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산스님 곁에는 정신질환자들이 유난히 많았다
아마도 스님이 마약중독 우울증 정신분열증 등 정신적 문제가
많은 이들을 이해해 주었기 때문이었던 거 같다
그들은 스님께 쉽게 마음을 터놓기도 했고
스님이 군인처럼 소리를 치고
엄격한 수행을 시켜도 잘 따라했다.
서양에서는 정신세계에 대한 이해가 깊지 않아서
정신질환을 앓는 사람들을 품어줄만한 곳이 거의 없다.
카운슬러의 상담을 받다가 힘들어지면 정신병원으로 보내져
가족과 사회로부터 격리되어 버리는 식이다.
' 이 사람들은 정상이 아니라 병리적 상태에 있다 '
' 정신질환자들과 함께 살아갈 수 없다 '
하는 전제가 일반적 시각이다.
반면 한국에서는 정신이 이상하거나
이유없이 몸이 아픈 사람을
귀신이 들었다거나
사는 곳의 기운이 나빠서 그렇다는 식으로 푼다
과학적인 지식을 통해 속단하지 않고
우리가 정체를 파악하지 못하는
초자연적인 세계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 상태에 있는 사람도 내 가족, 내 친구라고 여기고
끝까지 품고 함께 살아간다.
숭산스님은 인간이 여덟 개의 의식을 갖고 있다고 하셨다.
다섯 개의 의식은
보고 듣고 냄새맡고 맛보고 만지는
이른바 오감을 말하며
여섯 번째는 마음
일곱 번째는 감정
그리고 여덟 번째는 지력이라고 하셨다
이 여덟가지 의식은 항상 상호작용을 하며 움직인다.
그러나 이 의식들 사이에 틈이 생기면
소리가 보이거나
색깔이 맛으로 느껴지기도 하며
환청 환각에 사로잡히게 된다.
또한 강렬한 쇼크나 집착은 사람의 의식을 분리시킨다.
현실은 계속 변해가는데
마음이 한 군데에만 붙어있으면
집착하는 대상이 자꾸 눈에 보이거나
말을 걸어오게 된다.
이것을 서양적 관점에선 정신분열증이라 하고
동양에선 귀신이 머무는 것이라 한다.
죽은 뒤 몸을 벗고도 이승에 대한 집착이 남아
허공을 떠도는 에너지의 덩어리를 귀신이라 칭하기도 한다.
그렇게 보면 우리의 에너지의 흐름이므로
부정적인 생각, 편향적인 생각만 하다 보면
비슷한 에너지가 공명을 일으켜
우리의 의식으로 들어오게 될 수도 있다
즉, (응축된) 에너지가
우리가 말하는 귀신으로 실체화된다는 것이다.
며느리가 시어머니의 원혼때문에 시름시름 앓는다거나
교통사고를 당한 집안에
또 교통사고가 난다거나 하는 일을
다 귀신의 장난으로 풀이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며느리가 시어머니에 대한 분노나 죄책감을
무의식 속에 깊이 눌러두거나,
교통사고에 대한 두려움을 매일 상기시키며 살 때
그런 에너지가 모여 실체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그렇게 하는 본인의 생각 자체가
귀신이고 유령인 셈이다.
환청을 쫓다가 자살한 우리 어머니는
전생과 영혼이야기에 몇 년간 빠져 계셨다.
하루 종일 그런 이야기만 생각하고 계셨으니
그 생각이 집착이 되고
그 집착이 현실이 되어 환청으로 나타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할 수도 있다.
숭산스님은 이런 의식의 분리를 막기 위해서는
수행을 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힘들여 절하거나 화두를 들고 참선하면서
<지금> , 그리고 <이 순간>에 집중하게 되면
모든 생각이 끊어지고 내 모든 의식이 하나가 된다.
외부의 어떤 에너지도 나에게 영향을 미칠 수 없고
나는 내 본질 그대로 존재할 수 있게 된다
나는 어려서부터 유난히 유령을 무서워했다.
사방에 어스름이 깔릴 때 창 밖을 내다보거나
아무도 없는 방안에서 거울을 볼 때마다
이따금 내 모습이 낯설어보여 심장이 쿵쿵 뛰곤했다.
학교 기숙사와 젠센터에서
사람들과 함께 살면서 어버렸던 그 두려움은
한국의 수덕사에서 혼자 지내던 시절에 다시 찾아왔다.
그러나 더 이상 나는
실체가 없는 망상에 쫓겨 다니는 사람이 아니었다.
두려움을 그대로 직시하고
절과 염불을 통해 현재에만 집중하자
일주일 만에 무서운 생각이 깨끗이 사라져버렸다.
그 이후로 지금까지
나는 한밤중에 칠흙같이 깜깜한 어둠 속을 걸어 다녀도
전혀 두렵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미국 태고사 주지 무량스님의
<왜 사는가> 중에서
첫댓글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
저도 스크랩해가겠습니다....^^여러모로 도움이 많이 되네요...이카페에 감ㅁ사 감ㅁ사.....~~~~~`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