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년간의 시간동안 사라지고 없었던 단어. 아주 오랜만에 다시 만나게 된
토요일 오후의 시간은 한갓지다.
참으로 한갓지다.
한갓짐이 꼭 좋은것만은 아니니 아주 오랜만에 만난 토요일 오후는 오히려 낯설어서
온 몸이 사르르 풀리는 나른함이나 머리에 남은 미열까지 스르르 바람결에 날려 버리는 편안함 보다는
무엇을 할지, 무엇을 떠올릴지
혼란스런 상태가 더 길다.
한참을 그러고 나서야
민들레 씨앗 날리는 혼란스럼이
바람에 씻겨 날리듯이
바닥이 없는 구멍으로 떨어지는것 같던 몸이 풀썩 솜이불위로 떨어진듯이 혼란스럼도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 같은 불안감도 사라져 버린 것을 안다.
조금씩 조금씩
오래전에 잊어 버렸던 토요일 오후의 한갓짐이 적응되어 가는 과정이 참 길기도 하다~
적응되어진 몸과 마음은 한갓진 토요일 오후가 주었던 한껏 나른하고 평화로운 지난 시간들의 기억을 떠 올리게 해 준다.
다녀 왔습니다. 마루에 앉아계신 어머님께 소리쳐 인사 드리고는 들고온 가방을 바로 툇마루에 패대기치고 대문을 나서 따스한 햇살 가득 받은 붉은 흙이 폭삭폭삭 내려앉는 언덕으로 손에는 길이가 마추맞은 막대기 하나 들고 친구들과 내쳐 올라 쿡쿡 찔러넣은 땅속에서는 속살이 뽀얀 달콤한 알칡이 뭉텅뭉텅 오르고 바람이 선선하다 싶을때까지 후다닥 거리느라 열 오른 몸뚱아리 식히고 옆구리에 칡뿌리 하나 끼고는 집으로 들어서 엄마를 불러 마중물 한바가지 담뿍 올린 펌푸를 뽁뽁 소리나게 흔들어 온몸 흐르르 떨리는 등목하고 나서 햇살 받아 따스하고 그늘이 좋은 툇마루 한켠을 차지하고 드러누우면 사르르 단잠이 몰려오고 살폿 단잠을 즐길라 치면 밥먹어라 하시는 어머님의 목소리에 끌려 밥상앞에 앉으면 된장 덩어리와 방금전까지 마당에 있던 상추와 고추, 김이 포르르 오르는 된장찌게에 입안에서 뱅글뱅글 돌아 다니는 보리가 엄청 섞인 밥으로 배불리고 바람결에 따라온 오후의 따스함에 잠이 들던 기억들...
지금은 그저 기억으로만 남겨진 기억들...
토요일 오후. 이르지도 않고 늦지도 않은 나른해지기 딱 좋은 시간. 그 나른함에 묻혀 지나간 하냥 보드라운 기억들이 떠 오르는 그런 느낌이 생겨 난다.
무얼까?
그리 평화로운 기억들과 따스함이 손에 쥐어지는 이 한갓진 느낌이 어디에서 시작된 걸까?
멜로디가 이어진다. 격하지도 흐물대지도 않으면 통통 튀는것 같기도 종종 거리는것 같기도 그러다가 심장박동소리처럼
기분좋은 쿵쿵 거림도 있는 그런 멜로디가 이어진다.
아하~ 아빠닮지 않아 기다란 아이의 손가락이 기타줄을 튕기고 있다. 사르르 사르르 기타줄을 타고 흐르다가 다시 둥그런 울림통가지 와서는 쿵쿵 내 두근거림에 박자도 맞추고 통통 기타의 목을 간지럽히듯 올라가서는 팅팅팅 맑고 가는 소리로 길게 음을 잇기도 한다.
첫번째 곡 Reminiscent에 이어
두번째 곡을 쓰고 있단다.
이름을 어찌 부를까?
아직 모른단다.
그저 그런 느낌이 들었단다. 편안하고 사르르 가라앉는 느낌같은 이런 느낌을 무어라 부르는지 모르겠지만 참 좋은 느낌이 들었단다.
그 느낌을 만들어 들려 주고 싶었단다.
하냥 평화로운 그 느낌을...
아직 넣을것도 더 있고 더 다듬고 더 익혀야 연주다운 연주가 되겠지만 조급증을 가진 아버지는 미완의 상태인 이 음을 남기고 싶어 한다.
그리고 이렇게 남겨졌다. 80% 부족한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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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잘치시네요...부러워요 전 음악에는 소질이 없어서..ㅋㅋ
여행을 아시는 분은 일상 자체가 음악이시잖아요^^
멋진걸요 ~
아직은 과정이지만 쪼꼼은 더 잘 치게 될때
멋지단 말씀 있으셨다 전해 주어야 겠습니다^^
잘 듣고 잘 보았습니다...ㅋ ㅉㅉㅉㅉㅉ
담엔 더 좋은 소리 들려 드릴 수 있을것 같은대
그때도 들어 주실거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