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람되지만 내가 좋아하는 장자나 양자에 대하여 이야기 해 보겠소.
사실 우리 주위를 보면 나라나, 사회, 이웃, 가족은 물론 종교, 민족을 위하여 많은 희생을 강요하고 있소. 또 우리들은 이것을 미덕으로 칭송하고 법적으로 장려하고 있소.
그렇다면 여기에서 이 화두가 무엇을 의미하며 그냥 두어도 빠지는 털을 굳이 뽑지 않겠다는 옛 선현들의 마음을 헤아려 보기로 하겠소.
양주(양자:노장사상가로 동양의 에피쿠루스,즉 쾌락주의)는 이렇게 말했다.
"백성자고(伯成子高)는 털끝 만큼도 남을 이롭게 하지 않았고, 나라를 버리고 은둔한 채 밭을 갈았다.
위대한 우(禹)임금이 자기 한 몸을 스스로 이롭게 하지 않고, 세상을 위하다가 자기 한 몸을 지치고 메마르게 하였다. 옛날 사람들은 자기의 터럭 한 오라기를 뽑아 천하를 이롭게 한다 해도 그것을 주지 않았고, 천하가 자기 한 몸을 받들어 준다 해도 그것을 받지 않았다.
사람들 모두가 터럭 한 오라기도 손해보지 않고, 천하를 이롭게 하지 않는다면 천하는 다스려질 것이다"
이에 대하여 금자(禽子:겸애설을 주창한 묵자의 제자. 금골회라고 함)가 양주에게 찾아가 이렇게 물었다.
"선생의 몸에서 터럭 하나를 뽑아 천하를 구제할 수 있다면 선생은 어떻게 하겠소?"
양자가 대답했다.
"세상이란 본래 한 오라기 터럭으로 구제될 수 있는 게 아니오."
금자가 말했다.
"구제될 수 있다면 그렇게 하시겠습니까?"
이에 대하여 양자는 아무른 대답도 하지 않았다.
대답을 듣지 못한 금자가 밖으로 나와 양주의 제자인 맹손양에게 말하자 맹손양이 이렇게 말했다.
"선생께서는 우리 선생님의 마음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소. 내가 그것에 대해 말해 주겠소. 막약 선생의 살갗을 손상시킴으로써 만금을 얻을 수 있다면 선생은 그렇게 하시겠습니가?"
금자가 "하겠습니다"라고 바로 대답했다.
이에 맹손양이 다시 "선생의 뼈 한 마디를 자름으로서 한 나라를 얻을 수 있다면, 선생은 그렇게 하시겠습니까?"라고 묻자
금자는 이에 대하여 한 동안 말을 못하고 잠자코 있었다.
그러자 맹손양이 이렇게 말했다.
"한 오라기의 터럭은 살갗 보다 경미하고, 살갗은 뼈 한 마디보다 경미하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오. 그러나 한 오라기의 터럭이 쌓여서 살갗을 이루고, 살갗이 쌓여서 뼈 한마디를 이루게 되는 것이오. 한 오라기의 터럭은 본래 한몸에 있어서 만분의 일에도 해당되지 않는 것이지만, 그것을 가벼이 여길 수있겠소?"
이를 듣고 난 금자가 말했다.
"나는 선생에게 뭐라 대답해야 할지를 모르겠소이다. 그러나 선생의 말은 노자(老子)나 관윤자(關尹子;중국 주나라의 노장철학자)에게 물어보면 선생의 말이 맞다고 하겠지만. 우(禹)임금이나 묵자(墨子)에게 물어 본다면 곧 내말이 옳다고 할 것이오"
이렇게 하여 이들의 대화는 끝이 난다.
내 본시 우둔하여 이들의 말을 어떻게 이해하랴 마는 이런 것이 아닐까?
즉, 모든 사람들이 터럭 하나도 상함이 없이 천하의 이익을 얻겠다고 하지 않는다면 천하는 태평할 것이다!!!!!
첫댓글 욕심과 욕심이 살벌하게 충돌하는 모습이 너무 익숙하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