.
"법장비구가 부처를 이루고 보니 모든 중생들이 이미 부처가 되어 있더라."
법정선사는 "일기일회一機一會,
지금 이 순간은 단 한번의 시간이며, 지금 이 만남은 생애 단 한 번의 인연이다"를 강조 하신다.
삶에서 가장 신비한 일은 지금 이 순간 우리가 이렇게 살아 있다는 사실이다.
왜냐하면 모든 것은 생애 단 한 번 뿐인 인연이기 때문이다.
'내 눈앞에 있는 사람은 지금 이 순간에 만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다'
어디 사람 뿐이랴!
캘리포니아 여정에서 시은施恩을 많이 입었다.
부처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무더운 여름 날씨에 삼배 서근으로 만든 옷이 부처이듯이,
보잘것 없는 이 사람에게 먹여 주고 재워 준 고마운 인연들의 그 마음이
바로 부처임을 확신한다.
"이것이 바로 그것이다 (This is It)"
인연들의 따뜻한 마음을 대지大地삼아 이마를 대면서(Touching the Earth) 발원을 올려 본다.
"부처님 부족한 저의 청을 들어 주옵소서!
착한 중생들을 연민하사 본래 서원이신 대자대비를 베푸시어,
저와 모든 인연들이 항상 편안하고, 안락하고, 행복하여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