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녀들의 수다’를 보며 한국의 미래를 꿈꾼다.
2007년 9월 6일자 전북일보 명상컬럼
참좋은우리절 회일스님
최근 TV 프로그램 중 미녀들의 수다라는 오락프로가 인기다. 세계 각국 미녀들이 말하는 한국은 흥미롭기도 유익하기도 하다. 그러고 보면 근래 들어 공중파 방송에 출연한 외국인 연예인들이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는가 하면 해외여행 프로그램도 경쟁적으로 편성되고 있으니 국제화시대를 살아감을 실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한국은 국제화시대에 걸맞은 의식이 정착되었다고 보기는 힘든 것 같다.
올해 유엔의 인종차별철폐위원회는 우리나라 인권을 심사하는데 있어 순수혈통주의가 인종우월성의 관념을 담고 있으며 이는 혼혈차별주의를 내포하고 있다고 시정을 권고했다. 사실 우리나라 사람처럼 외국인에 대해 배타적 감정을 갖고 있는 국민도 드물다. 무의식중 단일민족을 강하게 인식하다보니 외국인을 색다른 눈으로 볼 수밖에 없었다. 이런 닫쳐진 의식은 국제화시대를 맞이한 우리사회에 상당한 문제를 야기 시킬 수 있으며 또한 우리나라의 국제경쟁력을 떨어트릴 수 있는 주요한 요인이 된다. 통계로 보면 올 4월 기준 현재 국내 체류 외국인수는 92만 명으로 100만 명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특히 국제결혼은 18만 건에 육박하고, 농어촌 지역 한 해 결혼의 38%를 차지하고 있다. 사회는 급격히 다(多)문화되어 가고 있는 반면 국민들의 의식은 변화하지 못하고 있어 국제결혼가정 자녀들의 차별문제는 미래 한국사회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
외국인노동자문제는 어떠한가. 「외국인노동자 인권실태조사」에서 나타난 결과로는 50.7%가 직장에서 욕설 또는 조롱을 받았다고 답했고 육체적 폭행을 당했다고 응답한 사람도 30.5%에 달했다. 이는 결국 국가적 이미지를 실추시키며 국가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막대한 홍보비용을 들여 국가 이미지 쇄신에 열을 올리고 있는 마당에 자국에 있는 외국인을 박대한다는 것은 얼마나 어리석은 짓인가?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의 세계경쟁력평가에서도 우리나라의 가장 취약한 부분이 바로 문화적 다양성과 개방성에 관련된 항목이었으며 매년 꼴찌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다.
불교에서는 세계를 하나의 꽃으로 표현한다. 서로가 어우러져 아름다운 한 송이 꽃으로 피어난다는 의미이다. 인류역사를 돌이켜 보건데 피부·인종·종교·문화·국가 등이 다르다는 이유로 얼마나 많은 피를 흘렸던가. 다름이 차별로 이어진다면 그 차별을 당한 사람은 다시 보복의 칼을 품을 것이다. 반면 다름이 상호 인정되는 가운데 조화로 이어진다면 평화가 정착되고 경쟁력이 강화되어 모두가 잘 사는 사회로 나아갈 수 있게 될 것이다.
몇 년 전 미국을 방문했을 때 만난 재미동포의 얘기가 귀에 어른거린다. 흑인과 결혼한 그녀는 흑인혼혈 아들을 두었다. 한번은 그 아들과 한국을 방문했는데 아들을 친정에 데려가지 못했다고 한다. 이유는 동네 사람들의 시선에 아이가 상처받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한국인의 의식수준을 엿볼 수 있는 단적인 예이다.
‘미녀들의 수다’를 보며 미래 한국사회 어느 곳에서든지 다양한 민족이 섞여 함께 수다를 떠는 모습을 상상하며 우리들의 의식 변화를 촉구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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