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창에 처박힌 벼 이파리의 안간힘 때문에
봄 논의 물살이 몸살을 앓는다
물은 저 떨림으로 하늘을 품는다
하늘을 따라 키 큰 미루나무가 문안 간다
쇠뜨기도 척추 한마디를 뽑아 수액을 건넨다
물벼룩과 개구리와 어린 모가
가 닿아야할 아뜩한 밥의 나라, 세상에
써레질을 마친 논만큼 깊은 것이 있으랴
식도를 접고 벌받듯 서 있는 외발에게
많이 저리냐? 두렁 쪽으로 물결이 일렁인다
어린 순 부러지는 줄 모르고 뛰어다니는
발길 사나운 것이 삶이라서
늘 포만 다음이라야 깨우치는 나여
물끄러미, 개구리밥을 헤치고
마음속 진창을 들여다본다
눈물 몇 모금의 웅덩이에 흙탕물이 인다
언제 눈물샘의 물꼬를 열고
깊푸른 하늘을 들일 수 있을까
정처만이 흙에 뿌리는 박는 것,
마음의 바닥에 물끄러미라고 쓴다
내 그늘은 얼마나 오래도록
물끄러미와 넌지시를 기다려왔는가?
물꼬소리 도란거리는 마음과
찬물 한 그릇의 눈을 가질 때까지
나는 왜가리의 발톱이거나
꺾인 벼 이파리로 살아가겠지만, 끝내
무논의 물결처럼 세상의 떨림을 읽어내기를
넌지시와 물끄러미 사이에서
써레처럼 발목이 젖어 있기를
첫댓글 좋은 시에 내 마음 촉촉이 젖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