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그렇게 해야 하는가?”
아내에게 은혜가 안 되는 말을 하고 말았습니다. 세상말로 열심히 일하는 사람 맥 빠지게 하는 소리를 해 버렸다는 말이지요. 한마디로 염장을 지르는 소립니다. 춘천에 있는 여성장애인 시설 나눔의 동산에 식사 봉사를 가기 위해 음식을 준비하는 아내가 안쓰러워 해준 말이지만 어째 말을 잘 못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강원도 춘천시 사북면 지암리 깊은 산속에 있는 장애인 시설이라 생선은 쉽게 먹지 못하기에 한 달에 한 번씩 봉사를 갈 때 항상 생선을 준비합니다. 요리도 해 가지만 저장해 놓고 먹을 수 있을 만큼도 가져가곤 합니다. 이번에는 가자미가 살이 통통하다며 두 상자를 사와서 집에서 손질을 합니다. 비린내가 온 집안을 진동했는데, 하루 지나고 땀을 뻘뻘 흘리며 가자미를 튀기고 있으니 일하기 편한 음식으로 준비하라는 철없는 말을 한 것이지요.
아무튼, 다음날 아침 일찍부터 서두릅니다. 봉사를 가고 없을 때 집에 장애인들 챙겨먹을 식사도 다 준비를 해 놓습니다. 장로님이 잘 하시겠지만 다시 한 번 당부를 합니다. 평소엔 8시에 학교 가던 아들도 6시 40분에 차를 탑니다. 먼 길이라 일찍 봉사를 출발하는 엄마 아빠를 잘 만난 덕분입니다. 조금 일찍 가서 공부도 하라고 했더니 고개만 끄덕입니다. 불만이 있다는 것이겠지요. 그래도 사랑스럽습니다. 아내와 권사님과 함께 집에서 출발을 합니다. 성남 모란시장 앞에서 인선씨를 픽업하고, 춘천 공성운동장 앞에서 후리지아님도 픽업합니다. 며칠 전 교도소 봉사 때 만났지만 그래도 반갑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집안 이야기부터 서로의 안부를 묻고 세상 이야기까지 장르가 다양합니다. 의암호는 여전히 아름답습니다. 아침부터 덥기 시작한 날씨에 풍덩 들어갔다 나왔으면 좋겠다는 유혹도 생깁니다. 물이 없다면 우리가 어떻게 살아갈까 생각하며 물, 공기, 햇볕을 주신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나눔의 동산에 도착하니 포크레인이 보입니다. 공사를 하고 있습니다. 수영장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올 여름에 장애인들이 시원하게 수영도하고 물놀이도 할 수 있어서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작은 행복을 날마다 누리며 살아갈 수 있으니 그것도 감사의 조건입니다. 차에서 짐이 내려지고 각자의 포지션에서 열심히 수고를 합니다. 구슬땀을 닦아 내며 열심히 마련한 음식이 푸짐하게 차려집니다. 장애인들 사이에서도 연약한 장애인을 먼저 챙겨주는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지요. 건강주시고 맛있는 음식을 주셔서 감사하며, 귀한 동역자들이 많이 방문하게 해 달라는 기도까지 해 드립니다. 실지로 봉사를 하는 시간은 3시간 남짓입니다. 먼 길이라 왕복 6시간을 차로 달려야 하기에 바쁠 뿐입니다. 크게 한 것도 없는데 가슴 뿌듯함은 봉사를 해 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특권입니다. 내가 항상 강조하는 봉사는 중독되고 행복은 전염되는 세상이 날마다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
날씨가 정말 덥습니다. 차에서 실외 온도를 체크해 보니 36도가 가깝습니다. 계기가 잘못되었다고 했는데 진짜로 36.1도까지 올라갔네요. 올 여름이 무척 더워지려고 그럴까요? 여름이면 맥을 못 추는 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시원한 바람입니다. 화상으로 땀구멍이 없는 상태라 여름은 친해지기 쉽지 않는 계절이기도 합니다. 그래도 감사한 것은 힘들고 어려울 때 더 기도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번 주에 장마가 온다는데 자오 쉼터에 돌아가면 장마가 시작되기 전에 비새는 지붕 수리도 해야겠습니다. 해마다 수리를 하지만 그래도 비는 새니 참 답답할 노릇입니다. 만약 다음에 건축을 하게 된다면 지붕은 무조건 콘크리트로 해야겠습니다. 봉사를 가기도 하고, 봉사를 밭기도 하지만, 그때마다 느끼는 것은 봉사는 내 입장에서 하는 것이 아니라 봉사를 받을 분들의 입장을 고려해서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서로가 행복하다는 것입니다.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더군요. 어느새 하루가 다 지나갔습니다.
2007. 6. 18
양미동(나눔)
첫댓글 수고로움을 통해 행복을 나누어 받는 분들이 계심이 축복이지요. 언제나 힘든일들을 묵묵히 해 내시는 큰샘물님과 나눔님께 고마운 마음, 죄송한 마음이네요. 그래도 사랑하는 아내에게 기왕이면 마음과 다른말 하시고 후회말고 듣기 좋은 말 하는 연습을 하시면 좋겠습니다. ^^*
두분 대단하셔여~ 이말 밖에 달리 할 말이 없습니다. 짱구만 못말린 줄 알았는데 두분도 못말려요..^^
넘 수고들 하시네요..얼마나 감사 한지요..우리보다 더 어려운 이웃에게 아니 장애가 심한 분들에게도 잊지 않고 찾아가 선을 베푸시는 양미동(나눔)전도사님 감사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