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복음말씀은 예수님이 40일 동안 광야에서 금식기도를 하는 동안 사탄으로부터 유혹을 받았다(루가 4:1-13)는 내용입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유혹을 받고 있고, 그것은 시대에 따라 형태가 약간 다르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유혹은, 사탄이 우리에게 구체적인 모습으로 공격해 오는 것이 아니라, 너무나 자연스럽게 우리에게 다가와서 달라붙는 것이 많습니다.
그러나 유혹의 본질을 알면, 그것을 뿌리칠 수 있습니다.
나에게 유혹이란 어떤 것일까요? 할아버지가 생각하는 것과 젊은 손자가 생각하는 유혹은 물론 다르겠지요.
즉, 유혹의 형태나 내용이 각 사람마다 다르게 나타날 수 있으므로, 그것을 분별해 내는 힘을 먼저 가져야 할 것입니다.
예수님이 광야에서 금식하면서, 모든 유혹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세 가지 유혹을 받았습니다.
일반적으로 금식은 수행의 금식, 투쟁의 금식, 치유의 금식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요즈음 가장 많이 하는 금식이 치유의 금식이겠지요. 이는 로마시대부터 폭식증이나 거식증 등 질병을 치유하기 위한 수단으로 쓰여 왔습니다.
금식을 해서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치유의 금식이지 수행의 금식이 아닌 것입니다.
수행의 금식기도는 죽을 것 같은 고통을 수반하는 것입니다.
저도 치유를 위한 10일간의 금식을 한 적이 있습니다만, 준비기간 4-5일, 금식 10일, 금식 후 20일 정도의 치유기간 등이 있어 실제로 거의 1개월이 걸립니다.
그런데 저 같은 경우는 3일째 되던 날, 너무 배고파서 정말 견디기 힘들 정도로 매우 힘들었습니다만, 5일정도 되는 날부터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금식을 하는 동안 견디기 힘들 정도의 고통을 감내해낼 때, 수행으로서의 금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예수님은 40일 동안 금식을 하는 동안 거의 마지막에 “성령이 가득 찼다.”고 기록되어 있고, 그 때부터 본격적인 유혹이 시작되었습니다.
첫 번째, 돌을 빵으로 만들라는 유혹에, “사람이 빵으로만 사는 것이 아니라고 성서에 기록되어 있다.”며 물리치셨고,
두 번째, 모든 권세와 영광을 주겠다는 유혹에, “주님이신 너의 하느님을 예배하고 그 분만을 섬기라고 성서에 기록되어 있다”고 대답하셨습니다.
마지막으로, 성전 꼭대기에서 뛰어 내리라는 유혹에, “너의 발이 돌에 부딪치지 않게 손으로 너를 받들게 하시리라고 기록되어 있다.” 고 하시며 악마의 유혹을 물리치셨습니다.
우리는 이 이야기를 듣는 순간, 우리도 예수님처럼 유혹을 받을 수 있고, 이것을 이겨내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주고 있는 것입니다.
기독교인이라면 이러한 유혹을 이겨내야 한다는 상황들이 도처에 깔려 있습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약속을 믿는 자녀들이므로, 내가 어떤 생활을 하고 있고, 내가 받는 유혹이 무엇인지 먼저 깨달아야 합니다.
사순절 동안, 내가 어느 자리에 어떻게 살고 있는지 돌아보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입니다.
그 후에 유혹을 물리칠 수 있고, 하느님 말씀대로 살아가기 위한 준비가 되는 것입니다.
다른 측면에서 보면, 유혹은 나를 비취어 보는 거울이기도 합니다.
유혹이 있는 자체가 죄가 아니라 이것을 이겨내지 못하는 것이 죄가 됩니다.
위파사나*라는 수행방법은, 수행 중 나의 업보를 찾아내는 순간, 그 죄는 사라진다라는 것입니다.
(*고엔카지가 지도하는 위파사나는 힌두교가 주류를 이루면서도 다종교 사회인 인도에서 초종교, 초교파적인 이념 하에 모든 계층의 사람들에게 개방되어 있다. 크리슈나무르티는 고엔카지가 지도하는 수행법에 대해, 이는 단순한 테크닉이 아니라 순간 순간 진리를 관찰하는 것이라고 하면서 올바른 수행이라고 인정했다고 한다.)
나를 잘 되돌아보면, 너무나 많은 유혹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대부분의 유혹은 쉽게 물리칠 수 있지만, 마지막까지 남는 유혹이 한두가지 있을 수 있습니다.
이처럼 나에게 다가온 유혹을 간파해 낼 수 있다는 자체가 하느님의 은총입니다.
아무리 어려운 유혹이라도 하느님의 능력으로 물리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가장 강한 유혹이 무엇인지 찾아내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입니다.
하느님은 그것을 이겨 내는 힘을 주십니다.
예수님이 유혹을 다 물리치셨을 때, 사탄은 다음 기회를 노리면서 물러갑니다.
영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The Passion of the Christ, 2004)>에서도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께 끝까지 사탄이 유혹합니다.
예수님은 그 유혹이 무엇인지 알았기 때문에 그것을 거뜬히 이겨냅니다.
그리스 소설가 니코스 카잔차키스는 그의 소설 <그리스도의 최후의 유혹>에서 예수께서 십자가에 매달려 울부짖을 때, 사탄이 천사의 모습으로 나타나 최후의 유혹을 했다고 합니다.
아무리 인간적인 예수님이라도 그 유혹을 이겨내었을 것입니다.
사도 바울은 “유혹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은 내 입과 내 마음 속에 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내 자신이 아닌 남에게 “나사렛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명하노니 물러가라!”라고 하면 되겠습니까?
내 마음 속의 사탄을 물리친 다음, 그것은 하느님께 여쭤 봐야 하는 이야기입니다.
기도 중, 내 앞에 있는 어두움 속의 기도가 가장 깊은 기도에 해당합니다.
유혹이 나를 힘들게 할 때, 입으로는 하느님의 말씀을 선포하고, 내 마음 속에 있는 하느님을 드러내어, 거뜬히 그 유혹을 이겨내고, 하느님 나라에 더 가까이 가는 여러분이 되시기를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