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 모과나무가 이런 깊은 산중에 다 있지?’
처음에 노각나무 줄기를 보고 모과나무인줄만 알았다. 그러다가 어느 틈엔가 그 나무가 모과나무를 닮은 노각나무인줄 알았다.
노각나무는 차나무과(Theaceae)에 속하는 교목이다. 아시아 동부와 북아메리카 동부가 원산지이다. 푸른 잎에 피는 흰 꽃과 껍질이 벗겨져 매근한 줄기가 들어나는 모양이 좋아 남부지방에서 관상용으로 심고 가꾼다.
노각나무의 학명은 Stewartia koreana 이다. 키는 7∼15m 정도로 큰키나무에 속한다. 나무껍질은 흑적갈색으로 큰 조각으로 벗겨져 오래 될수록 모과나무나 배롱나무처럼 미끈해진다. 잎은 어긋나고 타원형 또는 넓은 타원형이며 끝은 뾰족하다. 잎의 크기는 길이 4∼10cm, 나비 2∼5cm로 가장자리에 물결 모양의 톱니가 있다.
꽃은 6∼7월에 백색으로 피며 새 가지의 겨드랑이에 달린다. 꽃대는 길이 1.5∼2cm이고 포(苞)는 달걀모양 또는 둥근 모양이다. 꽃받침은 둥글고 융모가 있으며, 꽃잎은 달걀을 거꾸로 세운 모양이고 5∼6개이다.
열매는 삭과(蒴果)로 10월에 익고 5각뿔이다. 내한성 및 내음성이 강하여 나무 밑이나 그늘, 해변에서도 잘 자란다. 목재는 장식재 ·고급가구재 등으로 사용되며, 수피가 비단과 같이 아름다워 관상용으로 심는다.
세계적으로 7종의 노각나무가 있으나 한국의 품종이 가장 아름답다. 그러나 생장속도가 느려서 속성으로 가꾸기는 쉽지 않다.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노각나무(S. koreana)는 지리산, 가야산, 소백산 등 중부 이남의 여러 산에서 자란다. 소백산은 노각나무의 북방 한계선으로 알려진다. 소백산에는 희방폭포 아래의 계곡에 몇 그루가 자란다.
노각나무의 이름은 사슴의 뿔을 지칭하는 녹각에서 따왔다고 전한다. 노각나무의 줄기가 단단하고 매끄러운 녹각鹿角을 닮았기 때문이다. 또 노각나무의 열매가 오각이어서 노각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그러나 노각이란 늙은 오이의 다른 이름이다. 그러므로 노각나무는 노각老角에서 따온 이름일 수 있다. 늙은 오이의 누런 빛깔이나 매끈함이 노각나무의 줄기와 흡사하기 때문이다.
노각이라면 떠오르는 묘한 노래가 있다. 바로 각설이타령이다.
얼씨구 씨구씨구 들어간다. 절씨구 씨구 들어간다.
작년에 왔던 각설이가 죽지도 않고 또 왔네
노각나무의 줄기는 늙은 오이의 빛깔과 매끈함을 닮았다. 각설이가 부르는 이 가사는 음사다. 씨구는 씨를 담는 씨입이요. 각설이는 각을 세운 혀다. 직설하면 각설이는 늙은 오이를 닮은 거시기요. 씨구는 씨를 담는 보자기이다.
노각나무가 늙은 사슴뿔을 닮았던지 늙은 오이를 닮았던지 노각나무는 그 자체로 아름다운 나무다. 산길을 걷다보면 단번에 눈에 띄는 나무이다. 어쩌다 한 여름에 노각나무의 흰 꽃을 만나기라도 하면 반갑기 그지없다. 꽃이 드문 푸른 여름에 피는 꽃이어서 더욱 그렇다.
노각나무는 잎이 시원하며 한 여름에 흰 꽃을 피운다. 모과나무와 배롱나무를 닮은 껍질이 아름다운 까닭에 정원수로도 인기가 높다. 나뭇결이 아름답고 빛깔이 고와서 가구나 그릇을 만드는 사람들이 귀하게 여긴다.
한방에서는 노각나무 줄기껍질을 모란이라 한다. 몸속의 독을 풀고, 염증을 삭히며 통증을 가라앉히는 효능이 있다고 한다. 또 간이 안 좋거나 손발이 뻣뻣하고 저릴 때에 약으로 처방한다.
민간에서는 노각나무가 간염이나 간경화 등에 효험이 있다고한다. 손발마비와 관절염 등에 뛰어난 치료 효과가 있는 나무로 알려진다. 어혈을 풀어주는 효과도 탁월하고 알코올, 농약 등의 중독을 풀어주는 작용도 뛰어나다고 한다.
노각나무의 흰 꽃은 동백꽃처럼 진다. 아름답게 피었다가 미련없이 툭 떨어진다. 나무가지에 매달린 채로 시들어 버리지 않는다. 그 모습이 시원하고 깨끗하다. 그런 까닭으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다. 노각나무의 꽃말은 견고, 정의이다.
노각나무는 고로쇠, 거제수, 다래덩굴처럼 수액이 많은 나무이다. 그러나 그 나무의 수효가 적어서 고로쇠 수액처럼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다.
노각나무는 우리나라 특산 식물이다. 우리나라에만 자라는 나무이다. 잘만 활용하면 약용으로 관상용으로 사랑받는 나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첫댓글 노각나무와 각설이타령은 무슨 연관이 있나요?
노각나무 잘 배우고 갑니다.^^
고인돌님의 재미있는 풀이에 웃고 갑니다
얼씨구,절씨구가 그런거였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