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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김현희 특별대담’ 긴급편성, 왜? | |
[보도비평] ‘가짜설 반론’ 기회보다 유가족들과의 만남이 앞섰어야 |
MBC가 15일 밤 11시 15분부터 70분 동안 기존의 ‘100분 토론’ 대신 <특별대담-마유미의 삶, 김현희의 고백>을 전격 방송했다. 이 편성 계획은 방송 하루 전날 실무진에게 통보됐고, 방송 당일 언론에 알려 그 배경을 놓고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MBC는 이날 오전에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오늘 11시15분 을 70분 동안 방송한다”고 밝혔다. ‘특별대담’은 김 씨가 이날 오후 4시 MBC에 나와 신동호 아나운서와 나눈 대담을 녹화방송 했다.
15일 밤 전격적으로 편성된 <김현희 특별대담> (MBC 화면 캡쳐) |
MBC측은 “김현희 씨와 관련된 숱한 논란들을 김현희 본인을 초청해 특별대담 형식으로 들어볼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용마 MBC노조 홍보국장은 “이 대담이 방송 7시간 전에야 녹화를 하고 부랴부랴 내보내야 할 속보성 사안인지 의문이다. 이런 식의 편성은 전례가 없다”며 방송 배경에 의혹을 제기했다.
이날 지상파 대담프로에 첫 출연한 김 씨는 25년 전 사건 당시의 상황 등에 대해 설명하면서 자신은 “KAL858기 폭파사건의 증인으로서 진실을 말해야 한다”며 “대한민국이 살려준 것도 그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작년 10월 정기국회에서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되었으나 출석하지 않은 이유를 묻자 “나가려고 준비했었는데 국회에서 통보가 오지 않아 가지 못했다”고 밝히고는 “당시 <TV조선>에도 출연하고 있어서 통보가 가능했었다”며 국회의 안일한 업무처리를 에둘러 비판했다.
그간 자신을 둘러싸고 제기된 ‘가짜설’에 대해서는 “북한을 돕는 이적행위”라며 강하게 반박하고는 “지상파 방송이 왜곡보도를 한 때문”이라며 MBC <PD수첩>을 여러 차례 지목했다. 아울러 해당 방송프로 제작 관련자 처벌과 방송사의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대담방송은 2003년에 방영된 <PD수첩> 보도와 관련해 김 씨에게 반론권 부여 차원에서 마련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그 배경에는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들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디수첩>은 ‘16년간의 의혹, 대한항공 폭파범 김현희의 진실’ 편(2003.11.18 방송)에서 ‘김 씨가 진범이 아닐 수도 있다’는 세간의 의혹과 관련해 사건의 진실을 추적하는 보도를 했다. 당시 KBS와 SBS도 이와 비슷한 내용을 방영한 바 있다. 그런데 방문진의 여권 추천 이사들은 <피디수첩> 방송을 두고 “왜곡방송”이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15일 밤 MBC '특별대담' 프로에 출연한 김현희 씨 |
‘공안검사’ 출신인 고영주 감사는 작년 9월 6일 방문진 정기이사회에서 <피디수첩> ‘김현희 편’을 두고 내용이 “왜곡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이사진은 방송 제작과정 경과보도에 대한 보고 여부를 표결에 붙여 6-3으로 통과시켰다.
이어 고 감사를 비롯한 여당 추천 이사들은 11월 정기이사회에서 MBC 경영진에 당시 방송 관련 진상조사를 요구했다. 경영진은 12월 정기이사회에서 “당시 방송에서 의혹이 과도하게 보도됐다”는 내용의 진상조사 결과 보고서를 제출했고 이를 보고받은 여당 추천 이사들은 방송의 내용을 바로 잡을 수 있는 보도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차기환 여당 추천 이사는 15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경영진에 사과방송을 하라는 요구가 나온 기억이 없다”며 “향후 내용을 바로잡을 수 있는 취지의 프로그램이 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는 했지만 편성을 요구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백종문 MBC 편성제작본부장은 “당시 방송과 관련해 방문진에서도 문제를 제기했지만 대담 편성은 MBC가 결정했다”며 “방송 자체가 잘못된 건 아니므로 사과방송까지는 필요 없다고 판단했다”고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러면서도 백 본부장은 2003년 <피디수첩> 방송 이후 밝혀진 사실을 재보도하기 위해 김씨와의 대담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보도에서 제기된 의혹이 불충분했고, 이후 밝혀진 사실을 MBC에서 다시 보도하지 않았다”며 “‘김현희는 가짜다’라는 의혹대로라면 대한민국이 폭탄테러국가가 되는 것 아닌가, 김 씨와의 대담을 통해 국민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날 ‘특별대담’은 여러 측면에서 적절치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MBC 노조는 이날 특별대담 방영에 방문진 이사들이 직간접적으로 개입한 것과 관련해 “명백한 월권행위”라며 반발했다. 노조는 이번 건을 계기로 방문진이 추후에도 방송 제작에 관여할 가능성에 우려를 표명했다.
이용마 MBC노조 홍보국장은 “방문진은 법적으로 MBC의 경영에 대한 관리·감독권을 가질 뿐 개별 프로그램에 간섭할 수 없게 돼 있다”며 “이사회에서 특정 프로그램의 내용을 문제삼고 새로운 프로그램을 지시한 것은 불법이며 부당한 정치적 개입으로 읽힐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대담 말미에서 김 씨는 “유족들을 실망시키지 않도록 열심히 살겠다”며 유족들에 대해 사과성 벌언을 했다. 그러나 사건 발생 25년이 지나도록 여태 유족들과의 만남을 단 한 차례도 갖지 않을 것을 두고는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게 일고 있다.
유가족들과 함께 9년 동안 이 사건을 추적하며 진상규명 작업에 매달려온 신성국 신부는 이날 본지의 기고한 글을 통해 “김현희는 KAL858기 가족회가 3차례에 걸쳐 요구한 공개 토론회에 당당하게 응해야 한다”며 “왜 가족회와의 공개 만남을 기피하는지 이유를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 신부는 또 “MBC의 김현희 출연 프로는 편파적이며, 진상규명을 원하는 피해자들에게 엄청난 상처를 주는 문제이기에 즉각 중단해야 한다”며 “박근혜 인수위는 공정방송을 포기하고 왜곡 편파로 편성된 김현희 프로그램 중단을 즉시 MBC에 요청하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진실의 길, 정운현 기자. 2013. 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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