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과 담대한 꿈 / 주암호, 조계산 그리고 아침이면 떠오르는 희망>
걸어서 당신께 1 · 추억과 담대한 꿈
· 걸었던 거리 498Km
· 오늘 걸은 거리 20Km
· 걸은 총 거리 518Km
· 오늘 걸은 코스 : 후곡리 ▷신평교 ▷평촌 ▷곡천 삼거리 ▷고인돌공원 ▷용암삼거리 ▷문덕
· 걸린 시간 : 4:00
지금까지 나는 아내 모데스타와 함께 내마음의 고향 순천 송광면 후곡리에서 화순·광주·담양·복흥·쌍치·산내·태인·김제·익산·강경·논산·부여·공주·천안·평택·오산·수원·의왕·과천·서울(명동성당)·포천 삼거리까지 모두 498Km를 26일에 걸쳐 걸었다. 물론 직장에서 일하던 시절이라 주말이나 쉬는 날을 택해 구간 구간을 이어서 걸었다. 왠지 겨울철이 걷기 좋았다. 아내가 바쁠 때면 나 혼자 걸을 때도 있었다. 그렇게 걸으니 총 기간은 2년 반이나 걸렸다. 그렇게 한 구간을 걸을 때마다 인터넷 까페에 글과 사진을 올렸다. 서울까지 걷고 나서 그 글과 사진을 <둘이서 함께, 걸어서 서울까지>라는 책으로 펴냈다.
<후곡리 귀향일기와 서울까지 걸었던 이야기를 책 두 권으로 엮었다.>
시간은 참 빠르게 흘러가고 말았다. 다니던 직장에서 정년퇴직을 하고 나이들어 가면서 그때와 같은 열정은 식어가고 있지만 그래도 다시 걸어보고 싶다. 이제 시계 반대방향으로 걸어 순천을 거쳐 남해안·부산·동해안을 따라 속초에서 포천 삼거리까지 걸어 한반도 남쪽 땅을 한 바퀴 걸어서 돌아보고 싶은 것이다. 시작이 반이라고 했다. 오늘 첫발을 내디뎠다.
<후곡리가 표시된 순천시청에서 펴낸 안내도>
내 살고 있는 후곡리는 매우 아름다운 산촌마을이다. 앞으로는 주암호와 호수 너머 조계산 도립공원이 그림처럼 펼쳐져 있고, 뒤로는 해발 909미터인 모후산이 웅장하게 솟아 있다. 아침이면 호수 위로 물안개가 피어오르고, 산자락에 안개 구름 드리워지면 평화로운 하루가 시작되고, 농부들은 일터로 간다. 저녁이면 산마루 위로 떠오르는 달빛이 호수 위로 교교히 번져와도 낮동안 채마밭·녹차밭에서 일하느라 노곤해진 노인들은 이른 저녁부터 잠을 청하고 말 것이다.
<마당에서 바라본 주암호 풍경>
후곡리(모후실)를 뒤로 하고 구불구불 호수를 감싸고 도는 길을 걷는다. 신평교가 나온다. 내가 세심교(洗心橋)라 이름 고쳐 부르는 다리이다. 이 다리 위에서 양 쪽으로 펼쳐진 너른 호수를 바라보면 내 마음이 저절로 씻겨지는 듯하다. 내가 후곡리에 터잡고 살아가려고 맘먹고 이곳을 찾아들었을 때 신평교를 지나노라면 마치 내가 태어난 곳으로 돌아가는 듯한 아늑함을 느꼈던 곳이다.
<후곡리 풍경>
평촌을 지나 곡천 삼거리를 지난다. 곡천교를 지나 고인돌공원을 지나고 용암삼거리이다. 서재필 기념관이 있는 곳이다. 다시 보성 쪽으로 고개를 넘어 문덕면 소재지가 나온다. 보성군 문덕면 양동리. 내가 태어난 곳이다. 난 초등학교 5학년 때까지 이곳 문덕초등학교를 다녔다. 그리고 아버지가 사업에 실패하여 순천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다. 내가 다니던 학교 건물은 주암호가 생기면서 헐리고 말았다. 오늘일정은 여기까지다.
<문덕면>
나는 오늘 <당신>을 향해 걷기 시작했습니다. <당신>은 내 인생을 관통해버린 사람입니다. 앞으로 내 인생의 주제는 <당신>입니다. <당신>은 나에게 모든 것입니다. 앞으로 저의 삶은 <당신>을 위하여 펼쳐질 것입니다. "<당신>을 가진 자가 모든 것을 가진 자다"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당신>을 가질 수는 없습니다. 오직 <당신>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뿐입니다. 내가 걸어서 <당신>께 얼마나 가까이 갈 지 알 수는 없습니다. 때로는 <당신>을 향해 걷는다고 하지만 오히려 <당신>으로부터 더 멀어지고 있는 듯한 아득함을 느끼기도 합니다. 그 아득함 때문에 절망에 이른 적도 있었습니다.
<가다가 돌아보니 멀리 모후산, 왼쪽 아래 산마루에 후곡리가 자리하고 있다.>
저는 <당신>을 규정할 수도 볼 수도 없습니다. <당신>을 향해 걷는다고는 하지만 방향도 모릅니다. 모든 것은 <당신>이 알아서 하실 일입니다. 제가 알고 있는 것은 한 가지입니다. 당신은 사랑이고 생명이라는 사실만 알고 있습니다. <당신>은 모든 것을 합하여 선을 이루신다는 것만 알고 있습니다. <당신>을 향해 걷는 내내 저의 손에는 묵주가 쥐어져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손주 <요한보스코>보다 한 살 어린 나이로 걸을 것입니다. 제가 살아온 60년은 <당신>께 되돌려 드리고 싶습니다. 비록 만신창이가 된 저의 60년이지만 <당신>께서 받아주신다면 저는 이제 두 살, 새로운 영혼으로 걸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광주와 전남 4백만명이 이 물을 마신다. 주암호는 생명호이다. 멀리 모후산>
<당신>을 향하여 걸으면서 저는 끝없이 기도할 것입니다. 오늘 시작한 <당신>을 향한 이 첫 걸음이 <당신>을 통하여 제가 사랑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그리고 그 사람들을 통해 마침내는 제게 이를 수 있도록 <당신>의 자비와 지혜를 그리워 합니다. 사랑합니다.
<용암 삼거리 풍경> <다음까페 마음의 고향, 후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