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안녕하세요? 성우 이종구입니다.
보낸날짜 2003년 08월 13일 수요일, 낮 12시 17분 05초 +0900 (KST)
보낸이 "이종구" <goo223@hanmail.net>
받는이 <jieys@kbs.co.kr>
소속기관 성우협회
안녕하세요?
저는 몇일 전에 전화 드렸던 성우 이종구 입니다.
저는 성우로 활동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세종대왕께서도 이미 우리말에는 경음(硬音) 즉
된소리로 발음되는 것들이 있다는 것을 아시고
그 표시를 방점으로까지 해놨던 것인데
1980년대부터 방송인들이 연음화 운운하며 불뻡을 불법으로
효꽈를 효과로 관껀을 관건으로 사껀을 사건으로
꼴때를 골때로 꼴문을 골문으로 발음하는가 하면
앞에서는 신경을 써서 불법 사건 효과라고 했다가
뒤에 가서는 불뻡 사껀 효꽈라고 발음하는 등
우리말을 제대로 발음하지 않으므로
방송에 종사하는 저 같은 사람은 물론이고 국민 대다수가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며 자라나는 학생들까지도
어느 것이 진짜 표준어인지 헷갈리고 있기 때문에
우리말을 바르게 사용하도록 하자는 사명감에서
홈페이지와 카페를 만들어 활동하고 있읍니다.
다음은 7월7일자 한국일보에 실린 저의 글입니다.
[발언] '경음단어 연음발음' 우리말 혼란(한국일보)
이종구 KBS 성우
우리 말을 아름답게 만들기에 앞장서야 할 방송인들이 오히려 우리 말을 귀에 거슬리게 발음하고 있어 시정을 촉구한다. 김상준 아나운서가 얼마 전 성우협회 세미나에서 ꡒ요즘 써놓은 대로 발음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ꡓ고 우려한 것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경음을 연음으로 발음하는 현상이다. 현재 방송인들이 발음하고 있는 대로 단어들을 적어보면 ꡐ불법ꡑ(不法), ꡐ체증ꡑ(滯症), ꡐ효과ꡑ(效果), ꡐ버쓰ꡑ(bus), ꡐ달라ꡑ(dollar), ꡐ자장면ꡑ이 있다. 이들 단어는 예전에는 ꡐ불뻡ꡑ ꡐ체쯩ꡑ ꡐ효꽈ꡑ ꡐ뻐쓰ꡑ ꡐ딸라ꡑ ꡐ짜장면ꡑ으로 발음했다. 이들 경음 단어들을 연음으로 발음하게 된 시기는 1980년대 전두환 정권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국어정책을 주도하던 국립국어연구원은 된소리가 많아지면 세상이 각박해지고 심성이 사나워진다는 논리로 가급적 연음으로 발음할 것을 권했다. 일설에는 전두환 당시 대통령이 된소리에 서툴렀던 것과도 관련 있다고 한다.
이 같은 분위기에 따라 1988년 한글맞춤법이 개정되면서 ꡐ표준말은 현재 서울의 중류사회에서 쓰는 말로써 한다ꡑ가 삭제되고 ꡐ표준어는 소리대로 적되 어법에 맞도록 한다ꡑ가 강조됐다. 이때부터 우리 말 혼란이 위험수위를 넘어섰다. 글자대로 발음이 안 되는 단어는 아예 글자를 바꾸는 일까지 벌어졌다. 예를 들어 몇년 몇월 몇일의 어원은 ꡐ몇ꡑ인데 몇년, 몇월은 그대로 두고 ꡐ몇일ꡑ만 ꡐ며칠ꡑ로 바뀌었다. 닿소리 이어받기 어법을 무시하고 ꡐ했읍니다ꡑ를 ꡐ했습니다ꡑ로 바꾸었다. 그렇다면 왜 ꡐ했으니까ꡑ는 그대로 두었는지 모르겠다. 이렇게 되자 한글로는 같은 글자이지만 한문으로는 뜻이 다른 단어들을 구분하지 못하는 부작용이 생겼다. ꡐ고까ꡑ(高價), ꡐ고가ꡑ(古家)가 이제는 동일하게 ꡐ고가ꡑ로 발음되고 있다.
도대체 경음을 발음하면 심성이 나빠진다는 논리의 근거는 무엇인가. 방송인들이라도 나서서 잘못된 관습을 시정해야 하는데 오히려 부채질하고 있다. 요즘 방송을 듣노라면 표준어의 정의가 다음과 같이 바뀌어야 할 것 같다. ꡒ표준어란 국립국어연구원이 주장하는 것을 방송인들이 쓰는 언어를 원칙으로 하고 그 규범으로는 경상도의 중류 사회에서 교양 있는 사람들이 쓰는 언어와 특히 외국인이 쓰는 우리말을 표준 모델로 삼아야 한다ꡓ.
국립국어연구원은 신음하고 있는 우리 말 현실을 직시하기 바란다.
*** 우리말 사랑 다지는 모임에 다녀와서...
지난 7월17일 양평에 있는 한국바른말연구원에서
한글 우리말 사랑 다지는 모임에 다녀왔읍니다.
참석자는 장소를 제공해 주신
한국바른말연구원 원장 원광호 전 국회의원
국문학박사 서정수 선생님,
경희대 정보통신대학원 진용옥 박사님
한양대 이영숙박사님. 대진대 정달영 문학박사님.
우리말 살리는 겨레모임 공동대표 이대로 선생님
전국국어운동대학생동문회 회장 이봉원 선생님
사랑이네 잔치집 이필립 선생님
인터넷신문 참말로 대표 박해전 님
어문과학연구소 김구룡 소장님
그 외에도 많은 분들이 오셨는데 일일이 다 열거 할 수는 없고
그 날의 상황과 성과에 대해 간단하게 적어보겠읍니다.
12시경부터 시작을 했는데 이대로 선생님의 사회로 서정수 박사님의 한글날을 국경일로 하자는 인사말씀과 각자 자기소개를 하던 중 서 박사님께서 점심 먹고 하자고 하여
점심을 맛있게 먹고 약 2시 30분부터 자기 소개에 이어
진용옥 교수님의 한글창제는 세종대왕의 민연(憫然) 사상 즉 서로사맞과 어엿비 녀기는 생각에서 비롯되었고 우수한 우리글말을 세계화 정보화 우주화 시키자고 하는 말씀과 박정희 전 대통령이 우리글말을 지키는데 또는 살리는데 큰 힘이 되었다고 하셨습니다.
이때부터 세종대왕의 창제 정신과 박정희의 공과를 갖고 5시까지 열띤 토론?을 하자 이효상씨가 이의를 제기하여 10분 휴식 후에 다른 주제로 이야기하자고 하였고,
휴식 후 5시 30분 경에 시작했으나 원광호 원장께서 다시 세종대왕의 창제 정신에 관하여 김구룡 어문과학연구소 소장에게 질의를 하기에 본인이 이를 제지하고 저의 의견을 말했는데 간단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다른 분들은 주로 글을 갖고 말씀을 하시는데 글보다는 말이 먼저 생성되었고 글은 그 다음이므로 작금의 혼란스러운 우리말부터 제대로 살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혼란스럽게 된 그 원인은 1980년부터 시작됐고 국립국어연구원과 방송인들의 책임이 크다.
이 자리가 우리말을 바르게 살릴 수 있도록 하는 시금석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했읍니다.
7시경에 토론은 끝나고 정용옥 교수님, 이풀잎 선생님, 원광호 원장님, 이효상 님, 이름이 순 우리말로 지은 어느 국어선생님, 그리고 저와 이름을 알수 없는 어느 젊은이 이렇게
정원에서 돼지고기와 술을 먹으며 뒤풀이를 했읍니다.
저에게 소득이 있었다면 그 곳에 모인 박사님들과 여러분에게 글보다는 말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리고 대다수 분들이 공감했다는 것입니다.
더욱 기쁜 것은 서정수박사님과 진용옥박사님께서 앞으로 우리말글
살리는 일에 제가 필요할 때가 많으니 연락을 하시겠다고 하셨읍니다.
이봉원 선생님께서는 뜻을 같이하는 성우들과 함께 우리말 지킴이
일을 하고 이런 모임에도 함께 참석하고 그러면 힘이 되지 않겠냐고 하시던데 .....
저의 뜻에 공감은 하지만 저와 함께 하려고 하는 성우들이 없다는 것을 말하기가
좀 그렇더군요..
제목
반갑습니다
보낸날짜
2003년 08월 02일 토요일, 오전 09시 18분 51초 +0900 (KST)
서신 주셔서 감사합니다. 지난번 만나 뵙고 무척 즐거웠고, 특히 우리 말소리를 정확히 지키고 계시는 데 대하여 경의를 표합니다.
머지 않아 다시 뵙고 여러 가지 의논도 하고 도움을 받고자 합니다. 우리말 지킴이는 외롭지 않습니다. 서로 힘을 합하고 목소리를 높여야 할 줄 압니다.
거듭 감사 드리고 오늘은 이만 줄입니다.
서정수 드림
o. 저의 글을 보고 kbs pd 가 보낸 글입니다.
글쓴이:장영주PD
같은 kbs에서 밥먹고 사는 피딥니다.
성우협회보를 잘봤습니다. 집주인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입사하고 난 얼마뒤 效果를 [효과]로 발음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기가 딱 막히더군요. 세상에 저런 재수없는 발음방식이 있단 말인가하고 말이죠.
[효과]라는 혓바닥 빠진 소리를 듣고 닭살이 돋으면서 이상하게 메스꺼웠지만, 저의 무식때문이라는 생각으로 지금까지 참고 살아왔습니다.
저는 당연히 맞춤법이나 발음규정에 그렇게 명기되어 있을 거라고 생각했죠. 저가 가지고 있는 한글맞춤법 책에 그런 내용을 보지 못해 의아해 하고 있었지만 정말 전혀 의심하지 않고 살아왔습니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단 한번도 [효꽈]대신 [효과]라고 연음으로 발음한 적은 없습니다.
저는 언어를 사용하는 대중의 발음과 전혀 다르게 발음케 하는 한글발음관련 규정을 뜯어고쳐야 한다는 생각만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효꽈를 [효과]라고 발음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라고 님이 말했습니다.
정말 십년 묵은 체증이 쫙 내려갔습니다.
그 병신발음을 따라해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을 깨끗이 정리해 주셨습니다.
정말 이번에 나온 성우협회보를 보지 않았다면 저는 계속 그런 부담감을 안고 살아갔을 겁니다.
저는 경상도사내라서 그런지 [효과]라고 아랫도리 빠진놈처럼 발음하는 것은 죽어도 타협할 수 없는 중대한 문제였죠.
[효과]라고 발음하는 것은 젊은애들 말로 정말 재섭고, 밥맛인 짓거리라 생각해왔습니다.
설사 발음규정에 그렇게 되어 있다 하더라도 그 규정개정운동을 벌였으면 했는데...
마음속 깊이 지지합니다.
하여튼 엉터리 우리말을 강요하는 잘못에 계속 쇄기를 박아 주시기 바랍니다.
o. 한국일보 문화부장님의 말씀!!
제목 전문적인 말씀 고맙습니다.
보낸날짜 2002년 09월 26일, 낮 3시 26분 27초 +0900
보낸이 서화숙
받는이 이종구
제가 어제 야근을 해서 오늘에야 메일을 보았습니다. 전문가로서 말씀 보내주신 것 유익하게 읽었습니다. 저도 언제나 '효과' 등으로 발음되는 것이 무척이나 어색했는데, 방송인들은 그것이 바른 발음이라고 애써하는 것을 보고 그런가 했는데, 이렇게 정확히 지적하신 글을 보니 놀랍습니다.
그런데 방송사에서 이런 말이 바르게 표현되도록 하려면 정말 어떻게 해야 하는 것입니까. 요즘 방송사는 시청률만을 문제삼을 뿐 다른 문제는 아무 것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태도조차 보이고 있어서 같은 언론인으로서 정말 걱정스럽습니다. 더욱 많은 고견 부탁드립니다.
2003/8/19일인
오늘까지 아무런 답변이 없군요.
개인자격으로 보낸 글이라서 그렇다고 생각이 되는군요.
왜냐하면 전화를 할때 함께 우리말을 지키는 일을 하자고 하니
단체에서 하는 것이 아니면 개인과는 안한다고 하였거든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렇게 한심하다니까요.
개인이든 단체든 그 주장이 맞다면 받아 들여야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