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량도 윗섬의 지리산이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탈 때, 그 그늘에 가려 빛을 보지 못한 아랫섬에도 산이 있다. 옥녀봉의 현란한 자태에 비해 한결 수수한 모습으로 나해바다를 바라보는 아랫섬의 칠현산(349m). 지리산처럼 길이 좁아지는 곳에선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는 번잡함을 피할 수 있어 찾는 이들이 점점 늘고 있다.
아랫섬 덕동항에서 내리면, 칠현산 왼쪽 끝에 보이는 안부에 전신주가 보인다. 이곳이 칠현산으로 오르는 길목이다. 군데군데 포장된 일주도로를 타고 20분 정도 가면 '등산로 입구'란 포지판이 서 있다. 이곳에서 산행이 시작된다.
가파른 길을 따라 고도를 높일수록 두 섬 사이의 동강(이름은 강이지만 두 섬 사이의 바다임)이 발 아래로 자꾸만 멀어져 간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15분 정도 쉬엄쉬엄 오르고 나면 넓은 공터가 나오고, 하얗게 빛나는 이정표가 눈에 띈다. 이곳 안부에서 서쪽으로 가팔라 보이는 등산로가 주능선으로 붙는 길이다.
산길은 잡목이 무성할거라는 예상과 달리 너무 잘 정비되어 있다. 이 등산로는 통영시에서 사량도를 관광섬으로 개발하기 위한 사업의 일환으로 2년에 걸쳐 정비작업을 한 것이다.
첫번째 봉우리를 지나면 이내 암릉길이 나타난다. 암릉이라지만 전문등반이 필요한 정도는 아니고,산성을 걷듯이 편안한 바위길이다. 능선에 올라서면 윗섬 지리산의 아기자기함이 손에 잡힐 듯 보인다.
봉우리를 지나 지도상에 칠현산이라고 표기된 지점의 봉수대에 도착하면 덕동과 금평 포구가 바로 발 아래 있다. 능선에 올라서면 밑에서 본 산과는 전혀 다르다. 옥녀봉이 보이는 북쪽 사면은 절벽처럼 가파르지만 반대편은 비교적 유순했다. 특히 주능선은 대부분 바위로 되어 있어 좋은 전망을 제공한다.
산 정상부가 둥그런 바위로 된 곳을 지나 계속해 동강과 나란히 주능선을 탄다. 야트막한 봉우리를 몇 번 오르내리면 지형도에 망봉이라고 표기된 곳에 선다. 사량도 주민들은 아랫섬 최고봉인 이 산을 칠현봉이라고 부른다.
널찍한 정상부에서 주위를 돌아보면 섬 전체는 물론 멀리 한산도와 고성땅까지 눈에 들어온다. 망망대해에 보석처럼 떠 있는 이 전망대는 조선시대 수군의 망루로 사용 되었다고 한다. 산세는 물론 동서남북 사위로 모든 우직임을 관찰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다.
칠현봉을 지나면서부터 산길이 꽤 앙탈을 부린다. 가파른 경사도 나타나고 줄을 고정해 놓은 곳도 있다. 제법 암릉다운 재미가 있다. 산세도 역전되어 덕동쪽 사면에 큰 바위들이 줄을 서고 반대편은 숲지대가 펼쳐진다.
위에서 내려다본 남쪽의 읍평은 산으로 둘러싸여 섬이라기보다 산골 마을 분위기가 풍긴다.바닷바람을 피할 수 있는 환경인데다, 물도 풍부해 사람이 살기 좋은 연건을 고규 갖추고 있다. 윗섬이 지리산을 찾는 등산인들로 붐비는 반면, 아랫섬은 조용한 시골의 전경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친근감이 간다.
칠현봉을 지나 만나는 안부에서 덕동으로 내려가는 갈림길이 있다. 그러나 칠현산의 바위봉을 감상하려면 계속 능선을 타고 읍덕초등학교까지 가야 한다. 이곳부터는 본격적인 하산길. 능선을 버리고 남쪽 사면을 타고 내려선다. 내리막길이 시작되자마자 샘터가 나타난다. 수량은 적어 갈수기에는 믿을 만한 샘은 아니다.
이곳에서 10여 분만에 읍덕초등학교에 닿는다. 여기서 덕동항까지는 약 1.5km 거리. 산길만 총 3.3km로 보통 걸음이면 약 3시간 가량 걸린다. 통포까지는 약 6km로 4시간 정도 걸린다. 이곳은 칠현산 능선에 비하면 평이한 편. 아랫섬은 마을버스가 다니지 않아 교통이 불편하다. 따라서 통포를 기점으로 산행을 하려면 차를 준비하는 등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한다.
*교통 및 숙박
서울~삼천포=서울남부터미널에서 사천행 버스를 이용한다. 오전 10시40분부터 오후 5시까지 2시간 간격 운행. 6~7시간 소요. 강남고속터미널에서 진주행 버스가 오전 6시10분부터 오후 8시30분까지 20분 간격으로 운행. 진주에서 사천간은 직행버스가 수시로 운행중이다. 서울 이외의 지역에서도 일단 고성이나 진주까지 들어간 후 사천으로 이동한다.
삼천포~사량도=통영이나 삼천포항에서 운행하는 엔젤호나 사천시 입암 맥전포항, 고성군 도산면 가오치 등에서 출발하는 배편을 이용할 수 있다. 사량도와 거리가 가장 가까운 입암 마을 맥전포항에는 '다리호'가 운항하고 있다. 약 20분 정도 소요되며 99년 7월 말 현재 하루 5회 왕복 운항. 입암 출발 07:30, 10:00, 12:30, 16:30, 17:20. 사량도 출발 08:10, 10:40, 13:10, 17:10, 18:00. 주말에는 이용객이 많아 수시로 운항하기도 한다. 다리호선착장 전화 055-673-0529.
맥전포항은 사천에서 고성으로 이어진 1010번 지방도에서 좀 떨어진 해변가에 위치한다. 사천에서 남일대해수욕장을 지나 계속 직진하면 삼천포화력발전소 입구의 하이면 사거리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직진하여 쌍발주유소가 있는 고개를 지나자마자 오른쪽에 맥전포항으로 이어진 내리막길이 보인다. 내리막에서 만나는 첫번째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들어간다. 길은 하나로 맥전포를 지나 용암포에 닿으면 다리호선착장이라는 안내판이 보인다. 쌍발주유소에서 약 2.5km 정도 거리.
대중교통편은 삼천포시외버스터미널에서 하일면 경유 고성행 시외버스를 이용하여 입암에서 하차한다. 하루 5회 운행. 택시를 이용하면 삼천포에서 용암포, 입암 마을까지는 10,000원 가량(99년 8월 기준). 나갈 때면 하이면의 삼우택시(전화 055-834-6002)를 부를 수 있다.
고성군 도산면 가오치에도 사량호가 운항한다(전화 055-642-6016). 고성에서 가오치까지는 택시를 타야 한다(요금15,000원 가량. 99년 8월 기준). 삼천포항에서 출발하는 일신호는 하루 2회 운항(전화 055-642-6090). 모든 배편은계절과 상황에 따라 운항 횟수와 시간이 변경되므로 사전에 확인하고 떠나는 것이 좋다.
배편을 잘 이용하면 당일 산행이 가능하지만, 사량도에서 민박하려면 다리호 선장을 지냈던 정몽생씨 집이 권할 만하다. 청결하기도 하려니와 사량도 토박이의 섬 자랑에 귀가 솔깃해진다(전화 055-642-6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