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교도소 사역이 상당히 어려워졌습니다. 100여명의 재소자들이 먹을 떡이며 과일이며 과자며 음료를 구입해야 하는 물질적인 부분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그보다 더 어려움을 겪는 것은 교도소 사역에 동참하는 분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안양 교도소 사역을 12년째 하고 있습니다. 매월 한 번씩 하는 교정사역이지만 그때마다 기도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역이 교정사역입니다. 처음 5년까지는 교정사역에 동참하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어쩔 땐 40여명이 한꺼번에 동참하기도 했으니까요. 그러다 출소자들로부터 상처를 받은 분들이 하나둘씩 교정 사역을 그만두게 되었고, 지금은 많을 땐 7명 정도, 적을 땐 3명 정도 교정사역을 하고 있습니다. 항상 하는 말이지만 교정사역에 더 많은 관심과 동참이 이루어져서, 출소자들이 다시는 죄를 범치 않도록 하는 것이 결국은 나와 내 이웃을 보호하는 길입니다. 그런데 현실은 전과자라면 슬슬 피해버리거나 외면해 버리고, 그것이 반복되다보니 출소자들은 발붙일 곳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다가 다시 묻지 마 범죄를 일으키는 경우가 참으로 많습니다. 너나 할 것 없이 재소자와 출소자들을 위해 기도하고 사회적인 관심이 필요할 때입니다.
가을의 실종이라고 말들을 하지만 그래도 아직은 가을이 존재하는 우리나라입니다. 언제 그렇게 더웠는지 망각할 정도로 기분 좋게 시원한 가을입니다. 아내는 봉사자들이 고구마를 캐러 온다기에 함께 교정사역에 동참을 할 수 없었습니다. 아무래도 박경용 목사님과 백승주 집사님과 저, 이렇게 세 명만 참석을 해야 할 듯합니다. 전화가 왔습니다. 강성흔 목사님이십니다. 이번 교정 사역에 동참을 하고 싶다는 소식입니다. 색소폰을 연주하실 이성수 목사님도 동참하시겠답니다. 갑자기 힘이 납니다. 역시 하나님은 작은 신음에도 응답하시는 분이십니다.
떡집에 가서 교도소에 가져갈 떡을 찾아왔는데, 시흥에 있는 한소망교회에서 저희 자오쉼터로 봉사를 오셨습니다. 고구마 순을 낫으로 걷고 호미로 캐는 방법을 설명해 드렸습니다. 한참 후에 양복으로 갈아입고 차에 시동을 켭니다. 교도소에 가야하기 때문입니다. 차를 출발하며 밭에서 일하고 계시는 봉사자들을 봅니다. 차를 세우고 밭으로 갔습니다. 아내는 낫으로 고구마 줄기를 열심히 걷어내고 있었습니다. 남자도 하기 힘든 일인데 아내에게 미안합니다. 봉사자들의 고구마 캐는 솜씨가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목발을 곁에 놓고 호미를 들고 시범을 보여줍니다. 수고하시라는 인사를 드리곤 차에 올라 안양교도소로 출발을 합니다. 차 뒷자리엔 푸짐하게 음식이 실려 있습니다.
약속된 시간이 다 되어가니 동역자들이 교정위원실로 모입니다. 이번에는 목사님들이 세분이나 됩니다. 참 감사합니다. 다섯 명 모두에게 한 부분씩 맡도록 합니다. 한 달 만에 재소자들과의 만남이 이루어졌습니다. 눈에 익은 푸른 죄수복이 서글퍼 보입니다. 가을의 중심에서 점점 추워질 날씨를 생각합니다. 미리 모여서 찬송을 부르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저들이 진짜로 전과 3범 이상의 재소자들일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찬양을 인도하고 있는 악기의 달인 이*석 형제는 여전히 온화한 미소를 짓고 있습니다. 백집사님 인도로 몇 곡의 찬양이 더 불러지고 예배가 시작됩니다. 예배를 위한 기도를 박목사님이 하십니다. 기도가 끝난 후 이목사님의 색소폰 연주가 시작됩니다. 해병대 출신의 이목사님은 조용필의 ‘친구여’를 먼저 연주한 다음에 ‘죄짐 맡은 우리 구주’를 연주하십니다. 세상의 친구와 영적인 친구가 되신 예수님을 연결하는 멋진 콘셉트이었습니다. 강목사님의 설교가 이어집니다. 평소와 다르게 목소리가 더 커지며 뜨겁게 하는 강목사님의 설교는 은혜의 강으로 인도하고 남음이 있었습니다.
2부 순서가 시작됩니다. 성경을 신구약 모두 완필한 형제가 필사본을 가져옵니다. 참으로 정성스럽게 쓴 성경이었습니다. 마이크를 잡고 성경을 완필한 형제를 칭찬해 드리고 오늘 행사 마치고 돌아갈 때 영치금을 입금해 드리겠다는 약속도 잊지 않습니다. 돌아갈 때 입금해 드리라며 백집사님께 미리 영치금을 맡깁니다. 성경 필사를 하고 출소한 분들과 성경 필사를 하지 않고 출소한 분들의 차이점도 이야기 합니다. 정체성을 가지고 살자는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하나님은 문제를 보고 역사를 하시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믿음을 보시고 역사하신다는 메시지도 전합니다. 서툴더라도 누군가를 위해 기도하는 사람들이 되자는 메시지도 전합니다. 젖먹이 아이가 으앙 하고 울 때 엄마는 아기가 배고파 우는지, 아파서 우는지, 똥을 싸서 우는지 알고 대처를 하듯이, 우리가 기도를 서툴게 한다고 할지라도 우리 마음의 중심을 보시는 하나님께서 다 아시고 응답 주심을 기억하자는 메시지도 전합니다.
이어서 백집사님이 준비해 온 동영상을 볼 순서였는데, 교도소에 있는 노트북에 깔린 프로그램 버전이 낮았는지 동영상을 읽지를 못합니다. 아쉽지만 다음 달에 틀어 드리기로 하고 다른 순서로 넘어갑니다. 재소자들의 찬양도 이어집니다. 이목사님과 이*석 형제의 색소폰 합주를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겼습니다. 두 분이 얼마나 은혜롭게 색소폰 연주를 하던지 모두가 감동을 먹었습니다. 준비해간 음식을 나누며 여기저기서 행복한 웃음소리가 들립니다. 옛말에 ‘광에서 인심난다.’는 말이 있는데, 무언가 먹으며 친교를 나눌 땐 마음이 더욱 넉넉해지나 봅니다. 여전히 교화행사에 참석하지 못한 감방의 동료들에게 가져다주겠다며 열심히 챙기는 재소자도 보입니다. 40년 이상을 교도소에서 보내고 있다는 박*철 할아버지가 무언가 건네주십니다. 무엇으로 만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작은 십자가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은혜가 박*철 할아버지께 임하시길 기도합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2시간이 어느새 지나가고 있습니다. 박목사님의 마무리 기도로 10월의 교정 사역을 마감합니다. 이 모양 저 모양으로 간섭하시고, 한 영혼이라도 더 관심을 갖고 돌아볼 수 있도록 인도하시는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샬롬.