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 없는 사람은 빨리 늙는다는 말이 있다. 사람은 누구나 꿈을 안고 살아간다. 그 꿈이 현실로 이루어지기도 하지만, 터무니없는 꿈이라 끝내 이루지 못하고 이 세상을 떠나기도 한다. 그러나 꿈이 있는 사람은 행복하다. 교도소 사역을 12년째 하지만 아직도 난 재소자들 앞에 서면 어떤 메시지를 전해야 할지 고민을 한다. 때로는 내가 전하는 메시지가 그들의 귀에는 배부른 소리로 들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내가 하고 있는 사역은 장애인 재소자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사랑과 나눔의 메시지와 행함을 통하여 출소 후에는, 다시는 푸른 죄수복을 입지 않고 살아갈 수 있도록 작은 디딤돌이 되어 주는 사역이다. 똑같은 장애인, 아니 육신적으로는 그들보다 더 심한 장애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장애인 재소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적잖은 고민이 되기도 한다. 그래도 나는 그들에게 변함없이 복음을 전하고 있고, 작은 부분이지만 나눌 수 있는 것은 나누려고 노력하고 준비를 한다.
장애인이 무슨 감옥에 가 있느냐고 할지 모르지만, 선천적으로 장애인이 된 사람들은 별로 없다. 나름 기운도 세고 세상에서 육신적으로는 강자라 할 수 있는 폭력 쪽에서 장애를 입은 사람들이 들어와 있는 경우도 많다. 아직까지는 장애를 입기 전의 마음이 남아 있어서 제법 눈썰미도 날카롭고 온유함도 부족함이 많다. 그렇지만 나름 마음을 다스리며 주어진 형을 살아가고 있는 재소자들이 많다.
4월은 장애인의 달이라고 정해져 있다. 그리고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올해는 30회째 되는 장애인의 날이다. 그만큼 세월이 흘렀다는 증거인데 장애인에 대한 세상의 인식이나, 장애인 스스로의 생각도 세상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감옥에 갇혀 있는 장애인 재소자들에게 꿈이 있을까요? 라고 누군가 내게 질문을 한다면 아마 나는 그를 이상하다는 듯 한 눈으로 쳐다볼 것이다. 그들은 사람이 아닌 줄 아십니까? 라는 질문이 바로 튀어 나올 것 같은 인상으로 말이다.
아무튼 이번 장애인의 날을 기념해서 그들에게 무언가 메시지를 전해야 했다. 그렇게 많은 세월을 산 것도 아니지만 49년을 살아오면서 겪었던 삶의 잔상들을 잔잔하게 이야기 해 주고 싶었다. 22번의 전신마취 수술을 이겨내고, 건강했던 사람이 장애인이 되고 나서 깨져야 했던 가정을 지키지 못한 가슴 시린 이야기들, 지체1급의 장애인이지만 더 열심히 어려운 이웃과 장애인들을 위해 살아가려고 몸부림치며 살아왔던 이야기들. 그렇게 살아올 수 있었던 것은 내 힘이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로, 하나님의 도우심이 없었으면 절대로 불가능했다는 이야기들, 비록 장애인이라도 이 세상에는 장애를 입은 그 사람을 부러워하는 사람은 너무나 많다는 사실을 일깨워주고, 지금 이 순간에도 감사할 것이 무엇이 있는가를 생각해 보자는 이야기, 성경필사가 왜 필요한가를 전해 주고, 비록 장애인의 몸이지만 정신이 깨어 있다면 꿈을 꿀 수 있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느리지만 묵묵히 갈 수 있음을 전했다. 희망이 살아가는 이유가 된다는 메시지를 전하며, 꿈을 꾸고 감사하며 희망으로 살아가자고 했다.
장애인의 날이라고 철 이른 수박도 마련해 갔는데 수박보다 떡과 과자 등이 더 인기가 있었다. 이런 날은 가족들이 면회를 와서 함께 할 수 있으면 더 좋았겠다 는 생각을 해 보지만, 어쩌면 대부분의 재소자들은 가족들조차도 외면을 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어째든 그들이 감옥에 온 것이 재수 없어서 들어 온 것이 아니라, 받아야 할 벌을 받는 것이고, 감옥에서 보내는 세월이 허송세월이 아니라, 무언가 더 생각하고 마음의 양식도 쌓고, 건강도 더 좋아지고, 출소를 하여서도 건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기술들을 연마하기를 바란다. 세상사는 것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이미 깨달았을 테니 이제는 하나님을 의지하며 살아가기를 기도한다.
첫댓글 아~멘.
대장님 살아온 이야기..그리고 지금 모습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감동하고 마음을 움직이는 메세지가 될거예요~ 늘 변함없이 애쓰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