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며 노래하는 천사들의 앙증스런 사연들
23일 안전행정부 국가기록원은 ‘기록으로 보는 대통령’의 12월 주제로 ‘대통령의 특별한 크리스마스’를 선정하고 어린이들의 동심이 그려진 크리스마스 카드를 대통령기록 포털(www.pa.go.kr)을 통해 공개했다.
이번에 공개된 기록물은 어린이집 원생과 초등학생, 중학생 등이 성탄을 축하하는 마음을 담아 대통령에게 보낸 카드 14점, 사진기록물 6건, 관련기록물 10건 등 모두 30건이다.
이 30건에는 ‘노래하며 춤추는 천사’로 불리는 리틀엔젤스 예술단 어린이들이 해외 순회공연 중 미국에서 박정희 대통령에게 보낸 크리스마스 카드 4점(1973년), 응동중학교 학생들이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낸 크리스마스카드 6점(2003년), 빛나라어린이집 원생들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낸 크리스마스카드 4점(2008년) 등이 포함됐다.
▲카드1-토마토반 길(吉)모 양 “대통령님께 맛있는 햄버거와 뽀뽀를 선물하고 싶어요”. 오른쪽 사진은 1973년 3월 16일 제7차 해외 순회공연을 마치고 돌아온 리틀엔젤스 예술단이 청와대로 박 대통령 내외분을 예방한 자리에서 한 소녀가 대통령에게 뽀뽀를 하는 모습. 박 대통령은 “세계 여러 나라를 순방하여 한국 어린이의 늠름하고 슬기로움을 예술을 통해 널리 알림으로써 국위를 선양했다”고 치하하고 이들에게 다과를 베풀어 격려했다. ⓒ 국가기록원
1973년 박정희 대통령이 리틀엔젤스 토마토반 길(吉)모 양에게서 받은 카드에는 “아빠 같은 박 대통령 각하님과 사모님께. 저는 요번 크리스마스에 이곳에서 제일 맛있는 햄버거와 뽀뽀를 선물해 드리고 싶답니다”라고 깜찍스레 써 있다.
리틀엔젤스 예술단 53명 어린이들이 신순심 단장 인솔로 제8차 해외 순회공연을 떠난 것은 1973년 7월 6일. 5개월 동안 계속된 공연에서 이들 중 제1진이 12월 14일 귀국했고, 제2진은 미국 공연을 계속하기 위해 그곳에 머물러 있다가 크리스마스를 맞아 박 대통령에게 카드를 보낸 것.
▲카드2-1반 막내 꼬마 유모 양 “저희는 미국이란 머나먼 땅에 와서 대한민국이란 네글자를 어깨에 짊어지고 공연 잘하고 있답니다”. 오른쪽 사진은 1973년 7월 6일 제8차 해외 순회공연을 떠났던 리틀엔젤스 예술단 제1진이 그해 12월 14일 귀국하는 모습. ⓒ 국가기록원
2진의 1반 막내 꼬마라는 유모 양은 대통령께 “우리나라를 잘 이끌어 나가시려고 얼마나 수고가 많으십니까. 지하철 공사도 잘 돼 가겠지요”라고 고국의 안부를 묻고 “저희는 미국이란 머나먼 땅에 와서 대한민국이란 네글자를 어깨에 짊어지고 공연 잘하고 있답니다”라고 어른스럽게 썼다.
토마토반의 막내 꼬마 채모 양은 “저는 ‘시집가는 날’(무용 레퍼토리)에서 색시로 나오기 때문에 하루에도 몇번씩 시집을 간답니다”라고 앙증스레 웃음을 자아내는가 하면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면서 높은 사람을 만났지만 그래도 우리 박 대통령님이 제일 좋아요”라고 했다.
그리고 오렌지반의 반장이라는 전모 양은 “세계 곳곳을 다녀봐도 우리나라보다 좋은 나라는 찾아볼 수도 없었어요”라고 나라사랑의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카드3-토마토반의 막내 꼬마 채모 양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면서 높은 사람을 만났지만 그래도 우리 박 대통령님이 제일 좋아요”. 카드4-오렌지반의 반장 전모 양 “세계 곳곳을 다녀봐도 우리나라보다 좋은 나라는 찾아볼 수도 없었어요”. 왼쪽 아래 사진은 1973년 4월 20일 서울 능동 어린이대공원 개원식에서 리틀엔젤스 예술단이 축하공연을 하는 모습. ⓒ 국가기록원
터키 대통령 “내 생애 최고의 행복한 밤”
리틀엔젤스 예술단 어린이들은 그해 1973년 제8차 해외 공연에서 미국, 캐나다, 스위스, 독일, 오스트리아, 폴란드, 터키, 벨기에, 영국 등 9개국을 순회하며 한국의 고전무용과 음악을 선사했다.
이들은 미국 NBC-TV에 특별출연한 것을 비롯, MGM영화사의 레코드 취입, 터키공화국 수립 제50주년기념 축하공연, 영국 BBC방송 발행 ‘블루 피터’(어린이 프로그램 소개 책자) 연감(年鑑)에 게재되는 등 가는 곳마다 사랑을 받았다.
이 가운데서 가장 인기를 끈 것은 터키 공연 때였다.
이들은 10월 19일부터 8일 동안 이스탄불과 앙카라에서 여섯 차례 공연을 갖고 우리의 전통음악, 무용과 함께 ‘케말의 노래’와 ‘50주년기념행진곡’ 등을 터키 말로 불러 코루튀르크 대통령으로부터 “내 생애 최고의 행복한 밤”이었다는 격찬까지 받았다.
‘한국 사절단’의 자격으로 9개국을 순회한 리틀엔젤스 예술단 어린이들은 가는 곳마다 선풍적인 한국붐을 일으키고 제2진이 이듬해 74년 1월 초 귀국함으로써 제8차 해외 순회공연을 성공적으로 마무리지었다. ◎
[좋아하는 사람들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