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지방선거 정당공천 배제 여부 큰 관심
충주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추석연휴였지만 조용했다. 현직 시장만이 바쁘게 움직였을 뿐, 얼굴을 알리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시장후보가 거의 없었다.
왜 그럴까? 재작년 시장재선거에서 이종배시장이 행안부 차관이 된지 3개월여만에 내려와 박상규 민주당 지역위원장과 한창희. 김호복 전직시장과 이미 혈전을 치렀다. 마치 다른 지역의 도지사 선거처럼 느껴졌다. 충주지역의 정치 판도를 좌우하는 의미가 큰 선거였다. 윤진식 의원의 후광을 입은 이종배 시장이 낙하산 공천 이미지에도 불구하고 압도적으로 당선됐다. 충주엔 이시종의 민주당세력과 윤진식의 새누리당 양대 정치세력이 있다.
이시종-윤진식이 맞붙은 2008년 18대 총선에선 이시종이 이겼다. 그 후 두 사람은 맞붙을 기회가 없었다. 이번 대리전에서 윤진식이 이긴 것이다. 그것도 여권3, 야권 단일후보인데도 말이다. 민주당 세력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지난 2년간 이종배 시장이 현직시장으로 지역기반을 다진 상태에서 윤진식 국회의원이 버티고 있는데 여타후보들이 선뜻 나설 수가 없을 것이다.
충주에는 시장후보로 언론에 거론되는 사람이 한창희, 김호복 전시장, 유구현 전자산관리공사 감사, 이재충 전행정부지사, 김영호 지적공사 사장 등이 있지만 실제로 충주서 활동하는 사람은 한창희 전시장과 유구현 전감사가 있을 뿐이다. 다른 사람들은 서울에서 지역동향을 주시하고 있을 뿐 움직임이 없다.
김동환 도의원, 이언구, 심흥섭 전도의원이 거론되지만 이들은 몸값을 올려 도의원 선거를 유리하게 이끌기 위한 선거 전략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윤진식 의원이 정치자금법위반으로 1심에서 징역6개월에 추징금 4천만원, 집행유예1년이 선고됐다. 2심에선 검사가 기각청구로 같은 형량이 구형되고, 10월17일 선고를 남겨둔 상태다. 1백만원이상의 벌금형이 확정되면 의원직이 상실된다. 윤 의원은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누구나 재판결과를 지켜볼 수밖에 없다.
기초지방선거 정당공천 배제 여부도 큰 관심사다.
민주당이 전당원투표로 정당공천배제를 당론으로 확정했고, 박근혜대통령이 대선공약으로 기초선거 정당무공천을 약속했지만, 현직국회의원 대다수가 반대하고 있어 과연 입법화가 될지 미지수다.
정당무공천이 입법화되지 않은 상태여서 정당의 눈치도 보지 않을 수 없다.
출마가 확실한 이시종 도지사가 충주사람이라는 점과 기초선거 정당공천배제 여부와 윤진식 의원의 재판결과에 따라 선거 대진표가 다양해 질 수밖에 없다.
첫째,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정당공천제가 현행대로 유지되고, 윤의원이 무죄가 선고될 경우.
새누리당 이종배 시장에게 도전할 사람이 거의 없다. 이시종 지사가 충주출신이긴 하지만 마땅한 후보자를 영입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둘째, 정당공천제가 유지되고, 윤의원이 의원직이 상실되어 내년 7월30일 보궐선거를 치룰 경우.
윤진식의원이 의원직을 상실하게 되면 충주에서 이시종, 윤진식 양강구도가 깨지는 것이다. 이종배시장이 윤진식의원을 대신하여 이시종지사를 견제하기엔 역부족이다. 역학구도상 한창희 전시장이 급부상하여 당협위원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 오늘날 새누리당 세력의 기반을 다져놓은 것이 사실 한창희 전시장이다. 새누리당의 원조로 중앙당 당직자들과 인맥도 폭넓다.
지난 대선에서 중앙선대위 지방전략위원장을 맡기도 하였다. 한 전시장이 선거법위반으로 정치적 휴식기를 가지는 동안 윤진식 의원이 당협위원장이 되었다. 한 전시장이 복권후 복당을 신청했지만 거부당했다. 윤 의원이 없으면 상황은 다르다.
이종배 시장은 현직시장이기에 당협위원장을 맡기가 곤란하다. 새누리당 당협위원장이 누가 되느냐와 이종배시장이 국회의원으로 말을 갈아탈지 여부가 최대 관심사가 될 것이다. 이 시장도 정치적 꿈이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제3의 인물이 새누리당 당협위원장이 될 경우 한 전시장은 정치를 포기하거나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 이시종지사와 연대할 가능성이 있다. 이럴 경우 민주당이 우세하다. 새누리당이 집권당의 프리미엄이 있다고 하나 윤진식 의원이 빠진 상태에서 결집력이 약하고, 이시종지사가 충주출신으로 도지사 후보로 직접 출마한다는 것이다.
평소에는 비판하다가도 막판에는 고향사람을 택하는 게 우리나라 투표성향이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우건도 시장이 당선된 것과 비슷한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한전시장도 2년전 시장재선거서 무소속으로 출마, 13%이상의 득표를 하는 등 고정표가 있기 때문이다.
셋째, 정당공천제가 폐지되고, 윤 의원이 무죄가 될 경우.
이종배 시장, 한창희 전시장의 출마가 확실시 된다. 정당공천제가 폐지되면 한 전시장은 명예회복을 위해서라도 출마를 할 것이다. 정당 무공천이라 당적에 대한 부담도 없다. 다른 사람들은 시장출마를 포기할 가능성이 높다. 무공천이라고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윤진식-이종배 라인 대 이시종-한창희 라인으로 접전이 예상된다.
한 전시장은 당적을 옮긴 것도 아니기 때문에 새누리당 당원들의 지지도 끌어낼 수 있다. 민주당은 마땅한 후보를 내기가 쉽지 않다. 선거의 달인인 이 지사는 본인이 직접 출마한 선거에서 경쟁력이 있는 한 전시장과 연대를 꾀할 가능성이 높다.
박빙의 싸움이 예상된다.
넷째, 정당공천제가 폐지되고, 윤 의원이 의원직을 상실할 경우,
윤의원이 의원직을 상실하면 이종배-한창희 두사람이 연대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 사실 이종배 시장입장에서는 한 전시장과 연대할 경우 적수가 없어지게 되는 셈이다. 이 시장이 국회의원으로 말을 갈아탈 가능성이 높다.
다섯째, 이종배 시장이 도지사 후보가 되고, 윤의원이 의원직을 상실할 경우.
두 자리가 비어 충주는 그야말로 춘추전국시대가 될 것이다. 충주에선 여권 다자구도와 야권 단일화가 지난 재선거에서 보았듯이 별로 의미가 없다.
충주에선 내년 지방선거의 대진표를 아무도 예상할 수가 없다. 변수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윤진식-이종배 라인에 한창희 전시장이 예비군으로 버티고 있어 여타후보들이 선뜻 나서기가 쉽지 않다.
한 전시장의 위치도 묘하다. 정당공천제가 폐지되거나 윤진식 의원이 의원직을 상실할 경우에나 정치적으로 기사회생할 가능성이 있다. 인지도도 높은 한 전시장이 미리 선거운동을 하겠다고 나설 이유가 없다.
윤 의원은 무죄를 주장하는데 누구나 재판결과와 정당무공천 입법과정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오수부동(五獸不動)의 관계다.
충주에선 시장선거가 지방선거의 분위기를 좌우하기 때문에 모두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지만 조용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종배 시장만이 현직시장으로서 각종행사에 분주하게 다닐 뿐이다.
심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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