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향(淸香)과 난향(蘭香)이 잘 어우러졌다’라거나, ‘순후(醇厚)하여 회감미(回甘味)가 일품(一品)이다’라거나, ‘live하면서도 mature하다’라는 말은 모두 좋은 차에서 느낄 수 있는, 부드럽고 깔끔한 그러면서도 짙은, 매혹적인 향미를 일컫는 말들이다. 첫째는 조선과 명나라에서 썼던 표현이고, 둘째는 오늘날 중국에서 쓰는 표현이며, 셋째는 영미계 나라에서 주로 쓰는 표현이다.
차의 좋고 나쁨을 가리는 말들이 현학적이고 관념적인 구태(舊態)에 머물러 있거나, 다른 나라의 것을 무턱대고 빌어 와서 거르지 않고 마냥 쓰기만 한다면, 애매하고 몽롱하여, 소수인의 음풍농월(吟風弄月)하는 수사(修辭)로나 어울릴 뿐이다.
2. 차의 좋고 나쁨을 가리는 말들
(1) 마른 차의 생김새
- 가늘고 여리다; 막 돋아난 어린 차잎을 손으로 곱게 따서 만든 차의 생김새. (반대말) 크고 거세다.
- 단단하고 여물다; 단단하게 잘 말려진 생김새. 잘 익힌 차잎을 제대로 비벼서 만든 차의 생김새. (반대말) 거칠다.
- 고르고 가지런하다; 곱게 따서 잘 만든 차를 제대로 골라낸 모습. 거칠게 막 따거나 잘못 만들거나 고르기를 제대로 하지 않은 차에는 누렇게 부서진 잎과 줄기가 섞여 있고, 뭉쳐진 잎과 덜 말린 잎도 섞이게 된다.
(2) 마른 차의 빛깔.
- 잘 만든 차의 빛깔은 매끄럽게 빛난다.
(3) 찻물의 빛깔
- 밝고 맑다; 제대로 만들어진 차의 빛깔은 밝고 맑다. 차잎을 잘 익히지 못하면 비비고 말릴 때 이상(異常)발효가 일어나서 찻물이 어두운 검은 색을 띠게 된다. 차잎을 태워서 익히면 검은 가루가 찻물에 가라앉아 있고, 물기를 머금게 익히면 비빌 때 으깨어져서 깨어진 가루가 뿌옇게 우러나온다. (반대말) 어둡고 뿌옇다.
- 은은한 댓잎색; 잘 익혀 만든 덖음 녹차의 찻물 색은 대나무의 잎과 같은 노란 빛을 띤 옅은 녹색이다. 쪄서 익히거나 다시 덖기와 덖어 말리기를 생략하여 만든 녹차의 색은 짙은 녹색을 띠는데, 부드러운 향미와 감치는 뒷맛을 기대할 수 없다.
(3) 냄새
- 맑고 깨끗하다; 잡(雜)냄새가 섞이지 않은 신선(新鮮)한 향. 이상(異常)발효된 차나 저장을 잘못하거나 오래 묵은 차에서는 쇳 냄새와 뜬 냄새가 난다.
- 은은하고 부드럽다; 덖어 익히기와 다시 덖기와 덖어 말리기를 제대로 하여 잘 익혀 만든 차에서 나는 그윽한 내음. 그렇지 못한 차에서는 비릿한 풋 냄새와 탄 냄새가 섞여 있다.
(4) 맛
- 깔끔하다; 잘 만든 차의 맛은 신선하고 상쾌하다. 따기 - 고르기 - 익히기 - 비비기 - 말리기 - 저장 - 포장 등의 일련의 공정 가운데 하나라도 그르치면, 이상하거나 역겨운 맛이 섞이게 된다.
- 매끄럽고 달다; 잘 익히고 비벼서 제대로 말린 차의 맛은 달고 부드럽다. 그렇지 못한 차는 쓰고 떫은맛이 강하게 나고 뒷맛이 텁텁하다.
3. 덧붙임 말
‘초청(炒菁)’을 ‘덖어 익히기’라 하고 ‘발효(醱酵)’를 ‘띄우기’라 하며 ‘건조(乾燥)’를 ‘말리기’라고 부르면 촌스러운가? ‘향미가 짙다’를 ‘strength하다'라고 말하면 더 낫게 들리나?
좋은 차의 생산과 원활한 유통을 위해선 ‘품다(品茶; 좋은 차 가리기)의 기준’이 제대로 서야 한다. 그러자면, 좋은 우리 차에 멋스럽게 어울리는 우리의 ‘품다용어(?)’를 하루빨리 만들어 내어 그 밑거름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春樹>
* 이 글은 우리나라의 대표적 명차로 꼽히는 하동 화개에서 나는 덖음 녹차를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여기서의 덖음 녹차는 덖어서 익히고 덖어서 말린 녹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