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 속 과학원리 정수기는 물을 정화해 깨끗한 물을 만든다. 정수기 각각의 여과막을 거치면서 물을 정화시키고 몸에 좋은 미네랄 성분도 더해준다. 그러나 우리 몸에는 이런 정수기 보다 더 똑똑한 기관이 있다. 바로 신장이라 불리는 콩팥이 그것이다. 콩팥은 혈액으로부터 대사성 쓰레기와 외부 화학 물질을 제거하고 나아가 수분량 조절과 미네랄 조성으로 몸의 산도를 조절하는 등 뛰어난 지능형 정수기와 같다.
그러나 정수기는 걸러진 최종 단계의 물을 마시지만 콩팥은 걸러서 소변으로 내보내고 남은 혈액을 사용한다. 또한 정수기는 필터에 찌꺼기가 남지만 콩팥은 노폐물을 걸러 소변으로 내보낸다. 이런 차이가 바로 필터를 교환하지 않고도 평생 정화를 할 수 있는 콩팥의 놀라운 기능이다.
콩팥의 필터, 신피질과 신수질
콩팥은 크게 보았을 때 바깥층을 구성하는 신피질과 안쪽층의 신수질로 나뉜다. 이들이 바로 정수기의 필터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곳이다. 이 피질과 수질을 다시 자세히 들여다보면 약 100만개의 신원(nephron)으로 이뤄져 있다. 이 신원들이 각각 한 개의 정수기 역할을 한다. 이 개별 정수기인 신원의 필터 구조는 보우만 낭(Bowman’s capsule)과 사구체(glomerulus)로 이뤄진 신소체와 근위세뇨관, 헨렌 고리, 원위세뇨관, 집합관으로 구성된 세뇨관으로 이뤄져있다.
정수 기능이 좋은 정수기일수록 정수 필터가 매우 복잡하고 여러 층으로 이뤄져 있다. 콩팥도 앞에서 구분한 기관 안에 더 많은 막과 구조가 존재한다. 먼저, 혈액 여과의 첫 과정인 사구체 여과를 살펴보면 사구체가 3개의 막으로 이뤄져있다. 혈액과 처음 접하는 막은 내피 세포(endothelial cell)다. 이 내피 세포는 직경이 60nm의 구멍을 가지고 있어 혈구 세포와 혈소판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고 그보다 작은 크기의 분자만 걸러 보낸다.
그 다음에 만나는 층은 기저막(basement membrane)으로 혹 통과한 큰 분자가 있을 때 통과하지 못하도록 막는 역할을 한다. 마지막 층인 외피 세포(epithelial lining)는 거대 분자를 붙잡아 여과기를 통과하는 것을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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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콩팥은 혈액으로부터 대사성 쓰레기와 외부 화학 물질을 제거하고 몸의 산도를 조절한다. | 물질의 종류까지 판별하는 ‘스마트 정수기’
사구체에서는 혈구와 혈소판뿐만 아니라 단백질과 같이 큰 분자도 여과되지 않는다. 반면 무기성 이온과 분자량이 작은 물질이 주로 여과돼 나간다. 그런데 여과된 작은 분자량의 물질이나 무기성 이온 중 몸에 불필요한 노폐물이 있는가 하면 꼭 필요한 물질도 포함돼 있다. 때문에 사구체를 지난 이런 성분들을 세뇨관에서 취사선택한다. 필요한 물질만 선택하는 ‘스마트 정수기’인 셈이다.
세뇨관의 이런 특별한 정수 작용은 재흡수(reabsorption)와 분비(secretion), 배설(excretion)을 통해 이뤄진다. 근위 세뇨관에서 나트륨과 염소를 흡수하면 혈액 내에 나트륨 농도가 높아져 세뇨관을 흐르는 물과 혈관을 흐르는 혈액 사이의 삼투압 차이가 생긴다. 이렇게 형성된 삼투압의 차이로 여과된 수분의 80% 이상을 재흡수 하는 것이다.
이때 다른 물질들도 재흡수 하는데, 가장 기본적인 에너지원인 포도당과 몸의 필수 요소 아미노산, 뼈와 치아에 필수 요소인 인이 재흡수 대상이다. 뿐만 아니라 요소와 중탄산염, 황, 칼륨 등도 근위 세뇨관을 통해 재흡수하게 된다.
하지만 여과액에 이런 물질들이 함유되어 있다고 해서 무작정 재흡수 하는 것은 아니다. 몸 안의 센서를 통해 이런 물질들의 농도를 확인하고 적정한 농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필요한 만큼만 흡수한다. 만약 몸 안에서 이런 물질의 농도가 높아진다면 근위세뇨관을 통해 분비해 농도를 유지하기도 한다. 이런 적절한 대처를 통해 항상 우리 몸의 전해질 농도가 일정하게 유지될 수 있는 것이다.
이후 소변은 헨렌 고리와 원위세뇨관, 집합관을 통해 농축돼 여과된 수분의 약 5% 가량만이 소변으로 배설된다. 요소 등 노폐물 또한 근위 세뇨관에서 약 50% 가량만이 재흡수되고 이후 헨렌 고리와 원위세뇨관 집합관을 통해 농축돼 소변으로 배설된다. 이런 과정을 거쳐 소변이 생성되기 때문에 섭취한 음식과 약물, 갈증 정도에 따라 소변의 색깔과 양이 다른 것이다.
고혈압과 당뇨병 환자, 콩팥 건강 주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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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혈액투석기 | 정수기 필터에 문제가 생긴다면 물은 정화되지 못하고 우리는 오염된 물을 마시게 될 것이다. 마찬가지로 혈액을 걸러주는 콩팥에 문제가 생긴다면 필터 역할을 하던 사구체에서 단백질들을 걸러주지 못해 단백뇨가 나올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칼슘 혹은 인 등을 재흡수하지 못해 골다공증을 유발할 수 있고 적절히 노폐물을 걸러내지 못해 중독 증상을 겪을 수 있다.
당뇨병에 걸렸을 경우, 당뇨에 의한 혈관 손상으로 콩팥의 정화 기능에 장애가 생긴다. 때문에 몸 안의 노폐물을 제거하지 못해 결국 전해질 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하지 못하게 된다. 만약 고혈압인 경우라면 콩팥 동맥이 지속적인 압력을 받아 콩팥 동맥의 경화와 동맥 내부의 점막 비후를 가져오게 돼 필터 역할을 하는 사구체에 손상이 생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분석 자료에 따르면, 2010년 만성 콩팥병 진료인원은 2006년 대비 37.1%나 증가했다. 연령별로 보면, 65세 이상 노인 환자가 5만616명으로 2006년(2만8천574명)보다 무려 77.1% 늘었고 그 중에서도 남성 환자 증가율(84.7%)이 여성(68.2%)보다 높았다. 또한 30~65세 미만 환자(6만3천299명)는 2006년 대비 19.3% 증가했는데, 평가원 측은 “만성 콩팥병 진료인원이 해마다 늘어나는 이유는 당뇨병과 고혈압 등 만성질환자가 많아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만성 콩팥병 환자의 53% 이상이 고혈압과 당뇨병의 동반질병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콩팥을 망가뜨리는 원인으로는 사구체 신염이 있다. 대한신장학회 통계에 따르면 2002년 투석 치료를 시작한 말기 콩팥병 환자는 40.7%가 당뇨병, 15.4%가 고혈압, 13.9%가 사구체 신염 때문이었다.
사구체 신염의 경우, 70% 정도는 특별한 원인이 없이 생기며, 약 30%는 편도선염과 감기, 루푸스, B형 간염 등의 결과로 초래된다. 이 중 편도선염이나 감기를 앓은 뒤에 생기는 사구체 신염은 급성기를 지나면 회복되지만 루푸스나 B형 간염에 의한 사구체 신염은 대부분 만성화 돼 결국 신부전으로 진행된다. 또한 잘못된 방법으로 다이어트나 체중 조절을 위한 이뇨제의 남용도 콩팥의 필터 기능을 망가뜨리는 한 원인이다. 잘못 남용된 이뇨제는 탈수와 전해질 이상을 유발시킬 수 있으며 지속적·반복적 사용은 결국 콩팥의 전해질 유지 기능을 망가뜨리게 된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메스꺼움과 구토, 부종, 피로감을 느낄 수 있고 몸 안에 노폐물이 쌓여 심각한 상태에 빠질 수 있다. 결국 콩팥의 기능 일부를 대신 할 수 있는 인공 투석기로 혈액 투석을 해야 하는데, 투석 시기를 놓치면 부정맥과 혼수상태 등으로 생명까지 위험해진다. 그러므로 만성 콩팥병에 의한 증상을 느끼거나 정기적 검사 결과 악화 소견이 보인다면 투석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투석을 하게 되면 2~3일에 한 차례씩 4시간가량을 투석해야 해 일상생활에도 많은 지장을 초래하게 되므로 평소 건강한 콩팥을 유지하는 데에 신경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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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석 할 경우 2~3일에 한 차례씩 4시간가량을 해야한다. ⓒ보건복지가족부 | 건강한 콩팥을 유지하려면
건강한 콩팥을 통해 지속적으로 깨끗하고 적절한 전해질 수치를 유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콩팥병의 3대 원인 중 조절 가능한 고혈압과 당뇨병의 치료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고혈압이 있다면 일반인은 목표 혈압이 140/90mmHg인데 반해 만성 콩팥병이 있는 경우 혈압을 130/80mmHg 이하로 유지해야 한다. 더불어 생활 습관의 변화가 요구된다. 과체중 감량을 위한 하루 40분 이상의 충분한 운동이 필요하고 염분 섭취 제한과 더불어 금주를 실천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가족이 함께 치료에 동참하는 것이 조절 성공에 좋다. 생활 패턴과 음식 습관은 가족이 같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건강한 콩팥을 위해서는 온가족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
만약 당뇨병이 있다면 주기적인 혈당 검사와 병원 방문을 통한 적극적인 치료를 해야 한다. 장기적·지속적 혈당 유지를 위해 약물치료와 인슐린 치료 등을 기피해서는 안 된다. 혈압 관리와 마찬가지로 규칙적인 식사와 적절한 운동을 통해 건강한 생활 습관을 유지해야 한다. 혹시 이뇨제를 이용한 잘못된 다이어트의 유혹에 빠진다면 평생 깨끗한 혈액 정화를 위한 콩팥을 망가뜨릴 수도 있음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
첫댓글 귀한 건강정보 감사 합니다
가져 갈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